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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걸 엔터잡학사전] 아이돌 조기 해체…K팝 위기 신호인가, 건강한 도태인가

아이돌 그룹들의 눈물을 삼킨 해체가 1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골라 보는 시대, 견고한 브랜드 시대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을 대변한다. 생태계로 대입하면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다. 빅4 기획사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규모가 큰 중견 기획사, 코스닥 상장사에서 제작한 그룹들도 잇따라 꽃을 피우기 전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올해만 RBW의 퍼플키스를 비롯해 위클리, 에버글로우 등이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해에도 체리블렛, 네이처, 시그니처, 로켓펀치 등이 활동을 마감했다. 게다가 표준계약서상 데뷔 최장 계약기간인 7년까지는 활동했던 전례와 달리 수명도 4~5년으로 단축됐다. 한발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움직였다.해체까지 이어질 만큼 큰 사건·사고나 내홍을 겪은 것도 아니라서 더욱 이례적이다. 하나같이 유망주로 꼽혔던 그룹들이고 아티스트 기량만 놓고 보면 만개할 시점에서 엔진을 멈춘 셈이다. 누적된 적자의 한계, 만회할 여지가 없는 현실, 다양한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시기적 요인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데뷔해 태생적으로 각종 페스티벌, 행사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상당 부분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커다란 수익 항목을 포기하고 활동해왔다. 자금력과 노하우에서 압도적인 대형 기획사와 경쟁에서 오히려 핸디캡을 안고 뛰어온 것이다. 그렇다고 빅4 소속이 아니면 무조건 실패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 스테이씨, 키스오브라이프, QWER 등 자신만의 특화된 개성을 잘 살려 빛을 본 그룹도 있다. 아이돌 성공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자·그룹·멤버별 브랜딩, 콘텐츠 퀄리티, 미디어 및 SNS 스토리텔링, 이 핵심 요소 중에서 절반 이상을 충실히 소화했다. ‘중소돌의 기적’까진 너무 앞서간 얘기더라도 충분히 미래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키스오브라이프의 소속사 S2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벤처캐피털 3곳으로부터 50억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음반 유통사 선급금이나 개인 투자 등 중소형 기획사의 한정된 기회 구조 속에서 흔치 않은 사례이자 의미 있는 성과다.아이돌 시장이 자금력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지만 오직 자금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음반 차트를 뒤덮고 있다 해도,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일도 없다.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퀄리티와 마케팅 사이에서 고도의 밸런스가 관건이다.더욱이 규모의 경제에서 상위 그룹과 대적할 수 없다면 신중히 주력 항목을 선별해야 성공 확률을 높인다. 작은 회사일수록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가려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체적인 전략가가 필요하다. 한동안 무턱대고 바이럴마케팅이란 명목 아래 기계적 노출에만 기대다가 알고리즘만 훼손되고 비용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몇억 뷰 마케팅은 되돌아보면 허상에 가깝다. 이지리스닝, 뉴트로, 아프로, 때마다 대세라고 여기면 우르르 똑같이 따라가는 스타일링 역시 필패 공식이다. ‘천편일률’이란 프레임에 갇혀 무색무취 그룹으로 흘러 지나가는 걸 무수히 목격했다.건강한 시장은 허리에 비유되는 중견 위치가 튼실해야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 K팝 시장은 분명 위기의 신호가 울리고 있다. 그러나 묘하게도 조기 해체가 잇따라 발생할 정도로 흔들리는데 시장 전체에 타격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잉 상태가 조절되는 건강한 도태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돌의 성공은 너무나 화려해 보여, 그 이면이 공존하는 걸 알면서도 경주마처럼 뛰어든다. 실패 뒤에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를 지적하며 달콤한 위로를 해주지만 허공 속 메아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플랜B를 가동할 것이라면 왜 실패했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 나설지에 대한 냉철하고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 고도화된 시장에서 전략을 책임질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구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도 필수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멈춰야 한다. 여전히 아이돌은 충분히 많고, 실패 위험성은 높다.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 ◇ 필자 소개 : 현재 브랜드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연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심재걸 엔터잡학사전’에서 엔터 관련 다양한 현상들을 해설하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2025.08.21 05:35
스포츠일반

