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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잠실] 잠수함 전설 앞에서 명품 투수전, 팀도 연장 무승부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가 명품 투수전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두산과 KT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동국대 선후배이자 KBO리그 잠수함 계보를 잇는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홈팀 두산은 최원준(29)이, KT는 고영표(32)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동국대 선배이자 KBO리그 언더핸드 스로의 전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는 앞에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잠수함 선수들의 맞대결답게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이날 고영표는 7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행진을 이어갔다. 114~133km/h에서 형성된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고, 6회까지 74구를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로 이닝을 끌고 나갔다. 하지만 고영표는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7회 초, 선두타자 김재환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몰린 고영표는 후속 호세 로하스에게 2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했으나 유격수 김상수의 부정확한 송구로 추가 진루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점수는 1-1. 투구수가 90개가 넘어간 고영표는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앞선 야수 실책이 아쉬웠다.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최원준의 공도 견고했다. 이날 최원준은 6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져 6개의 안타, 2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단 1점만 내주는 견고한 투구로 QS를 달성했다. 최고 140km/h의 직구와 109~130km/h를 넘나드는 변화구(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로 KT 타선을 노련하게 돌려세웠다. 이날 최원준은 선두타자 출루를 세 차례나 허용했지만, 병살타를 2개나 만들어내는 등 땅볼 투수의 면모도 자랑했다. 하지만 두산 타선이 고영표에게 꽁꽁 막히면서 승리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후 고영표도 동점을 내주면서 승수 쌓기에 실패, 두 선수 모두 활짝 웃지는 못했다. 양 팀 불펜진의 명품 투수전도 일품이었다. KT는 고영표 이후 박영현(1이닝)과 김재윤(1이닝) 손동현(3이닝)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려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두산 역시 박치국(1이닝)과 정철원(1이닝) 이병헌(3분의 1이닝) 홍건희(1과 3분의 2이닝) 최지강(2이닝)이 뒷문을 탄탄히 지켜내며 동점 균형을 이어갔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KT는 5회 초 조용호의 볼넷과 김민혁의 2루타로 만들어진 2사 2, 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두산은 9회 말 선두타자 안타와 희생번트, 고의 4구로 만들어진 2사 1, 2루 찬스에서 침묵한 것이 뼈아팠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04.23 17:38
야구

애틀란타, 투수전도 승리...19년 만에 CS 진출 눈앞

애틀란타가 투수전에서도 승리했다. 19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무대가 눈앞이다. 애틀란타는 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2-0으로 신승을 거뒀다. 1차전은 화력전 끝에 승리했다. 2차전은 마운드의 힘을 보여줬다. 시리즈 2연승. 1승만 추가하면 LA 다저스-샌디에이고전 승자와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두고 다투는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다. 선발 투수 이안 앤더슨이 호투했다. 올 시즌 데뷔한 이 투수는 정규리그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하며 기대를 안긴 신성.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관록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마이애미 타선을 상대로 1점도 내주지 않았다. 5⅔이닝 무실점. 타선은 마이애미 선발 투수 파블로 로페스에게 2점을 냈다. 2회 말 2사 뒤 댄스비 스완슨이 선제 솔로포를 쳤다.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4회도 '장타'가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주전 포수 트래비스 다노가 2점 차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쳤다. 구원진도 제 몫을 해냈다. 6회 초 2사 1루에서 투입된 대런 오데이는 연속 4사구 허용으로 위기에 놓였지만 베테랑 맷 조이스를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1차전에서 무실점하며 승리를 지킨 필승조(타일러 마첵, 윌 스미스, 마크 멜란슨)이 이 경기에서도 홀드와 세이브(멜란슨)을 올리며 리드를 지켜냈다. 애틀란타가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0.08 10:17
야구

[IS 포커스] 투고타저에 존재감 더 커진 '홈런 시리즈'

