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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부회장 감소와 교체...새 얼굴로 바뀌는 ‘2인자들'

대기업에서 ‘2인자’로 불리는 전문경영인 출신의 부회장들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뜻을 받들어 그룹 경영의 일부분을 책임지며 위세를 떨쳤지만 부회장단의 감소와 세대교체로 인해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임 회장 ‘가신’ 떠나고 4대 그룹 단 8명 20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에서 ‘가신’ 역할을 하고 있는 실질적인 부회장이 8명으로 줄어들었다. 삼성그룹이 전영현 DS부문장, 한종희 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3명으로 가장 많고, SK와 LG그룹이 각 2명, 현대차그룹이 1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 속에 경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회장들이 주요 부문에 포진돼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전문경영인이 2명보다 많지만 대표이사 부회장 역할을 하는 건 유정준 SK온 부회장과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2명이다. SK는 지난해 연말 조대식 SK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인사를 단행하는 등 부회장단에 변화를 줬다. SK 관계자는 “부회장 직함으로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은 많지만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계열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분은 유정준, 장동현 부회장 2명”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당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만 14명에 달했다. 하지 만 이제 4대 그룹을 통틀어 1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회장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가신그룹’으로 불리는 부회장단을 거느렸고, 그들에게 막강한 힘을 부여하며 그룹 경영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그 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회장 승진과 함께 점점 줄어들었고, 2021년 말 사실상 해체됐다. LG그룹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에는 두터운 부회장단이 포진돼 그룹의 살림살이를 도맡았다. 지난 2019년 '6인 부회장단 체제'에서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지금은 2명으로 축소됐다. 2022년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2023년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그룹을 떠났다.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부회장도 2025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40·50대의 젊은 총수들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선대회장 라인의 부회장들이 물러나고 있고, 부회장단의 축소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70대 회장들의 경우 고령인 데다 그룹의 현안들을 직접 다 챙길 수 없어 부회장들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지금 4대 그룹의 총수들이 젊어졌고, 다방면으로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부회장단의 필요성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훈 등 새 얼굴 발탁 기대 선대회장의 ‘가신’들이 물러난 자리는 새 얼굴들이 채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자신의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부회장 인사라 관심을 끌고 있다. 2020년 현대차 사장으로 취임한 장 부회장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빅3' 도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올해 초 현대차의 대표이사로 재선임됐고, 수소 사업까지 담당하는 등 그룹 내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21년 해체된 부회장 체제를 부활시킨 정 회장은 장 부회장에게 완성차 부문 관리를 맡겼다. 장 부회장은 향후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미래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에서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새로운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조주완 대표는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최대 매출 경신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LG 관계자는 “보통 계열사들의 사업보고회가 끝난 후 정기 인사로 이어진다. 이번 주에 인사가 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계열사별 ‘각자도생’ 분위기라 부회장직에 대한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굳건한 ‘2인자’의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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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부회장단 슬림화, ‘구광모호’ 2인 부회장 체제 언제까지

