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연탄배달, 충주성심 야구부 초청…LG, 이토록 ‘뜨거운 겨울’
LG의 겨울이 훈훈하다. 비시즌을 이용해 봉사활동에 나선 구단이나 선수들은 왕왕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몇 년간 꾸준히 남을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LG는 박용택(34)과 이병규(39)가 앞장서 3년째 연탄배달과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고참들의 제안에 선수단도 기꺼이 동참하며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가고 있다. LG의 연탄 배달은 박용택이 지난 2011년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받고 "함께 연탄을 나르는 건 어떨까요"라고 수상소감을 밝힌 뒤 시작됐다. 그해 사비를 털어 연탄을 기부하고 팬들과 함께 배달에 나섰다. 이듬해에는 주장 이병규가 선수단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선수단 전체가 참여하게 됐다. 올해도 1만장의 연탄을 기부한 LG 선수단 70여명은 지난 3일, 서울시 성북구에서 팬 30명과 함께 가구당 200장씩 18가구에 총 360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2014 신인부터 팀내 최고참인 투수 류택현(42)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연탄을 날랐다. 지난해에 비해 언덕과 계단이 더 많은 고난도 코스였지만 보람을 한 가득 얻고 돌아왔다. 박용택은 "이런 활동을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뿌듯함이 생각 이상이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좋은 일을 함께 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박용택은 "누구든 시작이 어렵지 않나. 어린 선수들도 이렇게 팀으로 함께 참여하다보면 스타 선수가 된 뒤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게 뜻깊다"며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의미를 전했다.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은 지난 4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병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병규는 2011년 영화 '글러브'를 본 뒤 영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성심학교 야구부를 당시 팀의 막내였던 투수 임찬규(21)와 함께 찾았다. 그는 "영화를 보고 후배들이 궁금했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선수들이 나를 어려워 할 것 같았다.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어린 찬규를 함께 데리고 갔다"며 웃었다. 이병규는 그 자리에서 "내년에는 잠실로 초대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매년 지켜오고 있다. 4일 잠실구장에서는 이병규와 박용택을 비롯해 이진영·손주인 등 10명의 선수들이 나와 2시간 동안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친 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야구'로 이어진 이들에게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병규는 "야구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 같은 선수이기 때문에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서로 다 안다"고 했다. 박용택도 "야구는 말이 필요없는 운동이다"며 웃은 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선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야구 꿈나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잠실을 찾은 박정석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부장은 "아이들이 손꼽아 이날만 기다렸다. TV에서 보던 프로선수들이 '너처럼 하는 건 프로선수도 쉽지 않다'면서 격려를 해주니 아이들이 더 용기를 얻고, 좋아했다"며 "이렇게 몇 년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선수가 거의 없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병규는 "선수들이 다 같이 기쁘게 한 일이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했을 일"이라며 멋쩍어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선수들과 일반인분들도 도움을 주실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훈훈한 겨울을 보내며 선수들의 마음도 더 뜨거워졌다. 손주인(30)은 "단체로 이런 봉사활동을 해보는 건 정말 오랜 만이다. 좋은 일이라 더 기분 좋게 했다. 성심학교 친구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며 웃었다. 김주희 기자 juhee@joongang.co.kr
2013.12.05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