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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IS] 누가 '길복순' 변성현 감독에게 일베를 덧칠하는가

누가 변성현 감독에게 일베를 덧칠하는가.변성현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지난달 31일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길복순’은 2일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차트에서 3위를 기록, 이틀 연속 같은 자리를 지켰다. 80여 개국에서 많이 본 영화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베트남 등 6개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길복순’은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일을 그만 두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도연과 설경구 이솜 등이 출연했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하지만 ‘길복순’은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과는 별개로 이상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특정 장면을 거론하며 변성현 감독이 ‘일베’(극우 지역감정 여성혐오 조장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준말)라는 몰이를 하고 있는 것. 일부 인터넷 매체에 이런 주장을 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다시 이 글들이 여러 커뮤니티와 SNS를 도배하면서 ‘변성현=일베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길복순이 살인 의뢰를 받는 봉투 겉면에 도시, 국가가 표기되는데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등은 파란색 씰로 봉인된 반면 ‘순천-전라’는 전라로 표기돼 있으며 봉투의 씰이 빨간 색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 순천 뒤에 나라가 아닌 전라라고 표기한 게 소위 전라민국이라는 일베식 은유며 ‘순천-전라’를 빨갱이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일베 수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길복순의 딸이 10만원 지폐에 들어갈 위인에 대해 말하며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 등을 거론하며 공통점을 “다 사람을 죽였어”라고 말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구,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들을 살인자라고 칭하는 일본 정부 입장과 맥락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짜고 맥락을 제거한 뒤 특정 장면을 문제 삼아 낙인 찍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앞뒤 맥락을 살피면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장면들이다. 문제 삼은 첫 장면은 킬러 회사가 의뢰를 A,B,C,D로 나누는데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는 A급 의뢰다. ‘순천-전라’는 C급 의뢰를 맡는 희성(구교환)이 받은 미션이다. 나라와 도시가 붙는 A급은 국가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의뢰고, C급은 지방도시와 지역 순으로 나누는 작은 의뢰라는 차이가 있다. A급과 C급으로 나누니 씰의 색깔도 달리 한 것일 뿐이다. 이런 논리라면 ‘순천-전라’에 빨간 색 씰을 붙이면 일베고, ‘대구-경북’에 파란 색 씰을 붙이면 진보라는 소리일 터다. 심지어 ‘전라-순천’이 적혀 있는 봉투를 빨간색 씰로 봉인한 건 변성현 감독의 지시가 아니라 연출부가 만든 소품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의도도, 의미도 없는 걸 문제 삼아 문제로 만든 것이다.독립운동가 장면은 더욱 어이없다. 이 장면은 길복순과 딸의 문답으로 이뤄졌다. 딸이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 등이 (10만원권에 담길 위인으로)아이들에게 많이 거론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공통점에 대해 길복순이 “다 남자다”라고 이야기한다. 그걸 딸이 되받아 공통점으로 “다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 이어 그래서 자기는 “논개”를 추천했다고 말한다. 사람을 죽여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위인으로 다 남자만 거론되고 있지만 자기는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와 같이 죽은 논개를 위인으로 꼽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킬러로 전설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길복순에 대한 은유이자,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해당 장면에서 왜군 장수를 죽인 논개를 쏙 빼고 일본 정부 입장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맥락을 제거하고 변성현 감독을 ‘일베’라고 낙인 찍고 조리돌림하고 있다. 차라리 ‘길복순’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 비리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그런 입시 부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표현이 등장하니 변 감독의 정치 성향을 일베라고 하거나, 여자가 남자를 죽이는 영화를 찍는 게 못마땅하니 별점테러를 하겠다고 한다면, 동의는 못해도 그러러니 하겠다. 애초에 여성혐오를 즐기는 일베 감독이라면 여자가 남자를 마구잡이로 죽이는 영화를 찍는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일본 장수 죽인 논개를 위인으로 꼽는 것도 그렇다. 그저 누군가가 명확한 의도로 변성현 감독에게 낙인찍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길복순’에서 구교환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나오니 빨갱이라고 하든가, 여자 주인공이 남성 킬러들을 다 죽이고 다니니 남성혐오 영화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변성현 일베몰이는 그저 음습한 낙인찍기며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의 첫 출처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는 ‘길복순’ 대사, 그대로다. 오히려 변성현 감독은 전복자다. 그는 규칙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길복순’ 속 킬러들의 규칙을 만들고 규칙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킬러회사 대표 차민규(설경규)를 길복순을 통해 전복하려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가 전설적인 킬러라며, 킬러는 곧 남성이라는 장르의 법칙을 부수려 한다. 부부가 같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체제를 뒤집는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고 뒤엎는다. 근친과 폐륜마저, 주인공들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느냐를 표현하지, 선악의 개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으로 전복자이자, 튀어나온 못이자, ‘모두까기’인 자신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의미 타령하는 사람들한테, “의미가 뭐가 중요해, 아이들한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지”라고 극 중 인물을 통해 부르짖기도 한다. 의미는 없고 비주얼만 있다고 지적을 받는 변성현 감독 스스로의 항변이다. 그는 동시에 “그래도 떳떳하게 당당하고 싶다”고 또 다른 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길복순’은 시네마 아티스트 변성현이 자신을 가장 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변성현은 원래 그랬다. ‘불한당’에선 남성 킬러들 사이에서, 우정보다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그려냈다. ‘킹메이커’에선 민주화 운동의 성역을 들여다봤다. 그는 장르 전복자이자, 우상 파괴자이지, 결코 일베는 아니다. 아마도 여존남비 사상이 팽배한 세상이었다면, 그는 거꾸로 ‘길복남’을 만들어 남자 킬러가 여자 킬러들을 죽이는 모습을 그렸을 터다.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판이든, 지적이든, 빨갱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입을 닫아야 했던 시절이 불과 10여년 전이었다. 이제는 튀어나온 못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조리돌림한다. 음습하게 낙인찍기하며 짐짓 정의로운 척 하는 위선자들보다는, 여자 좋아해도 당당하고 싶다는 길복순 딸 길재영(김시아)이 훨씬 이 세상에 이롭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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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9' 김구라, "도끼 살인마 고재봉, 엉뚱한 사람 살해해” 충격