‘구광모호’가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척에서 수장을 보필하는 부회장단 자리가 6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었다. 선대회장이 선임했던 부회장 인사들이 모두 퇴진하면서 새로운 얼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LG그룹은 2024년 2명의 부회장으로 출발한다. 지난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그룹을 떠나는 것으로 결정 났다. 4인 체제에서 이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만이 남았다. 2018년 6월 구광모호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모두 6인의 부회장단이 수장을 보좌했다. 당시 하현회 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까지 6인 체제가 굳건했다. 이후 구본무 선대회장이 선임한 5명의 부회장이 차례로 물러났고, 권영수 부회장만 유일하게 중용을 받아왔다. 권 부회장이 ‘2인자’로 군림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 24일 LG그룹의 2024년 임원 인사에서 연임 예상을 뒤엎고 권 부회장은 용퇴를 선택했다. 27일에는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2000주) 전량 매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남은 2명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모두 선임한 인사들이다. 노련한 1957년생인 신학철 부회장과 비교적 젊은 1963년생 권봉석 부회장으로 당분간 2인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세대교체 흐름으로 조직을 바꿔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면 구광모 회장도 취임 7년째를 맞기 때문에 본인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측근들을 점차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만의 색깔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에서 부회장 승진 물망에 이름을 올리는 인사들이 여럿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의 경우 부회장 승진이 점쳐졌지만 이번 임원 인사에서 빠졌다.1962년생인 조 대표는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LG전자의 연이은 호실적을 주도해왔다. 올해 LG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작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을 매출 88조6000억원, 영업이익 4조2000억원 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역대 부회장단의 이력을 보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대표이사 출신이 다수다. LG전자에서 좋은 경영 성과를 얻으면 '출세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권봉석 부회장도 LG전자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가 두 번째 부회장 승진 후보다. 1961년생인 정 대표는 LG이노텍을 2019년부터 이끌며 그룹의 신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한번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LG이노텍에서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인사가 나면서다. 6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인 LG디스플레이의 정상화를 이끌 ‘소방수’로 낙점됐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경영 성과를 보여준다면 부회장 승진이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1968년생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도 젊은 부회장 후보로 꼽힌다. LG가의 경영승계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라서 관심을 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를 직접 받아 상속을 진행하며 구광모 회장의 경영승계를 도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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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먼' 이정애 신임 대표는 왜 "눈치 보지 말라"고 했나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대표가 취임 뒤 직원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화제다. 몇 줄 되지 않지만, 일반적인 취임 인사와 달리 현재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문제점과 상황을 온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18년 만에 새롭게 선임된 이 대표가 갈 길을 잃은 방향키를 바로잡아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눈치 보지 말자' 이정애 신임 대표는 지난 7일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첫 취임 인사 영상을 보냈다. 그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통상적으로 취임사는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부터 맨 앞에 꺼내놓기 마련이다. 그러나 LG생건의 새로운 수장은 조금 달랐다. 이 신임 대표는 영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면서 임원과 부문장, 팀장 등 조직 리더들에게 각별한 주문을 남겼다. 그는 "구성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것부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업계가 주목한 부분은 '눈치 보지 말라'였다. '눈치를 보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이나 생각, 태도 등을 살피다'다. 오랜 시간 경직된 조직이나 특정한 힘이 작용하는 곳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분위기가 윗선의 눈치 보기다. 이 신임 대표는 현재 LG생건 내부에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달라지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신임 대표는 권한에 대한 영역 설정도 분명히 했다. 그는 "상황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설명해 구성원들이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도록 권한을 수행하되 책임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두고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강조했다. 전임이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차석용 매직' '기업 인수합병의 대가' 등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수장이었다. 취임 첫해인 2005년 매출 1조원에 그쳤던 LG생건은 지난해 8조원대까지 몸집을 불렸다. 차 부회장의 성과는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나 목표 지향적인 대표가 18년 동안 전력 질주하면서 조직 안팎에서 경보음이 울렸던 것 또한 사실이다. LG생건 내부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부바부(부서 바이 부서라는 뜻으로, 팀마다 다르다는 뜻의 신조어)'이긴 했지만, 힘을 받는(?) 부서는 인력 충원이며 평가에서 잘 나갔다. 반면 그렇지 못한 부서는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일부 부서는 조직 내 허리를 맡은 연차의 직원들이 제대로 충원이 되지 못해 일에 치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LG생건 직원들 사이에는 "몇몇 팀에는 들어가면 살아나오기 힘들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인력 충원이 안된다" "사람을 안 뽑다보니 (일이 늘어) 퇴사도 늘어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치유 통한 반전 필요한 LG생건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신임 대표가 다양한 분야를 고루 경험한 점 등을 들면서 지금과는 다른 LG생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특히 직원들은 공채 출신으로 뼛속부터 'LG우먼'인 이 신임 대표가 직원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살펴 줄 것이라는 바람도 갖고 있다. LG생건에 근무 중인 A 씨는 "신임 대표님은 공채 출신 사장님이어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만큼 또 사원들의 마음을 잘 아실 분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신임 대표님 선임을 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 인품이 좋은 분으로 (직원 사이에) 평판이 좋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사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좀 지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신임 대표님이 오셨다는 소식에 다들 들뜬 분위기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신임 대표님이 선임된 뒤 먼저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영상과 글도 올리셨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회사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하시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면서 (직원들) 반응이 더 좋지 않은가 싶다"고 했다. 직원 C 씨는 "대표님이 영상에서 '내 뒷배는 1만2000명의 직원'이라고 하셨다. 요즘 인기인 드라마 '슈룹'의 대사가 떠오르더라"며 "'있는 그대로 마음을 열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나를 위해 일해달라'는 말에 조금 설렜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도 비슷한 기조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 신임 대표의 인사 사실이 공개되자 "구성원 입장에서는 일하기 즐거워질 것 같다" "실무 이해도가 높고 합리적인 분"이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 신임 대표는 부사장 시절인 2016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얼굴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이 신임 대표는 대중의 이목이 쏠린 청문회장에서 시종 담백하게 회사 입장을 피력해 주목받았다. D 뷰티 업체 관계자는 "현재 K뷰티 업황이 좋지 않다. 이 신임 대표가 와도 당장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18년 동안 오직 한 대표 체제로 굳어진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발전적인 힘으로 돌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15 07:00
산업