[인터뷰] 위기의 한국 태권도...안용규 전 한체대 총장 제언 "행동할 때, 구조적 개혁의 골든타임"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국기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태권도는 210개국 이상에서 수련되는 세계인의 스포츠이자 무도이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 태권도장이 있고, 태권도를 통해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고 나아가 인격을 도야하려는 태권도 인이 있다.그러나 태권도의 종주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태권도의 역할과 위상은 의심받거나 도전받고 있다. 태권도는 최근 여러 차례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고, 이는 태권도의 역할과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는 학생이 2020년 벽두에 서울 광진구 한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 학생들은 중형을 면치 못했다. 무술 유단자가 선량한 시민을 때려죽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태권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했다.지난해 7월에는 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이 5세 어린이를 중태에 빠뜨려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범은 어린이를 말아 둔 매트 안에 거꾸로 넣어 약 27분간 숨을 못 쉬게 했다. 어린이는 위중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정통 태권도 인으로서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전 총장(공인9단)은 잇단 불상사를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최근의 사건들을 특정인의 우발적인 일탈로 보지 않는다. 상업주의와 방임주의 속에 태권도 정신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태권도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태권도는 ‘공격보다 방어를', '힘보다 예의를' 가르쳐왔다. 도장은 아이들의 첫 사회요, 사범은 인생의 첫 스승이 된다. 많은 태권도장에서 지도자는 스승이 아니라 자영업자가 되었다. 신체를 단련하고 인격을 다듬는다는 태권도의 정신은 돈벌이에 밀려난 지 오래다."- 경제적인 성공이 전제돼야 태권도의 정신도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요."틀린 말은 아니다. 매년 165~322여 개의 태권도장이 폐업하고 있다. 2018년 1만 70여 개였던 태권도장이 2023년에는 1만 곳 이하로 줄었다. 원인은 다양하다. 저출산, 코로나19,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운영난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추세가 그렇다면 대책 마련은 불가능한가요."위기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의 붕괴’, ‘철학의 소멸’, ‘정체성의 약화’가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의 미래는 도장에 달렸다. 무엇보다 국기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태권도의 중심으로서 지금과 같은 침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기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지도자의 윤리기준 정립, 도장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인증제 도입, 지도자 자격연수 제도 마련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여전히 승단 심사위탁에 따른 용지 발급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는 운영 방식은 태권도장을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안용규 전 총장은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산(World Taekwondo Headquarters)임을 자처하지만, 국내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이며 구조적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국기원의 혁신과 개혁을 요구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지도자 자격 갱신제 도입, 윤리 규정 제정 ▲도장 인증제 및 행정 주체 일원화 ▲수익 중심의 단증 심사 대신 공익적 역할 강화 및 지역 밀착형 지원정책 확대 ▲교육 철학을 담은 커리큘럼 개발 등 가치 중심 태권도 교육의 확산 등을 제시했다.안 전 총장은 각별히 태권도장 중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태권도장이 무너지면 태권도의 미래도 없다. 태권도장을 지키는 것은 곧 태권도의 철학과 명예, 그리고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라며 국기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국기원은 더 이상 단증 발급 기관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태권도장이 살아야 태권도가 산다. 지금이야말로 태권도장을 되살릴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할 ‘골든타임’이다. 태권도 지도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정리=안희수 기자 한국체대 체육학과 졸업, 동국대 체육학 석사, 한국체대 이학박사, 고려대 철학박사. 태권도 공인 9단. 한국유엔봉사단 부총재. 대한민국체육훈장 백마장(2007), 대한민국무궁화대상(2022),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25) 2025.08.20 13:00
연예일반