‘김구라의 라떼9’(라떼구)가 소름 돋는 주제들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5일 방송된 ‘김구라의 라떼9’(LG유플러스·채널S 공동 제작) 6회에서는 MC 김구라와 스페셜 게스트 드림노트가 이번 주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충격 실화’에 대한 토크를 나누면서 끝없는 충격의 탄성을 쏟아냈다. 이날 김구라는 스페셜 게스트로 온 드림노트 멤버들에게 “MZ 세대가 맞냐?”며 나이를 은근히 물어봤다. 드림노트는 “(유아이, 리라, 미소) 3명은 밀레니엄 베이비”라고 답했고, 이중 보니는 양손을 흔들며 “세기말 인간, 99년생입니다~”라며 MZ 세대다운 톡톡 튀는 모습으로 김구라의 ‘아빠 미소’를 유발했다. 이어, 드림노트 유아이는 “저희가 시사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한다. 밥 먹을 때도 항상 틀어놓을 정도”라며 ‘시사돌’임을 강조했다. 김구라는 “우리 프로그램 게스트로 딱이네”라며 “목이 피가 나더라도 많은 정보 알려드리겠다”고 한 뒤, 이날의 주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충격 실화'이 순위를 9위부터 1위까지 차례로 발표했다. 우선 김구라는 한 소년의 실종사건이 모티프가 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밀양’의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두 얼굴의 OOOO’을 7위로 꼽았다. 이 사건은 14세 모범생 소년 이 군이 우표를 사러 나간 뒤 실종된 사건으로, 당시 소년의 부모는 유괴범으로부터 “당신 아들을 내가 데리고 있다. 현금 4천만 원을 준비해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하지만 유괴범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 군은 실종된 지 1년 17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1여 년 만에 잡힌 유괴범의 정체는 이 군의 ‘체육교사’인 주영형으로 밝혀져, 드림노트를 충격에 빠뜨렸다. 범행을 부인했던 주영형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유복하게 살았던 이 군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자신의 제자이자 내연 관계였던 여고생 두 명을 공범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확인돼 드림노트를 분노케 했다. 급기야 미소는 “진짜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며 괴로움의 탄식을 쏟아냈다. 다음 순위를 공개하기 전 김구라는 드림노트에게 “가족, 친척 중에 고재봉이라는 사람이 있는지?”라고 물었다. 이후 그는 “제 친구 아들 이름이 재봉”이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뒤, “1960년대엔 ‘이런 고재봉 같은 X’이 최악의 욕이었다”며 ‘도끼 살인마 고재봉’을 5위로 소개했다. 이 사건은 일가족 6명이 도끼로 무참히 살해되었던 엽기적인 사건으로, 이를 처음으로 들은 드림노트는 충격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무섭다”라고 외쳤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이 모 중령의 가족들이었고, 부부와 9세, 5세, 3세 아이들, 가정부까지 6명이 처참히 살해당했다. 당시 도끼와 식칼을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드림노트는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김구라는 “고재봉이 군대 시절 자신의 상관이었던 박 중령에 대한 복수심으로 일을 벌였다”면서, “이상한 것 하나 발견되지 않았냐?”고 한 뒤, 고재봉이 박중령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살해했다는 충격 반전을 공개했다. 김구라는 거듭되는 충격 실화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한 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1위로 발표했다. ‘삼풍백화점’ 참사는 한국 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단일 사고였고, 해외 언론에서 ‘북한의 테러 가능성’ 음모론을 펼칠 만큼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붕괴된 건물에 있을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2주간 7만여 명의 구조 인원이 투입되었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생존자들을 구조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구라는 “자원봉사하러 왔던 사람들이 구조 활동은 하지 않고 명품관 가서 옷 들고 오다가 걸린 사람도 있었다. 구조 현장에서 절도범으로 잡힌 수만 400명이 넘는다”고 밝혀 아비규환 속 천태만상을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김구라는 따뜻한 인류애로 무장됐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시신 냄새가 밴 구조대의 옷을 씻겨주고, 매몰된 부상자에게 노래를 불러준 구조대원도 있었으며, 부상자들을 위해 전국의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했다고 알린 것. 그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수많은 희생자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나섰던 분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날의 주제를 마무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들이 이렇게나 많았네요”, “심도 있는 ‘라떼9’ 주제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더이상 이런 참사와 인재가 없길 바랍니다”, “시사돌 드림노트가 오늘 많이 배워간 것 같네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라떼9’의 주제가 매주 기다려집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김구라의 라떼9’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더라이프와 채널S에서 방송된다. 이지수 디지털뉴스팀 기자, 사진 제공=LG유플러스·채널S 이지수 2022.05.26 07:31
연예

