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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아우슈비츠의 사과 소녀, 관객의 심금을 울리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관객들이 몰리고 연일 SNS에 이 영화에 대한 감상 후기가 오르면서 지적 호기심, 역사의식, 정치적 올바름을 다룬 영화가 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5일 개봉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19일까지 약 12만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매출액으로는 11억8000만 원 가량을 벌어 들였다. 이런 류의 영화로는 소위 대박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난 2020년에 개봉됐던 프랑스 예술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흥행기록 15만 명을 넘어서거나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영화가 15만명을 모은다는 것은 ‘파묘’가 500만을 모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1940~1945년 사이에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다룬다. 이때 유대인 400만명이 죽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경악시킨 것은 수용소 내부가 아니라 수용소 담장 밖,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의 관사 풍경을 그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대인 학살의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수용소장의 조용한 가정은 어떻게 유지됐으며, 정원은 어떻게 관리됐고, 아이들은 어떻게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는가, 회스 중령의 가족은 얼마나 평화로운 삶을 즐겼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독일의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얘기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건 철학자의 반어법일 뿐이라는 것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악은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매우 비범하고 정교하고 그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가스실에서 한번에 400명씩 죽어 나가더라도)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철면피 여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이런 얘기들이 지금 SNS에 넘쳐나고 있고 영화를 본 반응들, 정당한 역사적 울분들이 이 영화의 흥행에 가솔린을 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한 소녀의 모습이다. 이 소녀는 어두운 밤에 수용소 철조망이나 담벼락 어딘가에 먹을 것을 숨겨 놓고 다니는데, 마음을 울리는 느낌이 너무 리얼해서 숨이 막힐 정도다. 실제로 이 ‘사과 소녀’는 아우슈비츠 유대인들을 위해 한밤중에 먹을거리를 몰래 숨겨뒀던 실존 여성을 소재로 한 캐릭터라고 한다. 이 소녀는 그 위대한 영웅적 행동의 답례로 한 유대인이 직접 작곡한 노래 악보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이 폴란드 사과 소녀의 실명은 알렉산드라 비스트콘-코워지이칙으로 당시 18살이었다. 이 소녀는 2016년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영화 속 ‘사과 소녀’가 사는 집과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모두 실제 고인의 집과 자전거다. 아이가 몰래 전달받은 악보는 요제프 뵐프가 작곡한 것으로 제목은 ‘햇살’이다. 사과 소녀와 햇살, 희망을 등치시킨 곡이다. 요제프 뵐프와 ‘햇살’ 모두 아우슈비츠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이 ‘사과 소녀’ 캐릭터는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헨델과 그레텔’를 읽어 주는 장면과 대구(對句)를 이루며 선악의 극명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레텔도 한 밤중에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 조각으로 표시했는데 사과 소녀가 먹을 것을 감추면서도 유대인들이 그걸 잘 찾아내게끔 하는 모습은 실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이런 대목은 감독 조나단 글래이저의 연출이 얼마나 섬세하면서도 면도날처럼 모든 것에 정확한 역사적, 심리적 근거를 만들어 내려 했는 지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글래이저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탄 것은 오히려 모자란 감이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칸 황금종려상에 절대로 모자란 작품이 아니다.특이한 것, 그래서 더욱 더 전율스러운 것은 조나단 글래이저가 영화 속 모든 것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공간과 똑같이, 기계적이라고 할 만큼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해 냈다는 것이다. 수용소 관사 촬영이 허가를 못 받아 근처에 똑 같이 만들기도 했는데 그 미장센, 소도구나 미술, 색감 등등은 기록 영상과 사진을 토대로 회스 사령관 가족이 살던 집과 정원의 풍경 그대로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 주제의식도 주제의식이지만 미술 프로덕션, 음향 등 연출 외적 요소의 탁월함으로도 극찬을 받고 있다. 루돌프 회스는 종전 후 숨어 지내다 발각돼 체포된 후 교수형으로 처형됐다. 루돌프의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는 끝까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했지만 남편이 헝가리로 전출을 가 거기서도 유대인 학살 작전을 기획한 후 헤트비히에게 전화로 “이번 일은 회스 작전이야 당신도 회스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내도 모든 일을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헤트비히 회스는 80 대에 자연사했다.지식과 역사, 정치와 경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가 돈이 되는 시대다. 큰 돈을 들여 큰 돈을 벌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을 고집할 것인가. 올바르지만 적게, 차곡차곡 버는 길을 택할 것인가. 