모르는 사람과 1박2일 여행..허슬러, 즉흥여행 콘텐츠로 재기 [김지혜의 ★튜브]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과 같아서 좋지 않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최근 ‘즉흥 여행 콘텐츠’로 인기몰이중인 유튜버 허슬러는 과거 ‘과유불급’ 콘텐츠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지난 2020년, 그가 현재의 채널이 아닌 ‘비슷해보이즈’를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 대구 동대구역에서 방역복을 입고 환자를 추격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장난처럼 기획된 이 몰카 영상은 대중의 거센 비판을 불러왔고, 허슬러는 결국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후 ‘비슷해보이즈’ 채널 업로드를 멈추며, 대중의 기억 속에서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랬던 그가 지난 1월 ‘히치하이킹으로 서울에서 부산가기’라는 영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명도 본인의 활동명 ‘허슬러’로 새로 개설했다. 첫 영상부터 반응이 터졌다. 자기 몸집만 한 피켓에 ‘남쪽방향 어디든 내려주세요’라고 적은 허슬러는,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앞에 무작정 서있었다. 차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혼자 하소연을 하고 있던 그때, 한 차량이 멈춰 섰다. 판교로 향하던 운전자는 허슬러가 부산으로 가기 편하도록 일부러 기흥휴게소에 내려줬다. 그렇게 첫 히치하이킹에 성공한 그는 총 4번의 탑승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 이동 중 처음 만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휴게소에 들려 호두과자도 먹으며 소소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이 영상은 조회수 35만회를 기록했고, 이는 ‘허슬러’ 재기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허슬러는 ‘모르는 직장인과 즉흥 랜덤여행’, ‘모르는 사람과 제주도 여행’, ‘모르는 사람과 즉흥 해외여행’ 등 즉흥 여행을 콘셉트로 한 영상만 총 7편을 올렸다. 최고 조회수는 100만 회에 육박했고, 가장 낮은 영상도 15만 회를 훌쩍 넘겼다. 구독자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력, 모든 여행경비를 본인이 부담하는 부분을 허슬러 여행 콘텐츠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6월 공개된 ‘모르는 직장인과 즉흥 랜덤여행’ 편이다. 허슬러는 오전 9시, 출근 인파로 붐비는 서울 성수역에서 “지금 월차쓰고 1박 2일 여행 가실분 (모든 비용은 제가 냅니다)”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었다.예정 인원이 모이자 허슬러는 랜덤 룰렛 보드를 펼쳐 여행 목적지를 정했다. 이름, 나이, 직업 모두 다른 세 명의 남성과 허슬러까지 총 4명은 그렇게 ‘강릉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 초반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던 이들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서로 고민상담도 하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추억도 남겼다. 모델을 꿈꾸는 20대 청년은 숙소에서 즉석 워킹도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영상에는 약 1300개의 댓글이 달렸고, 누리꾼들은 “현실에 단비같은 대리만족”, “영상 보는데 왜 내가 눈물이 나지”, “즉흥에서 오는 케미가 너무 재미있다” 등 공통적으로 ‘낭만’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잠시 일을 제쳐 두고, 오로지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허슬러의 즉흥 여행 콘텐츠는 화면 너머의 구독자들에게도 설렘과 여유를 선물한다. 최근 그는 ‘섬에서 무일푼으로 살아남기’, ‘단 한 사람만 사는 섬에서 하룻밤’ 등 여행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리즈를 시도하며 채널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8.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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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걸 엔터잡학사전] 10대를 사로잡은 60대…김장훈, 30년 롱런의 신비로움

