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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포스팅 도전' 이정후, 현지 평가는 어떨까…'콘택트 60점'-'제다이 같은 배트 컨트롤'
"이정후는 제다이와 같은 배트 컨트롤(Jedi-like bat control)을 지녔다."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현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정후가 처음 받은 점수는 '80점 만점에 60점'이었다.MLB 전문 기록 업체인 팬그래프는 지난달 29일 아시아권 주요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정후를 비롯해 한·일 주요 선수들의 리포트는 꾸준히 갱신됐지만, 진출 직전 이들을 분석한 정식 리포트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에 대한 평가와 칭찬은 이미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꾸준히 이뤄졌다. 다만 이번 스카우트 리포트에는 올해 처음으로 '20-80 스케일' 평가가 이뤄졌다. 20-80 스케일은 최저 20점, 최고 80점으로 선수 재능을 채점하는 전통적인 평가 방식이다.이번 리포트에서 이정후는 타격(콘택트) 60점(잠재 70점), 파워 30점(잠재 40점), 스피드 60점, 수비 55점을 받았다. 상당히 높은 평가다. MLB 평균을 의미하는 50점을 세 항목에서 넘었다. 특히 장점인 콘택트 재능에서 60점을 받은 의미가 크다. 60점은 '평균을 넘는 우수한 재능'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MLB 상위 15.8%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직관적인 비교 대상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다. 그는 같은 리포트에서 주 무기 스위퍼(변형 슬라이더)에 60점을 받았다. 이정후의 콘택트가 올해 KBO리그를 제패한 페디의 결정구와 같은 수준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콘택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배트 컨트롤이다. 팬그래프는 이정후의 배트 컨트롤에 따로 70점을 부여했다. 아주 뛰어난 재능을 의미하는 70점은 통상 MLB 상위 2.2%를 의미한다. 팬그래프는 SF 영화 '스타워즈'에 빗대 "이정후는 제다이와 같은 배트 컨트롤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배트로 총알도 막을 것 같다는 뜻이다. 팬그래프는 "이정후는 이를 이용해 스트라이크 존 어디로 오는 공이든 그라운드에 원하는대로 보낸다.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의 협응 능력), 배럴 타구(장타 생산 가능성이 높은 속도와 각도를 지닌 타구)를 만드는 능력이 놀랍다"고 극찬했다.타격만큼 눈에 띄는 게 수비 평가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MLB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은 이유도 수비였다. 팬그래프는 "이정후의 중견수 수비는 팀 기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평균 이상의 수비 범위와 포구 능력, 평균 이상의 어깨(송구 능력)를 지닌 평균 이상의 주자"라고 호평했다. 다만 "2023년 받은 발목 수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평가에는 이정후와 함께 MLB 진출을 선언한 고우석(LG 트윈스), 올겨울 최대어로 평가 받는 야마모토의 리포트도 함께 실렸다. 고우석은 직구 55점, 커브 45점, 제구 30점(잠재 40점) 평가를 받았다.팬그래프는 고우석에 대해 "강한 팔 스윙을 지닌 강력하고 콤팩트한 선수"라며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탄탄한 구원 투수 유망주다. 150~153㎞/h, 최대 158㎞/h 직구가 있다. 또 145㎞/h의 커터(컷패스트볼)를 던진다"며 "공을 뿌리는 감각이 조금 일정하지 못하다. MLB에서는 (마무리가 아닌) 중간 투수로 역할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는 투수 최대어답게 직구 60점, 슬라이더 45점, 커브 60점에 제구는 80점 만점(시대를 대표하는 재능·상위 0.1%)을 받았다. 현재 MLB 선수 중 제구 80점 평가를 받고 데뷔한 선수는 조지 커비(시애틀 매리너스)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평가 항목에는 없었지만, 팬그래프도 "최고의 투구이자 가장 많이 던진 2구종"이라고 평가한 스플리터는 70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팬그래프는 "야마모토의 체격, 팔 스윙(딜리버리), 구위, 제구력을 종합하면 잭 그레인키의 전성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극찬했다. 통산 225승 156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한 그레인키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예정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팬그래프가 짚은 그레인키의 전성기인 2009년(16승 8패 평균자책점 2.16)과 2015년(19승 3패 평균자책점 1.66)은 21세기 최고의 투수 시즌으로 꼽힌다. 야마모토에 대한 기대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2.01 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