작금의 한국 영화계가 놓인 고민의 갈림길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6.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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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미키17’이 워너가 마음에 안 들어 연기한다고? 사실은..[전형화의 직필]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미키17’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개봉이 연기된 게 처음에는 칸영화제를 겨냥한 큰 그림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워너브라더스 홀대론까지, 말과 말이 쌓여 더 큰 말들을 만들고 있다.참다 못한 봉준호 감독이 작정하고 입을 열었다. 봉 감독은 지난 9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 ‘저주받은 아이들’ 관객과의 대화에서 “잘못된 기사들이 자꾸 나와서, 오보들이 나와서 속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이틀 전 미국매체 월드오브릴에서 현지 영화기자 다니엘 리치먼의 말을 빌려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키17’을 공개하고 싶어했으나 워너브라더스 측이 봉 감독의 감독판을 못마땅하게 여겨 내년 1월로 개봉이 미뤄지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스튜디오에서 봉 감독에게 조금 더 대중적인 버전으로 최종본을 편집하길 요구했으나 봉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해당 매체는 ‘미키17’ 감독판이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을 예정이라고까지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이 국내에도 전해지면서 영화팬들 사이에 일파만파되자 봉 감독이 직접 정정한 것.봉준호 감독은 “애초부터 저는 그 영화를, 디렉터스 파이널 컷(감독 편집본)으로 계약을 했고, 저의 편집본으로 작년 11월에 잘 마무리 되서 끝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스튜디오(워너브라더스) 분들도 되게 점잖은 분들이어서 상호 존중 하에 영화가 잘 끝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또 봉준호 감독은 “그래서 이제 마케팅 시작, 홍보 시작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정상적으로 내년 1월에 개봉이 되는 건데”라며 “미국의 어느 그, 모르겠어요. 잘 알 수 없는 인터넷 매체에서 자꾸 이상한 추측성 기사를 내는데, 또 한국 영화 사이트에 옮겨져 오다 보니까. 자꾸 주변에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봐요”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2019년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한 이후 내놓는 첫 작품이다.에드워드 애쉬튼의 소설 ‘미키7’을 각색한 영화로 얼음 세계 니플하임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파견된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익스펜더블의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 톱스타 로버트 패틴슨,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해 전세계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았다.하지만 지난 1월 미국 버라이어티에서 올해 3월29일 개봉이었던 ‘미키17’ 개봉이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연기됐다고 보도한 뒤 각종 설이 난무했다. 국내 영화계에선 ‘미키17’ 개봉 연기가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대를 부풀렸는데, 정작 워너브라더스가 북미에서 내년 1월31일, 한국에선 1월29일 개봉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그런 기대가 이내 짜게 식었다. 이후 버라이어티에서 워너브라더스에서 봉준호 감독 버전에 대한 반응이 안 좋았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1월말 개봉은 한국은 설시즌이라지만 미국은 비수기가 아니냐며 홀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보도들이 이어지자 봉 감독은 지난 4월14일 내한한 조지 밀러 감독과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관객과의 대화에서 “’미키17’ 후반작업을 사실상 지난해 11월 마무리했으며, 리터치 등 후속 작업만 하고 있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홀대론이 이어지자 직접 입을 연 것이다.사실 ‘미키17’ 개봉 연기 소식은 지난 1월 버라이어티에서 처음 보도되긴 했으나, 국내 영화계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봉준호 감독 지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후반작업 일정이 안 맞아 개봉이 연기될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할리우드에선 영화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들어가기 전 촬영본에 락(접근금지)을 걸어둔다. 이후 해당 촬영본을 언제까지 편집해야 한다는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그 편집이 끝나면 CG 등 후반작업이 언제까지 진행돼야 한다는 데드라인이 역시 정해져 있다. 감독마다 계약조건이 다르긴 한데,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 밝혔듯이 애초 감독편집본으로 개봉한다고 계약했기에 파업 여파로 미뤄지긴 했지만 해당 일정을 정해진 시간 안에 적확히 마쳤다. 파업 여파로 일이 미뤄졌을 때는 봉 감독은 국내에서 늘 그랬듯 즐겨 가는 커피숍에 가서 하루 종일 글을 썼다. 그 커피숍에 우연히 갔던 봉 감독과 친분이 없는 한 후배 감독이 그 광경을 보고 차마 인사는 못하고 돌아와서 자신을 크게 돌아봤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그 와중에도 아끼는 후배인 영화 ‘잠’ 유재선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선배 감독이 재능 있는 후배 감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자기 일처럼 직접 발품까지 파는 경우는 드문 터라, 지인들 사이에선 “저러니 복을 받지”란 말도 돌았다. 봉 감독은 그렇게 어떤 말들이 떠돌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자기 영화를 세상에 선보일 날을 꼼꼼히, 아주 꼼꼼히 준비하고 있었다.다만 봉준호 감독은 과거 ‘설국열차’ 미국 개봉 당시 미국 배급사 대표 하비 와인스타인의 악명 높은 가위질에 당한 전례가 있어서, ‘미키17’은 특히 감독편집본을 처음부터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오스카 위너’ 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 감독편집본이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할 것이란 보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 ‘미키17’ 개봉을 준비하는 한편, 차기작인 애니메이션 준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키17’ 개봉을 기다리는 건, 그 누구보다도 봉준호 감독 자신일터다.믿고 기다리고 보는 감독이란 말에 ‘봉준호’ 이름 석자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차분히 기다리면 보면 봉준호의 매직이 스크린에 구현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6.11 11:59