1020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60대 가수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따금 ‘반짝’하고 나타나는 어르신 캐릭터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 척, 요즘 감성에 맞추려고 부단히 애쓰면서 생겨난 인기도 아니다. 1991년 데뷔할 때나, 63세인 2025년이나 한결같이 ‘날 것’ 그대로 34년을 활동해온 김장훈의 이야기다.김장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광경은 K팝, 나아가 한국 가요사 전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롱런’이란 설명으로 부족한, 공식 밖의 모습이다. 가수와 팬은 함께 나이를 더해가며 화려했던 시절 주변에서 추억과 정서가 교환되기 마련인데, 김장훈은 정반대다. 오히려 10대, 20대 팬층이 급증하면서 인기 유튜브 채널과 예능 프로그램에는 단골 손님으로 등장한다. 매번 조회수는 기록적 수치를 나타낸다. 심지어 군 위문공연에서조차 웬만한 걸그룹보다 더 뜨거운 환호, 떼창이 이어진다.이처럼 유례없는 현상은 ’숲튽훈’이 시작점이다. 6년 전 등장한 이 닉네임은 이름의 한자 모양을 한글로 바꿔 부르면서 널리 퍼졌다. 초기에는 조롱이자 멸칭이었다. 성대결절로 인한 잦은 음이탈, 극단적 고음 등을 놓고 대중은 웃음거리로 소비했다.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가창력 논란이었다. 나아가 닭울음소리에 비유하고 ‘숲튽훈’을 갖다붙이면서 더 편하게 조롱했다. 공연 장인, 기부천사, 독도 지킴이, 행동하는 양심 등 다양한 찬사가 늘 따라다녔던 김장훈이 각종 구설이 더해지며 깊은 수렁에 빠지는 시기였다. 이때 김장훈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어설픈 화풀이나 날선 대응, 지엽적 반박 대신 대중과 같이 ‘숲튽훈’을 즐겼다. 오히려 ‘숲튽훈’으로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더 기괴한 라이브 장면을 스스로 찾아 편집하고 퍼트렸다. 그 사이 무수히 양산됐던 ‘노래하다 압정 밟은 김장훈’, 분만실 ASMR, 신생아 창법 등의 온갖 조롱은 서서히 웃음을 유발하는 힐링 콘텐츠로 변해갔다. 무턱대고 닭울음소리를 내면서 김장훈 모창이라는 개그맨들의 유튜브에도 흔쾌히 출연해 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자 2006년 발표한 ‘허니’는 20여 년이 지나 노래방 애창곡 10위권으로 역주행하더니, 공연마다 티켓 판매에는 1020 연령층이 절반을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몰락의 위기가 기막힌 반전으로 작용한 셈이다. 단편적으로 조롱, ‘밈’을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해석하기엔 김장훈의 인생이 간단치 않다. 그가 살아온 여정을 알수록 짠함과 경애심 사이의 묘한 울림이 있다. 뮤지션으로서 김장훈은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숱한 히트곡을 만들었다. 공연 문화의 선구자로서 역할도 컸다. 시리즈 콘서트를 도입하고 카이스트 교수와 협업해 새로운 무대 장치를 고안할 정도로 파괴적 창의력이 수년간 빛을 냈다. 무엇보다 알려진 기부액만 200억 원, 이마저도 정확한 계산을 해본 적 없는 단순 추정치다. 범접 불가능한 큰 액수도 놀랍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항상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특별했다. 광복절, 독도 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단연 김장훈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자신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월세 생활을 해 온 게 알려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연평도, 세월호, 태안, 메르스,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큰 위로가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먼저 도착해 있었다.모든 업적을 가능케 한 불같은 성격은 때론 커다란 굴곡을 자초하기도 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보면 김장훈만큼 다양한 논란을 거친 인물도 드물다. 다만 대처하는 방식이 언제나 구차하지 않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빠르고 명확히 사과하고 마땅히 비난을 감수한다. 순간적 모면을 위해 이리저리 계산하고 화를 키우는 일이 없다. 위기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초이자, 용서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때문에 논란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10년 전 업로드된, ‘숲튽훈’의 시작이었던, ’노래만 불렀지’ 라이브 무대의 유튜브 영상은 여전히 인기다. 무수한 댓글 속에서 많은 공감이 쏠린 것은 ‘처음에는 조롱이었다가 다음엔 웃기 위해, 그 다음부터는 위로를 받기 위해 시청한다’는 반응이다. 이제는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야말로 김장훈의 리즈 시절은 끝이 없다. 한겹한겹 쌓아올린 김장훈이란 브랜드는 세월이 지나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깊은 맛을 주고 있다.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 필자 소개 : 현재 브랜드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연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심재걸 엔터잡학사전’에서 엔터 관련 다양한 현상들을 해설하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2025.08.14 05:47
산업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임대료 인하조정 수용 불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놓고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업자들의 임대료 조정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임대료 인하 조정에도 불참한다.공사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12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앞서 두 면세점은 지난 4∼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공사를 상대로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인해 면세점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의 임대료는 과도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사 측은 "신라와 신세계에서 적자의 주된 이유로 조정을 요청한 현 임대료는 공개 경쟁입찰에서 각사가 직접 제시한 금액"이라며 "양 회사는 최저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제시해 10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다"고 강조했다.공사에 따르면 당시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은 사업권 당 DF1 5346원, DF2 5616원으로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80987원(168%), 9020원(161%) 등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해 낙찰받았다.공사 측은 다른 면세사업자들이 100∼130%로 투찰해 수익을 내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신라와 신세계가 공사가 제시한 최저수용금액 대비 높은 금액을 제시해 사업권을 확보한 뒤 적자를 보자 경영책임을 공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공사 측은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며 사업자들의 임대료 조정요청 사유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시장 환경 변화는 사업 특성상 내재한 매출 변화 요인으로 임대료 조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아울러 법률 자문 결과 신라·신세계가 조정 신청 근거로 제시한 민법 628조의 차임 감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와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공사 측은 "총 10년의 계약 기간 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액해 달라며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 사안의 본질"이라며 면세사업자들이 제기한 임대료 조정요청에 미수용 입장을 결정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2차 조정기일은 기존 14일에서 2주 미뤄졌다. 재입찰 시 임대료 수준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오자 면세점 측이 조정 기일 연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법원은 앞서 삼일회계법인에 면세점 사업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 수준을 측정해달라고 감정촉탁을 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은 현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최근 제출했다.면세점 측 관계자는 공사 측 브리핑에 대해 "공사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지만, 조정이 이대로 결렬 시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2025.08.12 15:01
사회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기준 마련, 쟁점은?