가을 야구 승패의 향방은 역시 홈런이 가른다.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진 올해도 다르지 않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4-6으로 패한 뒤 "이번 시리즈는 유독 홈런이 분위기 전환과 많이 연결되는 것 같다. 결정적 홈런 두 방을 허용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준PO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모두 홈런 한 방이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1차전이 시작이었다. 키움 간판타자 박병호가 0-0으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한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시속 154km 강속구를 받아쳐 경기를 끝냈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진 투수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2차전 역시 박병호의 홈런으로 키움이 극적인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1-4로 뒤진 8회말 1사 1루서 LG 불펜 김대현의 4구째 시속 147km 직구가 한가운데로 높게 들어오자 여지 없이 받아쳐 정중앙 펜스를 훌쩍 넘겼다. 1차전 9회 끝내기 홈런과 같은 코스로 날아간 2점 홈런이었다. 키움은 이 한 방을 발판 삼아 1점 차로 추격한 뒤 9회 동점, 연장 10회 결승점을 각각 뽑아 두 번째 승리를 가져갔다. 잠실로 자리를 옮긴 3차전에서는 키움의 홈런포가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엔 익숙한 안방으로 돌아온 LG 타선이 홈런으로 응수했다. 1-2로 뒤진 4회 채은성이 키움 선발 이승호를 상대로 귀중한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고,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엔 카를로스 페게로가 키움 불펜 김상수의 포크볼을 걷어 올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벼랑 끝에 섰던 LG가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KBO 리그는 공인구 반발력을 낮춘 영향으로 타고투저 흐름이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지난해 '홈런 군단' 위용을 떨친 SK의 팀 홈런 수가 절반 넘게 줄어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역시 홈런 한 방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각 팀 최고의 선발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불펜 역시 대부분 필승조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시리즈 승패가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에선 에이스가 구원 등판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매 경기 사활을 걸고 진행되는 마운드 총력전에서 타자들이 집중타로 대량 득점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하는 타자들의 집중력도 높아지기는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실투를 노려 쳐 한순간에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홈런이 가장 확실한 공격 루트다. 가을에 홈런과 홈런타자의 가치가 그만큼 더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박병호의 홈런 두 개와 2차전 LG 유강남의 홈런, 3차전 채은성과 페게로의 홈런을 포함해 준PO 1~3차전에서 터진 홈런 5개 가운데 4개가 솔로 홈런이었다. 2차전에서 터진 박병호의 홈런만 2점포였고, 3점 홈런과 만루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솔로 홈런들이 승부에 미친 영향은 무척 컸다. 어느 한 팀도 대량 득점하지 못하고 1~2점 차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니, 실투하지 않으려는 투수들과 그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는 타자들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준PO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플레이오프(PO)와 한국시리즈 역시 홈런이 흐름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PO에서 기다리고 있는 SK와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은 모두 1~3선발이 강력한 동시에 홈런 타자들을 여럿 보유한 팀이다. 좀처럼 많은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고, 반대로 홈런으로 많은 점수를 쓸어 담을 수 있는 팀들이라는 의미다. '야구의 꽃' 홈런이 가을 하늘에 만개한 모양새다. KBO 포스트시즌이 갈수록 흥미를 더해간다. 잠실=배영은 기자 2019.10.10 12:58
야구

[베이스볼긱-한윤형] 비난 받는 ‘얼빠’를 위한 변명

[우악스럽고 감정적인 한국야구]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수만가지다른 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야구팬들은 ‘얼빠’(주로 선수의 얼굴을 보고 팬이 된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야구가 축구나 농구 같은 다른 인기스포츠에 비해 룰이 제법 복잡하고 직관적인 이해가 힘든 게임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빠’에 대한 반감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의 양상을 취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야구를 모르던 사람이 야구에 입문하기 위해선 ‘얼빠’가 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유일한 방법이란 것은 아니다. 친구 따라 직관 갔다가 매력을 느끼고 팬되었단 얘기는 오죽 많은가). 오히려 야구가 제법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야구에 대해 작정하고 탐구하기로 한 사람이 아니라면, 야구룰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은 몇 십 게임을 보는 것이다. 지역 정체성과 팀 정체성을 일치시킨 이들은 비교적 이 문턱을 쉽게 넘는다. 