영화

손석구 주연 단편영화 ‘밤낚시’…6월 14일 개봉·티켓 단돈 천 원

배우 손석구가 숏폼 스타일 독창적인 단편영화 ‘밤낚시’로 관객과 만난다.배급사 CGV는 27일 ‘밤낚시’의 오는 6월 14일 CGV 단독 개봉을 확정 짓고, 1차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밤낚시’는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자동차의 시선’을 담아 촬영한 새로운 시도의 영화이다. 러닝타임 12분 59초가 특징이며 숏폼처럼 빠르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스낵 무비’로 단 1천원에 관람할 수 있다. ‘밤낚시’의 공동제작과 주연을 맡은 배우 손석구는 ‘범죄도시2’, ‘댓글부대’, 넷플릭스 ‘D.P’, 드라마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손석구는 이번 작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낚기 위한 원맨 액션 연기부터 특유의 날 선 눈빛 연기와 카리스마까지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줄 예정이다.더불어 ‘세이프’(2013)로 한국 최초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이 독창적인 기법으로 단편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촬영에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의 조형래 촬영 감독이 참여해 전에 없던 촬영 방식을 선보인다. 공개된 ‘밤낚시’ 1차 포스터는 어딘가 긴장한 듯한 모습의 주인공(손석구)이 어둠 속 자동차 안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며 스릴러적 장르를 암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밤낚시’의 독특한 촬영 기법을 단번에 확인해 볼 수 있다. 30초의 짧은 예고편에서는 자동차 안팎으로 비춰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독특한 화각과 질감으로 담고 있어 이색 볼거리를 예고한다.‘밤낚시’는 오는 6월 14~16일과 6월 21~23일 2주 간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5.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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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베이커 ‘아노라’,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영예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Anora)가 올해 칸 영화제 주인공이 됐다.25일(현지시간)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가운데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아노라’가 호명됐다.미국인 감독 작품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건 지난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의 테렌스 맬릭 감독 이후 13년 만에 처음. 션 베이커 감독은 앞서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고, ‘레드 로켓’(2021)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아노라’는 이국적인 댄서와 러시아 신흥 재벌의 정신 없는 로맨스 소동극을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 영화 매체가 매긴 평점을 바탕으로 산정하는 스크린데일리 별점에서 최고점에 가까운 3.3점을 받는 등 프리미어 상영 이후 호평을 끌어낸 작품이다.심사위원장인 그레타 거윅의 호명으로 무대에 오른 베이커 감독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며 “이 상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성 노동자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가져갔으며, 감독상은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연출한 미겔 고미쉬 감독이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Kind of Kindness)의 제시 플레먼스에게 돌아갔으며, 여우주연상은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의 아드리아나 파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가 이례적으로 공동 수상했다. 이 작품은 이날 심사위원상 트로피도 챙겼다.또 각본상과 황금카메라상의 영예는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의 코랄리 파르자, 핼프댄 울만 퇸델 감독의 ‘아르망’에 돌아갔다.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The Seed of the Sacred Fig)로 영화제를 찾았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특별 각본상을 받았다. 이란 감독인 그는 이 영화에서 여배우들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8년 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은 뒤 이란에서 탈출해 유럽으로 망명한 상태다. 라술로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란 국민들은 정부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다”면서 이란에 체류 중인 제작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한편 제77회 칸 국제영화제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작품은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아 상영회를 열었다. 