정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차 소비쿠폰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국민의 약 90%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다. 관건은 상위 10%를 어떤 방식으로 제외할지다.행안부는 이르면 18일께부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액 자산가 제외 기준,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에 대한 특례 적용 여부 등 2차 지급기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해 다음 달 10일께까지 최종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2021년 지급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사례도 참고할 계획이다.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은 기본적으로 가구소득 하위 8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했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 특례 기준이 적용돼 결과적으로 약 88%의 가구가 지원금을 받았다.당시 1인 가구는 직장·지역가입자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보험료가 17만원 이하이면 지원 대상이 됐다. 이는 연 소득 약 5800만원 이하의 직장가입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고령자나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소득 기준이 완화 적용된 것이다.맞벌이 가구는 홑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높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가구원 수를 1명 더한 기준을 적용했다. 예컨대 2인 맞벌이 가구는 3인 가구와 동일한 건강보험료 기준을 적용받았다. 고액 자산가를 어떻게 제외할지도 쟁점이다.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직장가입자는 월급 등 소득만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고, 회사가 절반을 부담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보유 재산까지 합산해 보험료가 책정되고 전액을 본인이 부담한다. 이 때문에 가구 형태나 가입 유형에 따라 건강보험료 수준이 달라져, 같은 소득 수준이라도 수급 자격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2021년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건강보험료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거나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기준 시점으로 삼을 건강보험료 납부 기간도 변수다. 상생 국민지원금 당시에는 6월 한 달분 건강보험료만을 기준으로 삼아, 일용직·기간제 등 소득이 불규칙한 중하위층 근로자들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김두용 기자 2025.08.10 16:47
사회

정이 있는 장학재단, 창립 11주년 맞아 장학생 80명 선발

정이 있는 장학재단은 창립 11주년을 맞아 전국 우수 학생 80명을 새롭게 선발해 총 5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재단은 지금까지 누적 709명의 장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정이 있는 재단은 '오늘의 작은 정성이 내일의 큰 희망이 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2014년 설립됐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다.특히 성적 중심이 아닌 품성, 성장 가능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장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 중심'의 따뜻한 장학금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연도별 장학생 수는 2015년 28명, 2016년 41명, 2017년 53명, 2018년 60명, 2019년 67명, 2020년 70명, 2021년 70명, 2022년 81명, 2023년 79명, 2024년 80명이다.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비대면 수업을 위한 온라인 학습 환경 지원 등 교육 인프라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또 학업 성취도가 우수하거나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는 우수 장학금을 별도로 지급했다. 이번 11주년 기념식은 장학증서 수여를 비롯해 장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MBTI를 통한 자기 발견과 성장'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향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학습 방향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배와의 대화' 시간에는 졸업 장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진로 경험과 조언을 전했다.정윤택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 인재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장학금은 단지 지원이 아니라, 그 학생의 가능성과 노력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정이 있는 장학재단이 앞으로도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빛이 되겠다"고 덧붙였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8.08 17:09
예능

[TVis] 김장훈 “대치동 산다” 생활고 루머 해명…김구라 “연예인 걱정 안 해도 돼” (라스)

가수 김장훈이 생활고 루머를 해명했다.6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는 가수 김장훈, 바비킴, 조성모, god 손호영이 게스트로 출연했다.이날 김구라는 김장훈의 생활고 루머를 언급하며 “후배들이 걱정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김장훈은 “월세가 두 달 치 밀렸는데 그게 돈이 없어서 밀린 건 아니었다”며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바로 월세를 줬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코로나19 당시 시장에서 공연했는데 그걸 엮어서 기사가 났다. 오보다”라며 “난 메르스 때도 시장 상권이 죽어서 18번인가 무료 공연을 했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김구라는 “재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 아니냐”고 거듭 몰아갔고, 김장훈은 “예전에도 제로고 지금도 제로”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이어 김장훈은 “예전에 김구라가 술자리에서 하도 약을 올려서 집에 갔던 적이 있다”며 “자꾸 ‘형, 솔직히 돈 얼마 모았는지 말해’라고 추궁했다”고 진저리를 쳤다. 그러면서 김장훈은 “(여러분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저께도 새우살 300g을 먹었고, 사는 곳은 강남구 대치동이다”라고 강조했고, 김구라도 “연예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마지막까지 너스레를 떨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8.07 15:00
스포츠일반