'뼛속까지 LG우먼' 이정애 LG생건 신임 대표의 만만치 않은 길

18년 동안 한 명의 대표이사(CEO)가 이끌어왔던 LG생활건강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K뷰티 업계는 1위 LG생활건강의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대표가 가진 상징성이 남다를 뿐 아니라,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봉쇄 정책이 이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신임 대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실적부터 챙겨야 한다. 뼛속까지 'LG우먼' LG그룹은 지난 24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차석용 부회장이 맡았던 대표이사에 이정애 음료 사업부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K뷰티 업계 전체가 술렁일만한 소식이었다. 2004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 LG생건을 이끌어 온 차 부회장이 용퇴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였다. 그러나 '차석용 매직'으로 불릴 정도로 매년 상승하던 실적이 내리막길을 탔고, 차 부회장 또한 후배의 길을 터 주기로 결심하면서 이번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차 부회장의 수식어였던 '최장수·최고령 CEO'라는 기록도 멈추게 됐다. 차 부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이정애 신임 대표는 뼛속까지 'LG우먼'이다. 1986년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한 뒤 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의 자리까지 올랐다. 포트폴리오가 견실하다. 36년 동안 생활용품사업부장과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고루 맡아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이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화장품 사업을 책임졌는데 '후' '숨' '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화된 시기였다. 후는 2018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디테일한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를 발탁했다는 입장이다. LG생건 관계자는 "이정애 사장의 성공은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부를 모두 거쳐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말했다. 실적·내부 단속…숙제 산적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당장 지난해 4분기부터 곤두박질치는 실적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LG생건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한 5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5822억원을 기록했다. LG생건의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4분기(1852억원) 이후 5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주력 부문인 화장품 사업이 부진했다. 3분기까지 화장품 사업 누적 매출은 2조3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줄었고, 영업이익은 66.6% 감소한 229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 사업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한 후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쪼그라들었다. LG생건은 부진의 원인을 중국 시장에서 찾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 침체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중국은 LG생건의 매출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빅 마켓'이다. 차 부회장이 불확실성이 큰 중국 시장 대신 기업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북미 진출에 몰두해온 배경이다. K뷰티 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K뷰티 전성기는 옛말이다. 3~4년 전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뷰티 기업들이 죄다 생존을 걱정할 처지"라며 "LG생건도 공격적으로 북미 진출에 몰두했지만, 지금은 세계 경기가 침체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대표에게는 내부 단속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생건은 2004년 12월 이후 차 부회장의 지휘 아래 움직였다. 장수 CEO 체제는 조직이 안정적이고, 리더의 뜻에 따라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 체계 역시 매사 적극적이었던 전임 CEO의 뜻과 방침에 따라 오랜 시간 유지됐다. 달라진 LG생건을 보여줘야 하는 이 신임 대표의 부담이 크다. 단기 실적을 위해 곳곳에 뚫린 인사 공백도 긴 안목을 갖고 채워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산이 몇 번 바뀌었지만, LG생건은 단 한 명의 CEO가 집권했다"며 "새로운 시스템과 틀을 짜야 하는 이정애 신임 대표로서는 만만하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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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차석용 대표 18년만에 퇴진