삼성, 롯데, KIA, 한화 등의 구단은 이런 부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자기 팀이 잘하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 포스트시즌 경기부터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야구의 진정한 묘미는 시즌 경기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십 게임을 보다 보면 직관적으로 흥미로운 타격전만큼이나 투수전도 살 떨리는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이 문턱을 넘지 않는 지역팬들도 있다. 어떤 지역팬들은 평소 시즌 야구를 거의 보지 않는 이들이라도 팬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술집 TV에 ‘우리팀’ 경기가 나올 때, 혹은 포스트시즌 때 잠깐 집중해서 본다. ‘얼빠’라 불리는 이들이 이들에 비해 야구를 모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면, ‘얼빠’도 비판받을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지역적 정체성이 옅은 수도권 주민이나, 지역과 팀을 연동시키는 것이 마뜩찮은 이들 중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어느 시절 한 팀의 매력적인 모습에서 ‘로망’을 보고 팀팬 정체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성년이 된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야구에 관심을 붙여 보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야구 얘기를 해서 저도 좀 봐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해요?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하나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럴 때 미남 야구선수들의 이름을 대며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라고 권유하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남자들에겐 안 통할 것 같지만 사실은 남자들도 ‘멋있는 남자’를 보는 걸 제법 좋아한다. 물론 얼굴만 잘 생긴 선수여선 안 되고 야구도 어느 정도는 하는 선수여야 한다. 취향에 맞는 사람을 골라 보라고 한 뒤 팀은 두 개 정도로 압축해 주는 것이 좋다. 한 팀으로까지 압축할 경우 지역팬이 아닌 경우 흥미를 붙이지 못할 우려가 있고 세 팀 이상은 초심자에게 너무 번거롭다. 취향에 맞는 선수가 속한 팀 중, 상위권 팀 하나와 장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팀 하나 정도를 골라서 경기를 보라고 한다. 사람 성격 따라 당장 이기는 걸 보고 싶은 사람과 장기적으로 정을 붙인 무언가가 개선되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수에 대한 팬심으로 팀을 골라 수십 게임이라는 첫 번째 문턱을 넘게 한다.결국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할 때가 제일 멋있다. 경기에서의 야구 선수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이미지보다 훨씬 멋있는 사람이다. ‘얼빠’로 시작한 이라도 몇 게임을 보다 보면 금세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무언가가 뒤집힌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가 멋있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넘어, 멋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좋아하게 된다. 경험으로 돌이켜볼 때 이택근을 보고 넥센을 응원하기 시작한 넥센팬이 박병호에 찬탄하게 되는 데엔 두달이면 충분했다.지역팀팬이라도, 어떤 팀이나 야구란 경기 자체에 매력을 느낀 이라도, 최초로 ‘로망’을 느낀 어떤 출발점에선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모르지만 계속해서 보았고, 보다 보니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다. ‘얼빠’라 불리는 이들도 그런 궤적을 다소 뒤늦게 밟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비판받을 일이란 말인가. 우리의 취미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얼빠’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한윤형 위원의 더 날카로운 분석과 논평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모바일 야구신문 베이스볼긱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안드로이드폰 다운로드] [아이폰 다운로드] 2014.02.13 07:00
야구

[어처구니 질문 위원회] ‘8-7 스코어’…케네디? 루즈벨트?

우문현답, 현문현답. 야구의 '얼척' 없는 질문. 여기 다 덤벼라.베이스볼긱이 야구 마니아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는 까다롭습니다. 평소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자주해 긱(GEEK, 괴짜)이라 손가락질 받던 여러분! 세상 누구도 묻지 않았던, 살아있는 질문만 받습니다. 엄격한 질문 선별 과정을 거쳐 긱(GEEK)의 시각에서 진지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최초의 모바일 야구신문입니다. [안드로이드폰 다운로드] [아이폰 다운로드]Q. 분당에 사는 20년차 야구팬입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친구와 멱살잡이를 했어요. 저는 야구를 보면서 단 한번도 1-0 경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야구는 뭐니 뭐니 해도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져야 제 맛이죠. 근데 친구 녀석이 자꾸 1-0이 제일 재밌다고 우기네요. 평소 서운했던 감정까지 겹치다보니 그만... 어쨌든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수는 몇 대 몇 인가요? 타격전 맞죠? (분당 요기 베라)A. “당연히 축구는 펠레 스코어(3-2), 야구는 케네디 스코어(8-7) 아닌가요?”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옆에서 듣던 일반 상식 책을 열심히 읽은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야, 루즈벨트 스코어 몰라? 9-8. 이게 최고지. 루즈벨트 대통령이 야구는 8, 9점은 나야 재밌다고 말했거든.” 