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IS] ‘불한당’ ‘길복순’ 변성현, 흥행만으로 평가할 순 없다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을 꼽자면 변성현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영화 ‘킹메이커’로 ‘제58회 대종상영화제’와 ‘제58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변성현 감독이 이번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으로 돌아왔다.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참 독특하다. 장르부터 예산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변 감독의 시작은 2012년 공개된 ‘청춘 그루브’다. 잘나가던 힙합 그룹이 팀내 분열로 해체를 맞게 된 3년 뒤 이야기를 담았다. 상업영화와 거리가 멀었던 ‘청춘 그루브’를 지나 그해 12월 변성현 감독은 ‘나의 PS 파트너’로 18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임을 감안했을 때 인상적인 성과였다.
그 후로도 변 감독의 커리어는 이어졌다. 약 5년 동안 공을 들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2017년 세상에 나왔고, 설경구는 이 작품으로 얻은 변성현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2022년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와 넷플릭스 ‘길복순’까지 함께했다.‘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스코어는 96만 명으로 다소 아쉽다. 게다가 여전히 코로나19의 터널 안에 있었던 지난해 초 개봉한 ‘킹메이커’ 역시 누적 관객 수 78만 명으로 흥행면에서는 안타까운 기록을 보였다.그럼에도 변성현 감독이 계속해서 작품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세련된 편집 스타일이다.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 안에서도 대사와 조명 등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감독.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머러스함과 속도감을 잃지 않는 편집 스타일은 변성현 감독의 전매특허다. 특히 뚝뚝 끊어지는 것 같은 변 감독 특유의 점프컷을 볼 때면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영화인지 숏폼 콘텐츠인지 헷갈릴 정도다.
때문에 그의 작품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매 작품마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양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당시 생긴 팬층인 일명 ‘불한당원’은 그 후 변성현 감독의 행보를 꾸준히 응원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는 점도 장기다. ‘나의 PS 파트너’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범죄물이었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정치판 이야기를 다룬 ‘킹메이커’, 정통 액션을 표방하는 ‘길복순’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르도 자신만의 색으로 채색해내기에 존재감이 또렷하다.
변 감독은 ‘킹메이커’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연출 기법이 늘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에 “일부러 스타일리시함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며 멋쩍어했지만,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물이 세련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흥행 성적에 관계없이 변 감독은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쌓아갈 수 있었다.딱 하나 아쉬운 건 대표적인 흥행작이다. 2012년 감독 데뷔, 벌써 충무로 연차가 10년을 넘어선 감독에게 상업적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 딱 하나인 건 다소 아쉽다. 이제 변성현 감독에겐 ‘길복순’이란 새로운 기회가 왓다. 장르물과 궁합이 유독 좋았던 넷플릭스와 정통 액션 ‘길복순’의 만남. 7개국 외신 기자들까지 내한해 제작 보고회를 취재할 정도로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길복순’이 변성현 감독의 부족한 2%를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3.22 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