지난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온 차석용 부회장이 18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은 현재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으로 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이 됐다. 1986년 입사한 그는 생활용품 분야의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이후 어려운 사업환경에서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생활용품 시장 1등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그룹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달아온 차 부회장은 후진에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임기 만료 시점은 2025년 3월이었다. 차 부회장은 취임 이후 매년 실적을 경신하며 '차석용 매직'이라는 수식어까지 만든 인물이다. 매년 인사 태풍 속에서도 7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어 왔고 지난해에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8조9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17년 연속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올해 들어 분기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이번 인사에서 거취가 관심이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인사에서 일본 법인장을 맡은 오상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뷰티 사업부장으로 보임했다. 또 하주열 전략부문장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고 LG경영개발원 권순모 상무가 정도경영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24 11:05
산업

최장수 비오너 CEO 차석용, 20년 대기록도 세울까

국내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중 대표이사 직함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한 전문경영인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2일 ‘2022년 매출 1조 클럽 중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전문경영인 재직기간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올 반기보고서 기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오너 및 친인척 등 특수 관계에 있는 경영자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상장사 231곳 중 대표이사 직함을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CEO급 최고경영자는 모두 32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차석용 부회장은 지난 2005년 1월 1일자로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 부임해 18년간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3월 28일이 임기 만료 시점이라 차석용 부회장이 20년 넘게 같은 회사에서 CEO 자리를 지키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 백우석 OCI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2006년 3월 17일자부터 17년간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회장도 지난 2008년 1월에 처음 대표이사 명함을 받아 올해까지 15년간 CEO직을 이어오고 있다. 김팔수 서희건설 대표이사는 2009년 3월에 CEO 지휘봉을 잡아 올해로 14년간 대표이사를 유지 중이다. 10년 넘게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비오너 경영자는 14명(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 미만의 전문경영인 CEO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대기업 전문경영인 10명 중 4명꼴로 CEO 경력이 2년 이하로 비교적 짧았다. 3~4년차는 88명(32.8%)으로 30%를 상회했다. 전문경영인 중 대표이사 회장 직함을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7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대표이사 경력이 10년이 넘는 전문경영인은 백우석 회장, 한승구 회장 2명이었다. 이외 나머지 5명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병용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고 미등기임원이면서 회장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과 한준호 삼천리 회장 2명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전문경영인은 과거보다 점차 늘고 있다. 젊은 오너 3~4세 경영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경영에 매진해온 전문경영인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3 06:51
산업

삼성·SK·현대차·신세계·CJ에 있고, LG·롯데에 없는 '초알짜 계열사'

삼성·SK·현대자동차·신세계·CJ그룹이 90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벌이고 있는 ‘초알짜’ 계열사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LG와 롯데그룹의 경우 22년 동안 빠짐없이 흑자를 낸 계열사가 없었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빠짐없이 제출하는 35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2000년 이후 한 분기도 빠지지 않고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은 10곳이었다. 신세계와 현대모비스·CJ ENM·SK텔레콤·고려아연·KT&G·한섬·에스원·유한양행·국도화학으로, 이들 기업은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90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이번 집계는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에스원이 포함됐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5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어 아직 90분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SK그룹 계열사로 이동통신 분야 국내 1위를 지키면서 흑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 부품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2000년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가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은 방송과 콘텐츠 등을 담당하고 있는 CJ ENM이 지난 22년 동안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계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4위 LG그룹의 경우 90분기 연속 흑자행진 계열사는 없지만 창립 이후 줄곧 흑자를 낸 계열사를 갖고 있다. 바로 차석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LG생활건강으로, 8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계열사 한섬이 90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 현대백화점이 창립 이후 79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이 유일하게 ‘초알짜’ 기업에 포함됐다. 2000년 이후 평균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네이버인 것으로 조사됐다. 82분기 동안 평균 영업이익률이 39.8%에 달했다. 엔씨소프트가 84분기 동안 36.1%의 영업이익률로 뒤를 이었다. KT&G도 90분기 동안 35.3%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진단업체 씨젠은 50분기 동안 26.8% 영업이익률로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이어 키움증권(73분기·20.8%), 신한카드(58분기·20.5%) 순이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2 07:02
산업