나름 야구 전문가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겠죠. “보위 쿤 스코어, 커미셔너 스코어라는게 있는데 말이야. 야구는 7-6정도가 딱이야. 보위 쿤이란 사람은 2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를 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전문가지. 그리고 8점 넘게 나면 시간도 길어지고 지루해져.”야구 스코어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바로 케네디 스코어입니다. 사실 야구에서 8-7이 자주 나오는 점수는 아닙니다. 2013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총 576경기가 열렸습니다. 이 중 8-7은 7경기, 비율로 치면 1.2% 정도입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나오는 아주 희귀한 점수입니다. 케네디 스코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케네디 대통령이 “야구는 8-7이 가장 재밌다”고 말한대서 유래했습니다. 중앙일보 기사 데이터베이스(DB)를 뒤져보니 1993년 케네디 스코어가 처음으로 언급됐습니다. “삼성과 LG의 승부가 엇갈린 8-7의 점수는 야구경기중 가장박진감 넘친다는 케네디 스코어. 케네디 스코어는 미국의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1917~1963)가 재임시 야구경기는 8-7이 가장 재미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한데서 유래됐으며 63년부터 야구잡학사전에 등장했다. 케네디대통령의 이같은 말은 제32대 프랭클린 D 루즈벨트대통령(1882~1945)이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직후 야구경기는 9-8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 것에서 한점씩 뺀 것(9-8은 루스벨트 스코어로 부른다)” 중앙일보 1993년 9월 15일자 ‘ 케네디스코어’ 경향신문에서는 중앙일보보다 7년이나 앞선 1986년 4월 1일자 신문에 케네디 스코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대학야구 봄철리그 결승전에서 원광대가 동국대를 이긴 경기를 보도하면서 케네디 스코어인 8-7로 승리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후 기사를 검색해보면 케네디 스코어는 ‘8-7’을 수식하는 고유 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보는 일반 상식 책에도 나와 있으며, 실제 취업 시험에서도 케네디 스코어와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또 지상파 퀴즈 프로그램에서 케네디 스코어는 프로그램 초반, 누구나 다 맞추는 아주 쉬운 문제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케네디 스코어를 모르면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정도입니다. ‘8-7’은 케네디 스코어가 아닌 루즈벨트 스코어 케네디 스코어의 유래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해봤습니다. 국내 검색 엔진에서는 다양한 자료가 나오지만, 외국 사이트에서는 검색어를 넣고 아무리 뒤져봐도 케네디 스코어란 단어를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야구 용어를 정리해 놓은 폴 딕슨의 ‘베이스볼 딕셔너리(Baseball Dictionary)’에도 없었습니다.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미국 내 유력 매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 대선 토론회에서 한 말’이라는 단서를 갖고 1960년 에 나온 관련 기사를 찾아봤지만 야구에 대한 언급조차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국내 야구 용어 중 일본에서 건너온 정체불명의 단어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일본 사이트도 뒤져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10년 넘게 야구 기자 생활을 해온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답변을 곤란했습니다. 한 선배는 일단 “국내 기자들이 만들어낸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아니면 누군가 어디서 슬쩍 들은 이야기를 확인 없이 신문에 그대로 실었을 수도 있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풍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케네디 스코어를 추적하던 중 놀라운 자료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편지 한 장이었습니다. 1937년 1월 25일 루즈벨트 대통령은 당시 뉴욕 타임즈 야구 담당 기자였던 제임스 P. 도슨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도슨이 루즈벨트 대통령을 전미 야구 기자 협회의 14번째 연례 만찬에 초대한 것에 대한 답장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팽팽한 투수전도 좋아하지만, 홈런이 터지며 큰 점수가 나는 경기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경기(my idea of the best game)는 '8-7'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 편지의 원본을 Plaza57이라는 귀금속 감정 회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편지는 이베이(e-bay)에 19만 5000달러(약 2억 600만원)라는 가격까지 책정돼 있습니다. 약간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케네디 스코어는 결국 케네디 대통령이 아닌 루즈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쓰는 점수 관련 단어들 … 진짜 재밌는 점수는? 특정 점수를 지칭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1점차 승부처럼 팽팽한 접전을 뜻하는 표현은 미국에도 있습니다. 시소게임(Seesaw Game)이 바로 그것입니다. 1892년 시카고헤럴드 에드워드 니콜스에 의해 처음 사용된 이 단어는 폴 딕슨의 ‘베이스볼 딕셔너리’에도 나와 있습니다. 한 팀이 점수를 내면 다른 팀이 곧바로 점수를 내며 따라붙는, 마치 시소와 같이 접전이 계속되는 게임을 의미합니다. 