이 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가 칸 클래식 섹션,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가 전 세계 영화 학교의 단편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초대받았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5.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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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X천우희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는 ‘기생충’이 보인다 [줌인]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기생충’이 보인다. 지난 4일 첫 방송한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 복귀주(장기용)가 마침내 운명의 여자 도다해(천우희)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다. 배우 장기용과 천우희, 고두심, 수현 등이 출연한다. 방송 전에는 장기용의 전역 후 첫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방영 후에는 우울증, 불면증, 비만, 휴대폰 중독 등 현대인에게 흔히 보이는 질병을 초능력이라는 소재와 같이 엮어 내용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행복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복귀주는 우울증으로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복만흠(고두심)은 예지몽 능력이 있으나 불면증이 생겨서 예지몽을 꾸지 못한다. 복귀주의 누나인 복동희(수현)는 비행 능력이 있지만 비만이라서 날지 못한다. 특별한 초능력을 가졌지만 평범한 현대인과 다를 바 없는 결핍과 고민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첫 방송부터 3회까지 전국 기준 시청률 2% 후반대에서 3%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4회 4.0%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시청자들 사이에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가 영화 ‘기생충’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며 흥미를 드러내고 있다. 초능력을 갖고 있던 부잣집이지만 현대병으로 그 능력을 잃은 복귀주(장기용) 가족 속으로 찜질방에서 생활하던 도다해(천우희) 일당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잠입하는 모습이 ‘기생충’에서 가난한 기택(송강호) 가족이 부유한 동익(이선균) 가족들에게 기생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것.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상류층과 하류층, 두 가족의 만남을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기생충’처럼 상류층과 하류층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상류층 가족으로 잠입하는 하류층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부잣집으로 잠입하는 모습도 유사하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마사지숍 직원인 도다해는 복귀주 엄마인 복만흠(고두심)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차에 수면제를 탄다. 도다해는 불면증이 있는 복만흠의 숙면을 도와주는 척하며 가장 먼저 신뢰를 얻는다. 결혼 사기를 위해 복귀주를 유혹하려는 도다해를, 그 일당들이 전력을 다해 돕는 모습도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차례로 동익 가족 속으로 미술교사,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로 들어가, 어느새 그들 가족 속에 머물게 된 것과 흡사하다. 다만 초반 전개는 비슷하지만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는 ‘기생충’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부자 집안에 들어가서 돈을 가로채려는 서사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기생충’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것은 맞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방향성이 반대로 향한다”고 짚었다. 이어 “‘기생충’의 경우 갈등이 고조되어 마지막에 폭발하는 반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상류층 집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한 인물에 의해 해소되며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수진 인턴기자 sujin06@edaily.co.kr 2024.05.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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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칸行 '베테랑2', CJ ENM 자존심 이어 실적까지 살릴까 [줌인]

‘베테랑2’가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CJ ENM에도 화색이 도는 모양새다. 투자·배급사로서 체면을 살린 건 물론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앞선 11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베테랑2’를 다음 달 개막하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장르 영화가 소개되는 비경쟁 부문이다.이번 칸 초청장으로 가장 크게 웃은 건 투자·배급사 CJ ENM이다. 지난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으로 칸과 연을 맺은 CJ ENM은 ‘밀양’(2007년), ‘박쥐’(2009년), ‘아가씨’(2016년), ‘기생충’(2019년), ‘브로커’(2022년), ‘헤어질 결심’(2022년) 등 지금까지 총 14편의 작품을 칸에 진출시켰다. 특히 지난 2019년엔 ‘기생충’으로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 국내 영화들이 올해는 칸영화제에 초청받지 못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업계에서는 CJ ENM의 ‘칸 행보’도 끊길 것이란 이야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베테랑2’가 올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칸의 초청을 받으며, CJ ENM은 K무비 선두 주자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CJ ENM은 지난해 전년 대비 8.85% 감소한 4조3684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약에 힘입어 음악 사업이 고성장했음에도 불구, 영화·드라마 부문이 연이어 손실을 낸 까닭이다.