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드러운 리더십 김상식, KGC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이끌다 [IS 피플]
2022~23시즌 국내 프로농구가 개막하기에 앞서 10개 구단 감독들이 참석한 미디어데이에서 안양 KGC가 정규리그를 우승할 거라고 예상한 사령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6표)와 탄탄한 전력을 갖춘 수원 KT(5표)가 우승 후보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KGC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55) 감독도 농구 지도자들의 ‘SK·KT 우승 대세론’을 따랐다. 그는 “KT가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말했다.KGC는 ‘차·포’까지 떼고 시즌을 출발했다. 2015~16시즌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세 차례 챔피언 결정전(2020~21시즌 우승) 다섯 차례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끈 김승기 감독이 신생 구단 고양 캐롯으로 떠났다.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불꽃 슈터’ 전성현도 김승기 감독을 따라 캐롯으로 전격 이적했다. 핵심 전력이 팀을 빠져나가는 사이, KGC는 선수 보강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KGC는 순위표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다. 개막 첫 경기부터 SK를 격파한 KGC는 4연승을 질주하는 등 1라운드에서 8승(2패)을 올렸다. 기세를 몰아 지난 26일 원주 DB를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2016~17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 정상이다. 개막 첫날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이는 2011~12시즌 원주 동부(현 DB) 2018~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에 이어 프로농구 역대 3호 기록이다.
‘KGC 이변 우승’의 힘은 김상식 감독의 유기적인 전술과 선수단 관리에서 나왔다. 선수 시절 광주 나산(현 KT)과 안양 SBS(현 KGC)에서 활약하며 무빙 슛으로 ‘이동 미사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슈터였던 김 감독은 코트 위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득점 기회를 만드는 ‘모션 오펜스’를 KGC에 입혔다. 스크린에 능한 센터인 오세근으로부터 파생하는 픽 앤드 롤, 픽 앤드 팝 등 전술은 변준형과 오마리 스펠맨 등이 제 역할을 해내 효과가 상당했다.김상식 감독의 지략은 초반부터 완벽하게 맞지는 않았다. 선수들은 새로운 전술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시즌 초반까지 선수들은 “기존 패턴과 많이 달라져 삐거덕거리는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김상식 감독도 “전성현이 이적하면서 슈터 부재가 있었다. 전성현이 책임졌던 득점을 다른 선수들이 분산해서 기록하면 괜찮을 거 같았다. 배병준 등을 활용한 공격을 준비했다. 물론 선수들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상식 감독은 20년 동안 지도한 경력으로 모션 오펜스를 성공적으로 KGC에 입혔다. 선수들을 믿고 인내했다. 그는 모션 오펜스의 단점인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로테이션도 활용했다. 덕분에 박지훈, 배병준, 렌즈 아반도 등 식스맨이 맹활약했다. 김상식 감독은 “시즌을 치러가면서 선수들의 손발이 맞았다. (나와 선수들의)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선수단에 자율을 줘 책임감을 키운 게 우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김상식 감독은 “(정규리그 1위 원동력은) 팀워크다.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 칭찬해줬다”며 “유대감이 형성됐고 서로 믿게 됐다. 경기력 외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했다. 빡빡한 일정이 있거나 휴식 기간이 있을 때 훈련량은 줄였다. 오프시즌 훈련 강도가 높으니 괜찮았다. 훈련하는 만큼 휴식도 보장해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준비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이달 초 끝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초대 챔피언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까지 달성한 김상식 감독의 시선은 ‘통합우승’으로 향한다. KGC의 통합우승은 2016~17시즌 한 번뿐이다. 김상식 감독은 “정규리그 1위에 만족하지 않겠다. 확실히 증명하려면 통합우승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다”며 “준비 기간이 길다. 부상과 경기력 저하를 막겠다. 선수 개인이 잘하는 플레이를 위주로 PO를 치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3.03.28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