또, 동사 'Edge'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파드리스가 자이언츠를 12회 에러로 8-7 승리를 거뒀다.(Padres edge Giants 8-7 in 12 innings on error.)”처럼 ‘Edge’는 근소한 점수 차의 경기, 특히 1점 차로 승부가 갈렸을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Hair-raising game'이란 단어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곤두설만큼 짜릿한 경기라는 뜻입니다. 1990년 해롤드 시모어가 쓴 ‘Baseball: The Poeple's Game'이란 책에서는 9-8 경기를 설명하면서 ’Hair-raising game'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 역시 시소게임과 마찬가지로 그리 많이 사용되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점수와 단어들은 재밌는 경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난타전’과 ‘1점차 승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양 팀 각각 6~9점 사이의 점수 뽑는 난타전이 펼쳐지고, 1점차로 마무리되는 경기에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 ‘단어’에서 찾은 답변입니다. 선수들이 재밌어하는 경기는? 선수들에게도 질문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경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일반 팬들과는 생각이 조금 다를 것 같았습니다. 두산 1루수 최준석은 “타자라서 그런지 양 팀 방망이가 많이 돌아가서 높은 점수가 날수록 경기가 재밌고 짜릿하다”고 합니다. 특히 적시타나 홈런이 터지면 더욱 그렇답니다. 최준석은 “케네디 스코어 같은 특정 점수를 내는 경기가 더 짜릿하거나 매력적인 건 아니다”며 “아슬아슬한 게임, 역전 게임이 스릴 있고 재밌다”고 합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가장 점수가 많이 난 경기는 2009년 5월 15일 당시 히어로즈와 LG의 목동 경기였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LG가 22-17로 승리했습니다. 4시간 40분동안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는 양 팀 합계 11개의 홈런이 터졌으며, 투수는 13명이 등판했습니다. 한 경기 최다 홈런은 2000년 4월 5일 현대와 한화의 경기에서 나온 14개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현대가 10개, 한화가 4개의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최준석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낄만한 경기들입니다. 두산 투수 유희관 역시 “무슨 점수가 가장 짜릿하다. 그런 거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합니다. 유희관은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이 가장 긴장되고 그런 순간을 잘 막아냈을 때 가장 짜릿하다. 상식적으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점수차가 많이 나는 게임은 스릴감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유희관은 역시 소문대로 1-0처럼 팽팽한 투수전에 짜릿함을 느끼는 강심장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피처스 듀얼(Pitcher's Duel)’이라고 합니다. 투수들의 압도적인 피칭으로 점수가 나지 않은 투수전을 의미합니다. 2013년 프로야구에서 1-0 경기는 는 총 11번이 나왔습니다. 프로 원년부터 2012년까지 1-0 경기는 총 312경기로 이를 전체 경기수로 나눠보면 2.2%가 나옵니다.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점수는 아닙니다. 윤병웅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장은 2013년 한 칼럼에서 “근래에 들어서는 특급 투수들의 숫적, 양적 부족으로 완투경기의 급감은 물론, 1-0 경기 빈도수 자체도 전에 비해 현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홈런이 야구의 꽃이고 치열한 타격전이 훨씬 보는 재미가 더하다고 하지만, 1점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양 팀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투수전은 경기의 질이나 긴장강도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 등급의 경기라는 점에서 1-0 승부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쌍방울,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 유희관처럼, 윤병웅 위원장처럼 1-0 경기에 짜릿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질문자 분께는 죄송하지만 저도 1-0 경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본 최고의 1-0 경기는 1991년 8월 15일 해태와 쌍방울의 광주경기였습니다. 1위 해태와 7위 신생팀 쌍방울의 맞대결. 이날 경기는 더블헤더로 펼쳐졌습니다. 당시 쌍방울 어린이 회원이었던 저는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택에 전주에서 광주까지 원정 응원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더블헤더 경기를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1차전은 1-1 무승부. 2차전은 ‘어린 왕자’ 김원형과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의 선발 맞대결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버지께 볼 것도 없이 졌다며 집에 돌아가자고 떼를 쓴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기록을 찾아보니 김원형은 고졸 신인으로 신생팀 쌍방울 마운드를 외롭게 이끌었지만, 당시 경기가 있을 즈음에는 9연패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반면 선동렬은 1991년에도 최고였습니다. 