실제 지난해부터 올 1분까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경쟁사들이 1000만 축포를 터뜨리는 동안 CJ ENM의 작품들은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결국 CJ ENM은 영진위가 발표한 ‘2023년 전체 영화 배급사별 매출액 및 관객 점유율 순위’ 6위에 오르는 굴욕을 맛봤고, 지난해 초 10만원대를 터치했던 주가는 40% 이상 빠지며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베테랑2’의 ‘칸 초청작’ 타이틀은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고무적이다.우선 해외 선판매에 따른 수익 발생이 기대된다. ‘베테랑2’가 초청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은 비경쟁 부문이지만, 장르적 색채가 짙고 상업적 흥행 가능성이 큰 작품들을 주로 초청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다. 칸 초청작들이 현지 필름 마켓을 통해 체결하는 계약 건수는 대개 100개를 웃도는 수준. 지난해 CJ ENM이 칸에서 선보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원제 ‘사일런스’) 역시 140개국 이상 판매되며 개봉 전부터 수익을 올렸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칸 마케팅’ 효과에 따른 흥행이 예상된다. 영화마다 차이는 있으나 그간 초청작 대다수가 화제성 면에서 칸의 후광을 누렸다. 최근 몇 년만 살펴봐도 ‘아가씨’, ‘부산행’, ‘공작’, ‘기생충’, ‘헌트’ 등이 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산행’, ‘공작’, ‘헌트’는 ‘베테랑2’와 동일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초청작이다.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칸 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베테랑2’를 소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해 온 CJ로서는 이번 ‘베테랑2’의 칸 초청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한편 ‘베테랑2’는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속편으로, 더욱 노련해진 서도철 형사와 강력범죄수사대에 닥친 새로운 위기를 그린다. 전편에 이어 황정민, 오달수, 장윤주 등이 출연하며 정해인이 빌런으로 합류했다. 국내 개봉은 올겨울이 유력하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4.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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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와 39회 산타바바라영화제 감독상

영화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또 한 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최근 열린 ‘제39회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추락의 해부’는 칸영화제, 골든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모두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포함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유수 영화제를 휩쓸고 있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추락의 해부’와 ‘플라워 킬링 문’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라 이번 공동 수상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지난달 31일 개봉해 7만 관객을 돌파한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를 중심으로 밝혀질 사건의 전말에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다. 제76회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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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IS] ‘추락의 해부’ 개봉 15일 만에 6만 관객 돌파

영화 ‘추락의 해부’가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추락의 해부’는 개봉 15일차인 이날 누적 관객 수 6만을 돌파했다.‘추락의 해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의 이야기를 그렸다.‘추락의 해부’는 ‘과연 그녀가 남편을 죽였나’라는 질문에 직접 답을 내릴 수 있도록 152분간 질주한다. 영화 속 법정에 앉은 배심원들처럼 관객들이 각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함께 판단을 내리게 된다.6만 관객을 돌파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압도적 걸작 ‘추락의 해부’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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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떻게 할리우드를 삼켰나

인연(因緣)은 관계와 다르다. 관계란 맺으면 생기고 끊기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인연은 그렇지 않다. 관계가 생기기 전과 후를 포괄한다. 만날 사람은 언젠간 만나게 돼 있다는 표현을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바로 이런 ‘인연’에 대한 영화다. 한국에서 태어나 12살까지 이곳에서 자란 셀린 송 감독은 캐나다에 가서도 여전히 이어진 한국과 인연의 끈을 ‘패스트 라이브즈’로 풀어냈다.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에서 부유하는 셀린 송 감독, 혹은 어떤 누군가의 인연의 파편들을 모은 이 영화는 그래서 상당히 철학적이다.◇자전적 이야기를 보편성 있게 확장‘패스트 라이브즈’가 세상에 공개된 건 지난해 1월 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다. 한국의 풍경은 물론 철학과 정서까지 담아낸 이 작품은 곧바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 68관왕 197개 노미네이트. 