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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IS] '천문', 멜로장인 허진호와 연기장인 최민식X한석규가 만나면
다신 없을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졌다.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과 연기 장인 최민식, 한석규가 만난 덕분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26일 개봉해 연말 대작 전쟁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이 영화는 조선 최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세종 24년의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한 순간에 역사에서 사라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그 상상력은 브로맨스라는 지금껏 접하지 못한 신선한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최민식은 장영실을 연기한다. 세종과 함께 조선만의 시간과 하늘이라는 같은 꿈을 꾸며 신분을 넘어선 관계를 맺었지만, 어떠한 이유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최민식은 열연으로 담아낸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새로운 최민식을 접할 수 있다. 몸 개그를 망설이지 않고 때론 반짝 반짝 빛나는 눈으로 세종을 올려다보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최민식이라는 무게감 대신 장영실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에 몸을 맡긴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할을 맡은 바 있는 한석규는 8년 만에 다시 세종으로 분한다. 장영실의 재능을 알아보고 정5품 행사직을 하사,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곁에 두고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천문 사업을 펼치는 의로운 임금이다. '뿌리깊은 나무' 속 세종과 같은 듯 다르다. 보다 깊고 진하다. 강인한 임금이었으나 그 이면에 숨겨진, 근심으로 주름진 얼굴까지 연기했다. 열연하는 한석규의 모습에서는 새로운 섹시함까지 느껴진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평범한 사극일 것이라 예상한다면 극장에서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가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그만의 특색으로 인정받아온 허진호 감독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도 등장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최민식과 한석규,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가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허진호 감독의 내공이다. 현재 극장가는 '백두산' 세상이다. 일주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차곡차곡 누적관객수를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캣츠'와 '시동'이 2인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이처럼 뜨거운 전쟁터에 출전한다. 경쟁작들과는 다른 색깔로 승부한다. 허진호 감독과 최민식, 한석규가 만들어낸 새로운 브로맨스 사극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2.26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