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태권V' 이대훈 "벌크+파워업 앞세운 세계선수권, 무조건 金"
"최선만 다하면 안 되죠.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이에요."태권도 남자 국가대표 이대훈(27·대전시체육회)이 개인 통산 네 번째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이대훈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2019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15~19일) 남자 68kg 급에 출전한다. 준결승을 통과하면 이틀 이후 결승 무대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이던 2010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돼 10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세계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꺼운 한국 태권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 기간 그는 좀처럼 넘보기 어려운 화려한 성적을 쌓았다.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세 개의 금메달(2011·2013·2017년)을 딴 것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왕중왕전 격인 월드그랑프리(GP) 파이널에서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개인 통산 네 번이나 WT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대훈은 앞서 두 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은메달(2012 런던올림픽)과 동메달(2016 리우 올림픽)만 하나씩 땄다. 이번 대회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의 전초전 격이다. 이대훈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마음가짐을 전했다."올림픽 직전에 열리다 보니 각국의 센 선수들이 총출동해요. 대표팀마다 새로운 얼굴도 선보일 것이고요.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내년 올림픽이 목표잖아요. 그래서 이번 대회 결과가 더 중요해요. 아무래도 다른 때보다 더 긴장해야 할 것 같아요." 이대훈은 한 번도 출전하기 어렵다는 세계 대회에 벌써 다섯 번째 출전이다. 2011년 경주와 2013년 푸에블라(멕시코) 대회 2연패(이상 63kg 급)를 달성한 이대훈은 2015년 첼랴빈스크(러시아) 대회 같은 체급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68kg 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한 2017년 무주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첫 세계선수권은 정말 뭣 모르고 뛰어든 것 같아요. 첫 도전에 우승해 버렸으니 긴장하거나 부담을 느낄 겨를이 없었어요.(웃음) 지금은 달라요. 다섯 번째 출전이다 보니 떨리지는 않아요. 큰 무대지만 자주 나가서 익숙해졌거든요. 대신 부담감은 커진 것 같아요. 오히려 갈수록 심해진다고 할까요.(웃음)" 이대훈은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말 그대로 완전체인 '태권도 V'에 다가선다. 리우 올림픽 이후 그는 태권도선수들에게는 낯선 상체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비결은 '턱걸이'. 처음엔 철봉에 무작정 매달리기만 하다가, 버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이다."처음엔 턱걸이를 한 개도 제대로 못했어요.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도 10초씩 매달렸어요. 제가 어딘가를 가면 동료들이 '또 철봉 하러 가냐'고 농담할 정도로 철봉과 씨름했어요.(웃음)" 태권도 규칙이 변경되는 행운도 따랐다. WT는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고자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손으로 미는 행위'를 허용했다. 상대를 밀어내거나 버틸 만큼 상체 힘이 있으면 벌어진 공간을 파고들어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벌크업'까지 성공해 손과 팔은 물론이고 상체 힘까지 극대화했다. 웨이트트레이닝 시간을 늘려 상체 근육을 더 두껍고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철봉할 때도 턱걸이에 그치지 않고 상체까지 봉 위로 끌어올렸다.그러면서도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심폐 운동을 병행했다. "요즘 몸이 커진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예전엔 상의 105사이즈를 입었는데, 요즘은 110사이즈를 입거든요, 기존에 딱 맞았던 옷은 작아졌고, 조금 넉넉했던 옷은 딱 맞고요. 스피드는 유지하면서 파워 업한 덕분이죠.(웃음)" 이대훈은 한국체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재원인 동갑내기 안유신씨와 이번 대회가 끝난 뒤인 오는 25일 결혼식을 올린다. 그는 "결혼 준비에 힘을 쏟지 않고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라면서 "5월의 신부에게 금메달을 안기고 싶다"라며 활짝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5.16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