이후 약 1년간 ‘패스트 라이브즈’가 써온 기록이다.‘패스트 라이브즈’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보편성에 있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지만 이후 상당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낸 송 감독. 국적은 캐나다지만 그곳에서도 어딘가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감독의 정서가 ‘패스트 라이브즈’에 담겨 있다. 빼어난 건 이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성으로 확장하는 힘이다. 셀린 송 감독은 과거와 현재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시공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관계의 의미를 포착, 어느 순간 관객들을 저마다의 인연으로 빠트린다. 세계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인디와이어에선 ‘패스트 라이브즈’를 ‘섬세하고 압도적으로 아름답다’고 평했고, 영국 영화 매체 엠파이어에선 ‘천천히 폭발하는 걸작’이라고 했다. 인연이란 어딘가에서 하나둘씩 쌓은 주춧돌들이 하나의 형태로 갖춰지는 것이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런 인연의 속성과 닮았다.◇“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데뷔작”셀린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로 그야말로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와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여성 감독 파워를 보여줬다. 아카데미 96년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감독 연출작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역사적인 기록이다. 또 각본상 후보로도 올라 있는 상황이다.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는 ‘여성 감독들 영화 세 편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대서특필했고 시카고 트리뷴, 데일리헤럴드 등 해외 유력 매체들도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룬 성과를 앞다퉈 보도했다.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감독들의 반응이 뜨겁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제90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로 제95회 아카데미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SNS에 직접 ‘패스트 라이브즈’를 소개하며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한 영화”,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호평을 남겼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제95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부문 7개를 휩쓴 대니얼 셰이너트 감독 또한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해 “짧게 요약하면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처럼 들리겠지만, 지금 내 머릿속엔 이 영화의 수많은 독특한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생생하게 맴돌고 있다. 셀린 송 감독 본인처럼 영리하고 자신감 넘치며 독창적인 시”라는 평가를 남겼다. 동료 배우들의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제74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배우 조디 포스터는 여자 주인공 그레타 리의 연기에 대해 “놀라운 업적을 만들어냈다”며 칭찬했고, 배우 폴 메스칼은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나를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게 한 영화. 셀린 송은 천재”라고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되므로 계속해서 영화가 언급되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이 같은 호평에 힘입어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3회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제89회 뉴욕비평가 협회상 신인작품상, 제16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감독상, 2023 미국영화연구소 올해의 10대 영화, 2023 전미 비평가 위원회 올해의 영화, 신인감독상, 2023 보스턴 온라인 비평가 협회상 톱10 영화 등 눈부신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K콘텐츠 인기, 오스카 수상까지?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패스트 라이브즈’의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여우주연상과 감독상 후보에선 제외된 상황. 게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바튼 아카데미’ 등이 강력한 경쟁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라 성급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긴 어렵다.다만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에 성공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현지의 이해가 높아진 데다 최근 ‘성난 사람들’이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에서 다관왕에 오르며 미국계 한국인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올라간 상태라 그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셀린 송 감독은 “‘성난 사람들’이나 ‘패스트 라이브즈’나 이민자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이민자의 정서라는 것은 꼭 이민을 가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곳에 가서 삶을 시작하는 경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는 일일 것”이라며 “인생을 살며 시간과 공간을 지나는 경험은 국경을 넘어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또 “‘기생충’과 ‘패스트 라이브즈’는 다른 영화고 그 영화와 비교되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기생충’ 덕분에 ‘패스트 라이브즈’도 주목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패스트 라이브즈’에 한국어가 많이 들어 있는데 ‘기생충’ 같은 영화 덕에 저항 없이 북미 관객들에게도 가닿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데뷔작임에도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들과 함께 오스카 최고상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 ‘인연’이라는 한국적 개념을 서정적 로맨스에 담아 보편성을 획득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스카 수상 여부를 떠나 확실히 평단을 매료시켰다. 