스파이크 리, 9·11 테러 음모론 다큐멘터리로 '된서리'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9·11 테러 음모론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가 입방아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시간) 스파이크 리가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일부 내용을 재편집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크 리는 9·11 테러 사건과 관련해 음모론자의 시각을 빌려 의문을 제기하려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케이블 채널 HBO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스파이크 리의 8부작 다큐멘터리는 지난 20년간 뉴욕 시민들이 9·11 테러의 상처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가 문제가 됐다.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공격으로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한 것을 두고 음모론자의 주장을 반영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테러 사건은 이미 미국 연방정부 기관과 전문가의 조사와 검증을 거쳐 결론을 낸 바 있다. 스파이크 리는 ‘9·11 진실을 위한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이라는 음모론 단체를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8회에 상당 부분을 반영했다. 이 단체는 쌍둥이 빌딩이 테러 공격으로 무너졌다는 결론을 부정하고 모종의 통제된 다른 원인에 의해 비밀리에 폭파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스파이크 리는 NYT 인터뷰에서 “의문이 있다”며 음모론적 시각을 옹호했고 의회 청문회 개최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스파이크 리가 다큐멘터리에 9·11 테러 음모론을 반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매서운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매체들은 스파이크 리가 음모론에 신빙성을 부여했고 “시청자들을 흉악하고 위험한 생각의 늪”으로 끌어들인다고 성토했다. 거센 비난에 직면한 스파이크 리는 결국 음모론자 인터뷰 부분을 다큐멘터리에서 덜어냈다. 이에 따라 다큐멘터리 마지막 회는 2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축소됐다. 스파이크 리는 성명에서 다큐멘터리 편집 사실을 공개하며 “최종본을 시청할 때까지는 (내용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달라”고 했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2021.08.29 15:11
무비위크