임기 중 시총 증가 1위 CEO는 LG화학 신학철…감소 1위는 삼성전자 한종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재임 기간에 시가총액을 가장 많이 증가시킨 최고경영자(CEO)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16일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 270곳을 대상으로 현직 CEO 398명의 재임(취임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기간 시총 증감 현황을 발표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재임 기간에 시총을 20조7894억원이나 끌어올려 1위에 올랐다.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올라선 2019년 3월 15일 LG화학의 시총은 26조1545억원이었지만 지난 12일 기준으로 46조9439억원까지 치솟았다. 신 부회장은 재임 기간 전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반면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은 재임 기간에 시총이 10조4130억원 감소했다. 기아와 현대차의 CEO들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기아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과 송호성 사장은 각 2배 이상 시총을 증가시키며 이 부문 2, 3위에 올랐다. 기아 시총은 최 부사장이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20조4506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율은 157.9%였다. 송 사장이 2020년 6월 대표이사를 맡은 뒤로는 18조7683억원이 증가했고, 증가율은 128.3%에 달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4위에 올랐다. 정 회장이 2019년 3월 CEO로 취임했을 때 현대차의 시총은 26조3880억원이었지만 전기차 판매 강세 등에 힘입어 41조8790억원으로 15조4909억원이나 늘었다. 이어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12조7247억원↑)과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대표이사(11조3732억원↑)가 5, 6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연인 사장의 경우 시총 증가율이 1640%에 달했다. 재임 기간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은 CEO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2004년 12월 취임 당시 4373억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시총은 지난 12일 11조4325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이 무려 2514.3%나 된다. 반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사람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올해 2월 공식 취임 당시 439조9730억원이던 삼성전자의 시총은 12일 기준 359조3809억원으로 80조5921억원 감소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 부문 2위 불명예를 안았다. 박 부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SK하이닉스의 시총은 29조9937억원이나 줄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대표이사(10조9452억원↓), 최수연 네이버 대표(10조4171억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8.17 07:02
산업

'아모레는 횡령, LG생건은 추락'…K뷰티 수장 서경배·차석용의 복안은

K뷰티의 대들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나란히 흔들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은 뷰티 대기업 중 처음으로 내부 직원이 35억원 규모의 횡령사고를 저지르면서 리더십 및 총체적 조직 기강이 도마에 올랐다. LG생활건강(LG생건)은 불과 반년 전만해도 '황제주'로 불리며 뷰티 기업의 자존심을 세웠으나, 지금은 주가가 절반 가까이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업계는 두 기업의 수장이자 K뷰티 업계의 거목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는 최근 영업사원 3명의 35억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들 3명은 납부해야 할 대금을 착복하거나, 허위 견적서나 세금 계산서를 발생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수년간 각각 따로 동일한 범행을 저지르면서 불법 도박 및 주식·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 등에 써 충격을 안겼다. 아모레는 내부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횡령 대금 중 대부분을 회수하고 내부 징계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K뷰티의 간판인 아모레의 위상에는 금이 갔다. 횡령한 돈으로 불법 도박과 주식 투자를 감행한 직원이 다수라는 점도 아모레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오너 기업의 한계인 '지연'의 문제도 거론된다. 횡령을 저지른 직원 3명 중 1명의 부친이 과거 아모레 전신 태평양에서 시판·방문판매·마케팅 부문 부사장과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인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모레는 취업준비생 사이에 '가고 싶은 직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채용 시 꼼꼼한 평가로도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횡령 및 각종 불법적 행태를 저지를 정도의 직원이 본인만의 역량으로 뽑혔겠느냐에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모레 관계자는 "횡령 액수를 떠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영업을 보장하되 불법 행위에 빠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LG생건은 끝없이 미끄러지는 주가로 마음고생 중이다. 지난해 7월 1일 178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7일 종가 기준 71만3000원까지 추락했다. 무려 100만원 이상 주가가 내려앉으면서 투자자 사이에는 "강제 액면분할을 당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LG생건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및 면세 채널 약화를 주가 추락의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생건의 럭셔리 브랜드 '후'가 중국에서 브랜드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는 지난해 전체 화장품 사업 매출인 4조4414억원 중 66%(2조92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2%에 달했으나,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생건의 1분기 실적은 중국에서 후의 브랜드 파워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 다른 브랜드 실적과 비교해봐도 후는 납득하기 어려운 매출"이라고 했다. LG생건은 중국에 치우친 매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북미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10~20대 사이 인기가 많은 미국 뷰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1억2000만 달러(약 1484억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의 시스템, 차석용 부회장은 '넥스트 후'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K뷰티 대표 수장인 두 사람이 어떤 해결책을 꺼내 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5.30 07:00
경제