이 작품은 다음 달 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1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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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파묘’와 ‘패스트 라이브즈’, 그리고 ‘미키17’

이제 극장가의 붐은 설 연휴 대목 기간 ‘따위’에서 오지 않는다. 이제 그런 건 없다.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고, 어디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다. 연휴 기간이라고 더 보지 않는다. 사람들의 휴일도 달라졌다. 중구난방이다. 재택 근무도 많다. 그래서 진정한 화제작이 아닌 이상 노는 날이라고 우르르 극장으로 몰려 가지 않는다. 그건 다 옛날 얘기다.앞으로 극장가의 호황은 어떤 화제작을 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월부터 5월까지 화제작에 대한 소문은 외국에서부터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2월 15일 개막하는 베를린 영화제, 3월10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5월25일 칸영화제 폐막식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될 장재현 감독의 ‘파묘’의 화제성 여부, 아카데미에서는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여부, 5월 칸영화제 폐막식 때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수상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키 17’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다면 말이다.‘파묘’는 오컬트 무비다. 오컬트 영화란 심령영화를 말한다. 초자연 현상을 다루거나, 귀신에 빙의된 사람을 구마(驅魔)하는 이야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통적으로는 ‘엑소시스트’, ‘서스페리아’가 있으며 한국 영화로는 ‘검은 사제’가 있다.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이 바로 ‘검은 사제’로 데뷔했으며 전작으로 ‘사바하’를 만들었다. 그는 요즘 공포심리스릴러 전문 감독 소리를 듣는다. 1990년대 안병기 감독(‘폰’ ‘분신사바’ 시리즈 ‘아파트’)의 후예 쯤으로 읽힌다. ‘파묘’는 한자로 쓰면 ‘破墓’다. 묘를 이장하는 행위의 전 단계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장 과정에서 한국의 경우엔 대체로 풍수사(풍수지리 전문가 최민식)와 장의사(유해진), 그리고 무당(김고은)이 동원된다. 영화에서 이들 셋은 대체로 음흉하고 뭔가 꿍꿍이들이 있는데 무덤 속 귀신 탓인지, 아니면 각자의 업보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연스러운 섭리 탓인지 ‘일’들을 당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엄청난 기대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90년대 ‘핫’했다가 갑자기 캐나다로 ‘증발’한 송능한 감독(‘넘버3’)의 딸 셀린 송의 데뷔작이다. 그의 큰 아버지는 송길한 작가이다. 잘 쓰고 잘 만드는 집안의 딸인 만큼 데뷔작부터 전 세계의 화제를 휩쓸고 다닌다.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는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전생이다. 영화 내용은 전생까지는 아니고 12년 전에 치기 어린 풋사랑을 했던 두 남녀가 뉴욕에서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건 짐작할 수 있듯이 셀린 송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오기 전 한국에서 만났던 남자 친구를 한참이 지난 후 외국 땅에서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드라마틱 했을 것이다. 그 얘기를 담았다. 영화가 매우 담담하지만 그래서 매우 동양적이면서, 또 그래서 지금의 서구 사회에 역설적으로 가장 잘 스며드는 내용의 독립영화로 소문이 났다. 이미 전미평론가협회에서 신인감독상을 탔으며 이번 아카데미에는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아마도 각본상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이름 값은 엄청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봉준호의 신작 ‘미키 17’은 원래 3월 개봉이었다. 갑자기 5월 이후로 개봉을 ‘훅’ 미룬 것을 보니 칸국제영화제가 떠오른다. 칸영화제는 자신들이 발굴했거나, 자신들이 주목했고, 또 자신들이 황금종려상까지 줬던 감독들은 끝까지, 죽을 때까지 ‘챙기는’ 의리를 보인다. 그 차원에서 ‘미키 17’이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을 지는 모르겠으나 봉준호 감독이 최고상을 두 번 받거나 아니면 감독상이나 주연상을 받게 되거나 할 수도 있기에 국내 영화계는 나름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상당할 것 같다. 봉준호니까. ‘미키 17’은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7번째 미키에 이어 8번째 미키가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7이 완전 소멸돼야 하는데 두 존재가 현실에서 겹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봉준호가 7을 17로 바꾼 만큼 그 기본 설정마저 많이 바뀔 것이다. 소설을 그대로 옮기는 감독은 없다. 특히 봉준호가 그렇다. 아마도 이 작품 셋이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풍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영화가 진정으로 글로벌해졌다. 올해가 더욱 그렇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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