유승민 회장, 탁구협회 공정위로부터 '견책' 징계

대한탁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통보한 가운데 현 대한체육회장인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이 '견책' 징계를 받았다.유승민 전 회장은 5일 오후 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위원장 변창우)로부터 직무 태만 등 행위로 견책 처분을 내린다는 징계 결정서를 이메일로 통보받았다.유 전 회장은 탁구협회장 재직 시절 발생한 후원 및 기부금과 관련한 인센티브 부당 지급과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 등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현행 스포츠공정위 규정상 '직무 태만' 행위에 대해선 사안이 경미한 경우 견책 또는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나 감봉 등 조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앞서 스포츠윤리센터는 탁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기금관리 규정을 근거로 유치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지급한 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또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결정한 추천 선수를 재심의 없이 교체한 건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탁구협회에 요구했다.유 전 회장과 함께 김택수(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전 협회 전무도 징계가 '견책'으로 결정됐다.김 전 전무는 2021년 모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유치한 것과 관련해 10%의 인센티브를 수령했으나 기금 관리 규정에 따라 집행된 점 등이 고려해 공정위는 '업무상 배임'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또 당시 인센티브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기인한 협회의 어려운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사적 이익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도 참작했다.한편 현정화 협회 수석부회장에 대해선 당시 이사회 때 '임직원 인센티브제도 제정안'에 대한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징계 시효 3년이 지남에 따라 '징계 없음' 처분을 내렸다.이은경 기자 2025.08.06 11:38
산업

이재용, ‘뉴 삼성 변곡점’ 죽어가던 파운드리 살리기부터

삼성전자가 ‘뉴 삼성’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10년 동안 지속됐던 사법리스크를 끊어냈고, 죽어가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테슬라의 ‘선물’이 뉴 삼성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 23조원 선물, ‘반격의 서막’ 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을 내세우며 끊임없이 투자했던 파운드리 분야에서다. 이 회장은 2019년 당시 1위를 달리던 메모리 반도체 외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키우기 위해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 저장이 아닌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칩을 뜻한다. 이 회장은 성장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TSMC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파운드리 부문의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20년 점유율이 TSMC 54%, 삼성전자 17%이었지만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67.6%대 7.7%로 60% 가까이 벌어졌다. 대만의 TSMC는 2020년 당시 3년 동안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그러던 사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추락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5년 2분기에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3위 중국 SMIC의 점유율이 6.0%까지 오르면서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물 먹는 하마’ 파운드리 사업부 철수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지만 삼성전자는 드디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단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액이고, 2024년 삼성전자 매출액 대비 7.6% 해당하는 계약이었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공룡’ TSMC를 따돌리고 테슬라의 물량을 따내 의미가 컸다. TSMC는 테슬라에 들어가는 AI5 칩 제조를 맡았는데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으로 AI6 칩을 만들게 됐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의 테일러의 신공장에서 AI6 칩을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165억 달러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수주 계약을 맺기 전에 삼성의 회장 및 고위 경영진과 화상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5월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머스크 CEO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갖고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런 둘의 만남이 이번 계약 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기회의 창’삼성전자는 테슬라와의 계약을 발판으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세계적으로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회의 문이 계속 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초과수요 국면에 진입할 수 있고, 한국 파운드리 산업도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6~2030년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 규모가 총 700조원에서 3000조원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TSMC가 급증하는 시장을 감당하지 못해 한국 기업이 일부 수요를 수주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장기간 발주 가뭄을 버티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백신 품귀로 일약 동북아의 핵심 공급 파트너로 부상한 것처럼 우리 파운드리에 짧지만 강력한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바이오 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던 바이오는 의약품 위탁생산을 통해 성장했다. 이에 바이오의 성공 DNA를 파운드리 부문에 적극적으로 이식한다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기회를 창출한다면 ‘뉴 삼성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은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최첨단 2나노 공정을 앞세워 추가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단 공정 경쟁력을 강화하며 대형 고객사 수주 확대에 집중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2나노 1세대 공정 기반의 모바일 신제품 본격 양산으로 상반기 대비 매출 개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반격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공개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 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지난 5월 기준으로 75.3%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28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는 팹리스까지 토털 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종합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8.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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