19승 4패 1.55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전성기 중 한해였습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았습니다. 그날따라 김원형의 폭포수 커브에 해태 타자들은 연신 헛 방망이를 돌려 댔습니다. 그러던 4회 일이 터졌습니다. 쌍방울 4번 김기태가 친 타구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광주구장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버린 것입니다. 경기는 홈런 한방이 결정지었습니다. 1-0. 이날 경기에서 선동렬도 김원형도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1시간 48분 만에 끝난 두 투수의 완투 대결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날 동아일보에는 ‘쌍방울,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는 기사 제목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재미의 척도를 계량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뿐더러 경기를 볼 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타자든 투수든 한 쪽을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점수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경기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서, 또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구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겨야 합니다. 응원하는 팀이 진다면 아무리 멋진 경기가 펼쳐진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오히려 ‘재미’가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점수가 몇 점이 나는지 보다는 그저 야구장에 가서 닭다리 하나 들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보는 야구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습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컨텐트=베이스볼긱 제공 2014.01.23 07:00
야구

프로야구 경기력 저하의 주범은 ‘볼넷’

시즌 초반 투수들의 볼넷이 프로야구 경기력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볼넷이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지난달 30일 시즌 개막 후 9개 구단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하고 있다. 4일까지 열린 20경기에서 총 174개의 볼넷이 나왔다. 경기당 8.70개. 고의 4구와 몸에 맞은 공까지 더한 사사구 수치는 평균 10.80개까지 올라간다. 2012시즌과 비교하면 볼넷은 6.95개에서 2개, 사사구는 3개 가까이 늘었다. 경기력 저하 요소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볼넷이 가장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볼넷 증가는 경기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관중이나 동료들의 맥이 탁 풀리게 한다. 집중력을 떨어뜨려 수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비 시간이 길어졌을 때 실책도 자주 나온다. ◇"프로가 아니라 동네야구"지난 3일 넥센과 LG의 목동 경기는 볼넷 전쟁의 결정판이었다. 넥센 투수들의 볼넷 남발에 LG는 전광판 사사구 박스에 10개를 뜻하는 A를 새겼다. LG 투수들도 볼넷 7개를 허용했다. 양팀 투수의 집단 제구력 난조로 경기는 4시간을 훌쩍 넘겨 밤 10시42분에야 종료됐다. 최종 스코어 14-8(LG 승)만 보면 '화끈했겠다'고 할 수 있지만 타자가 잘 쳤다기보다 투수가 못 던진 이유가 더 컸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넥센 팬은 "동네야구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했고, 다른 팬은 "이건 프로 경기가 아니다. 선수단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LG 팬들조차 "이겼는데 기쁘지 않다"고 했다. 승장 김기태 LG 감독이 "팬들이 추운 날씨에 경기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을 정도로 내용이 안 좋았다. 볼넷 남발은 두 팀만의 얘기가 아니다. 롯데와 KIA를 뺀 나머지 6개 구단이 지난해와 비교해 볼넷이 늘었다. 한화가 5경기에서 32개를 허용해 최다를 기록 중이고 그 다음이 30개의 넥센이다. 넥센은 지난해 같은 기간 11볼넷을 줬는데 3배 가까이 늘었다. 한화의 볼넷 증가폭도 2배가 넘는다. 개막 후 연패도 무더기 볼넷이 크게 작용했다. ◇재미 없으면 팬들도 등 돌린다김응용 한화 감독은 볼넷 남발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투수의 실력은 곧 경기력과 직결된다. 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면 팽팽한 투수전도, 화끈한 타격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경기가 쌓이면 결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내려간다.볼넷 증가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최상덕 넥센 투수코치는 "시즌 초반이라 투수들의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어 이런 경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심판원도 "이제 팀당 4경기씩 했다.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 초반과 비교해 관중이 줄었다. 볼넷 남발은 이런 흐름을 지속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3일 넥센-LG전을 두고 한 야구 팬은 "정말 민망하다. 저런 경기를 본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목동=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3.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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