[IS 리뷰] ‘모비딕’ 오랜만에 보는 착한 기자 영화

오랜만에 제대로된 기자 소재 영화가 나왔습니다. 박인제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진구·김민희·김상호가 출연한 '모비딕'(팔레트픽쳐스)입니다. '모비딕'(Moby Dick)은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이 1851년에 지은 장편소설입니다. 우리말로는 '백경'(흰고래)이죠. 모비딕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흰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 선장 에이햅의 복수담을 담고 있는데요.황정민의 '모비딕'은 소설에서 큰 고래라는 이미지만 따왔을 뿐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사실 이부분에서 박인제 감독이 "의외로 관객들이 '모비딕'을 잘 몰라서 영화를 낯설어 하는 게 매우 걱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니까요.시대적 배경은 1994년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초입니다. 의문의 교각 폭발사건이 일어나고 명인일보의 이방우 기자(황정민)와 손진기 기자(김상호)·성효관 기자(김민희)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합니다. 정부와 언론에선 간첩테러라며 여론을 몰아가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거죠. 그러니 기자들의 취재가 쉬울 리 없습니다.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는 것도 모자라 생명의 위협을 받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제보자(진구)와 딥 스롯(Deep Throat, 비밀 정보원)의 도움을 얻어 진상에 다가갑니다. 기자는 마치 형사처럼, 애국지사처럼 부조리를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대한 악의 조직에 맞섭니다.영화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딱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나는 실로 간만에 보는 '착한 기자'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동안 기자 소재 영화나 드라마는 좀 그랬습니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남의 아픔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냉혈한들이 많았죠. 파파라치처럼 자신의 '업무욕'만 채우기에 급급한 '얍삽한' 캐릭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그런데 이방우나 손진기는 다릅니다. 기자가 봐도 참 존경스럽습니다. 요즘도 저런 기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1972년 6월 미국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한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의 주인공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기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건기자였던 두 사람은 이 희대의 스캔들을 추적 보도해 대통령을 낙마시켰습니다. 당연히 퓰리처상도 탔고요.하지만 이 부분이 동시에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황정민·김상호 두 기자의 콤비 플레이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재로 했던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다큐멘터리적 기법이나 거대한 음모에 대항하는 점에서 닮아있음을 엿볼 수 있는 거죠.음모론하면 1998년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도 연결됩니다.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사진에서 찰칵 찰칵하며 계속 구역을 좁혀가서 미국의 한 대도시 거리 속 목표물을 찾아 보여주던 영화 생각나시죠? 강직한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이 국가 안보국의 첨단 감시 시스템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10여년 전의 영화인데도 지금의 '모비딕' 속 음모론자들에 비해 훨씬 '디지털'했는데요. 요런 점만 빼면 음모론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발견됩니다.어쨌거나 '모비딕'은 국내 최초의 음모론 소재 영화임을 표방하는 것처럼 그럴싸한 스토리로 관객을 유혹합니다. 조금은 덜 세련돼 보여도 음모를 획책하는 무리들의 잔인함과 집요함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믿을만한 실력파 배우 황정민과 주연에 못지않은 조연들의 존재가 빛납니다. 특히 황정민은 형사같은 사회부 기자로 적절한 경계를 지켜가며 '착한 기자'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진짜 기자를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정도라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작품성 ★ ★ ★흥행성 ★ ★ ☆(별점은 5점 만점, ★는 1점, ☆는 0.5점)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2011.06.02 13:02
경제

오사마 빈 라덴 안 잡나. 못 잡나?

9.11테러로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서만 2759명이 희생됐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6만 2000명이 넘는 희생자와 4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또 반군과 이라크 군인들까지 포함하면 총 18만명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베트남전쟁 이후 자연 재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상자를 불러온 9.11테러 5주년을 맞아 테러 주모자로 지목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 방송이 보도한 9·11테러 직전의 오사마 빈 라덴(오른쪽서 두 번째) 모습. AFP=연합뉴스또 이와 관련해 온갖 음모론적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9.11테러 음모론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동영상 '루스 체인지'(본지 8월 14일자 23면 참조)가 지난달부터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는 점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일엔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 방송이 9·11테러를 준비하는 빈 라덴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처음으로 공개해 그때의 악몽을 되살리기도 했다. 과연 미국은 그를 못 잡는 건가, 안 잡는 건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지대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은 익숙한 지형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활동하는 탓에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알 카에다가 도청이 가능한 전자 제품을 쓰지 않고 복잡한 인편으로 소식을 서로 전하는 방식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이 그를 잡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대 주민들은 올 1월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를 겨냥한 미사일 폭격 시 빈 라덴이 폭격 현장에서 불과 수 ㎞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 탈레반 정권 정복에 나선 2001년 11월에도 전쟁을 피해 달아난 빈 라덴을 토라 보라산에서 거의 붙잡을 뻔했다고 서방 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관리들은 말한다. ▲2001년 9월 11일 UA 175기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남쪽 건물과 충돌하면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건물을 뒤덮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를 찾기 위해 미국·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은 군 10만 명을 비롯해 최첨단 도청 장치·위성 사진·무인 정찰기를 동원했고, 2500만달러(239억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아직 이 엄청난 현상금을 타간 사람은 없다. 빈 라덴은 9.11테러 당시에 비해 조직에 대해 직접적 통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립된 상태지만 지난달 런던 공항 테러 모의 사건과 같은 국제적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가 꼽힐 만큼 그의 조직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빈 라덴을 반드시 잡겠다는 미국의 희망은 점점 식어 가는 모습이다. 미국 당국이 가장 최근 그의 행방에 대해 언급한 것은 벌써 2년 전이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10일자에서 미국 및 파키스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의 체포나 살해를 임무를 부여받은 미국 특수부대원들이 2년 이상 신뢰할 만한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빈 라덴 체포를 전담하는 조직을 이미 해체했고, 그를 잡는데만 집중했던 미군도 아프가니스탄 재건과 탈레반 잔당 소탕 등 다른 임무에 힘을 쏟고 있다. 과연 그를 잡을 수 없는 걸까? 파키스탄 국경에 배치된 한 미군 하사관의 말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 부대원들은 산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강인형 기자 2006.09.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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