일흔에 7번째 연임…차석용 LG생건 회장의 만만치 않은 임인년

올해 나이 일흔을 맞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7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차 부회장은 '최장수·최고령 CEO'라는 타이틀을 또 한 번 이어가게 됐다. 업계에서는 "당연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16년간의 압도적인 실적을 볼 때 이상할 것 없는 연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파격'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유행의 최전선에 선 뷰티 업의 특성이나 최근 젊어진 LG그룹의 사장단 인사 추세를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입지전적인 7회 연임 LG생건은 지난달 28일 제2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차 부회장은 2005년 1월 LG생건을 이끌기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CEO를 맡고 있다. 차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7번째 연임을 공식화하면서 2025년 3월까지 재임한다. 만약 3년을 모두 채운다면 차 부회장은 LG생건에서만 20년 동안 CEO를 맡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대기업 전문경영인,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뷰티기업에서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평가다. 차 부회장의 장수 비결은 단연 실적이다. LG생건은 2000년대 초까지 아모레퍼시픽(아모레)에 이은 '만년 2등'으로 통했다. 그러나 LG생건은 차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2005년 매출 9678억 원, 영업이익 704억 원에 그쳤던 LG생건은 2021년 매출 8조915억 원, 영업이익 1조2896억 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K뷰티 대장 자리도 꿰찼다. LG생건은 2017년 아모레가 사드 후폭풍으로 휘청거리던 틈을 타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2016년 매출 1조 원에 이어 2018년 2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이 됐다. 칠순의 나이가 뷰티 기업을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회사 임직원 사이에 차 부회장은 평소 '남과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CEO'로 통한다. "이제는 평범하고 무난한 콘셉트는 잘 보지도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차 부회장이 오후 4~5시면 퇴근해 번화가를 돌며 트렌드를 읽고, 다양한 잡지를 섭렵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최근 LG생건이 인수·합병(M&A)에 뛰어들거나 새롭게 선보인 사업만 봐도 차 부회장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LG생건은 지난해 8월 미국 프리미엄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인수했다. 알틱폭스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미국 내 젊은 세대 사이에 가장 핫한 브랜드로 꼽힌다. 100% 비건, 마이너리티를 향하는 알틱폭스의 정체성은 LG생건 같은 경직된 대기업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차 부회장은 알틱폭스를 사들이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 4분기 출시를 예고한 초소형 미니 타투(문신) 프린터 '프린틀리',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 'LG CHI 컬러 마스터' 등도 역시 차 부회장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못지않은 센스가 발휘된 제품군으로 꼽힌다. 험난한 임인년 '매직'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차 부회장에게도 임인년은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장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중국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LG생건은 지난해 4분기 면세점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업계에는 LG생건이 중국 보따리상들의 무리한 할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이 나온다. 그 사이 주당 100만 원 이상을 웃돌던 '황제주'의 자존심도 상처 입었다. 2021년 1월 1일 125만8000원이었던 LG생건의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86만8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IB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소비 위축으로 LG생건의 올 1분기 실적도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기저 부담으로 인해 중국 화장품 시장 내 LG생건의 점유율 상승세가 점차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면세점 매출이 당초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면세 실적 우려 또한 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의 예전만 못한 뒷심이 뼈아프다. 업계 관계자는 "후는 사드 후폭풍 속에서도 LG생건 실적을 이끄는 효자였다. 그러나 후가 화장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만큼 리스크도 늘었다"고 말했다. 후는 지난해 매출 2조9200억 원을 거뒀다. 화장품 사업 매출(4조4414억 원)의 약 66%에 달하는 수준이다. LG생건 전체 매출로 따지면 약 36%로 파악된다. 차 부회장은 중국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북미를 공략하고 있다. 꾸준한 M&A로 피지오겔, 알틱폭스 등을 인수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LG생건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서 2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알틱폭스의 디지털 자산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생건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창엽 부사장을 사업본부장(COO)으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LG생건의 북미 시장 영역 확대를 수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차 부회장처럼 P&G 근무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부사장을 차세대 리더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며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차 부회장으로서는 북미 시장 성공을 가늠할 임인년이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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