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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정지인 감독 “‘집에서 돈 안 주고 봐도 되냐’는 반응 제일 기억 남아” [IS인터뷰]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반응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정지인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의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담은 내용으로 지난달 17일 종영했다. 여성국극이라는 소재는 방영 전부터 ‘정년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으는 동시에 우려도 낳았다.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국극을 구현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년이’는 첫 회 ‘자명고’를 시작으로 ‘춘향전’,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 여성국극 무대는 물론, ‘추월만정’ 등의 소리까지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다. 여성국극을 어떻게 보여줄지는 정 감독에게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는 “국극은 그 시대 대중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노력의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출발해 큰 인기를 얻으며 16.5%로 막을 내렸다. 점차 입소문을 불러모으며 TV-OTT 화제성 조사에서도 드라마 부문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11월 드라마 브랜드평판 순위 1위(한국기업평판 연구소 기준) 등의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꺼져가던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피면서 공연 중이거나 공개를 앞둔 여성국극 공연의 매진세례로 이어졌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갖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김태리 배우를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년이’는 약 한 시간의 방송시간 중 여성국극 무대만 20분 가량을 할애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여성국극에 정말 진심이다’라는 반응까지 이끌어냈다. 김태리는 3년간, 특별출연한 배우 문소리도 단 몇 장면만을 위해 1년여간 소리를 배웠다. 다른 배우들 또한 최소 1년간 연기를 위해 소리를 갈고 닦았다. 여기에 고퀄리티의 의상, 분장 등이 어우러지면서 무대가 더 빛을 발했다. 정 감독은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다. 국극 무대는 보통 한 작품당 7~10일이 소요됐다. 정 감독은 “(여성국극 무대를) 긴 시간 보여드린 것은 이 정도의 길이도 납득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든 공연 내용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도전이었다”며 “후반 작업 과정에서 장영규 음악감독님의 무대 음악과 믹싱 팀의 음향 작업이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는 걸 확인하면서 공연 장면에 대한 떨리는 마음이 점차 빨리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국극 무대 외에 가장 공들인 장면으로는 10회 엔딩에서 용례(문소리)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가 듣는 신을 꼽았다. 목소리와 꿈을 잃은 용례가 젊은 시절 자신처럼 날개를 꺾인 채 고향으로 돌아온 딸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하고, 망가진 목으로 소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문소리의 소리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정 감독은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이라며 “한 신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이다.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이라고 공을 돌렸다. 정 감독은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거듭 전했는데 특히 “김태리 배우가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다”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년이’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주제임에도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정 감독은 “사실 좀 신기했다. 과연 이런 내용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역시 소리가 갖는 힘, 그리고 우리 배우들이 이를 표현해 내는 과정들에서 언어를 뛰어넘는 어떤 보편적인 정서들이 해외의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닿은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어느 정도 전통 사극들이 인기가 있는 상황에서 시대극도 그런 기반에 힘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년이’는 K콘텐츠의 도전이자, 정 감독의 도전이기도 했다. 정 감독은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2.01 11:25
영화

“악마야 고맙다” 11년 만 스크린 컴백 박신양, ‘사흘’로 K오컬트 열풍이을까 [종합]

집착에 가까울 부성애가 오컬트 호러와 결합했다. 박신양이 ‘사흘’로 11년 공백이 무색하게 스크린을 장악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사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박신양, 이민기, 이레, 현문섭 감독이 참석했다.‘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물이다. 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 스크린 복귀하는 작품이자 올초 K오컬트 열풍을 연 천만영화 ‘파묘’를 이어받을지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이날 현문섭 감독은 “올초 ‘파묘’로 인해 오컬트 붐이 일었다. 저희 영화도 한국적 정서가 있는데 장례 3일 문화와 서양 오컬트가 공존하고, 가족 드라마가 있는 점이 다른 매력이다”라고 소개했다.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경험이다. 아빠가 딸을 잃으며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그런 감정으로 시작하는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어 기획했다”라고 부연했다.가장 기대 요소인 박신양 캐스팅에 대해서는 “어떤 장르든 연기 베테랑이시기 때문이다. 오컬트에도 어울릴 것 같았고 부성애와 같은 감정들을 잘 표현할 것 같아 캐스팅했다”라며 “이성적인 의사 승도가 딸을 구하기 위한 신념으로 흔들리고 미쳐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셨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신양은 스크린 복귀 소감부터 전했다. 그는 “어쩌다보니 영화에 오랜만에 출연하게 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했고, 그림도 그려 전시도 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보니 영화를 오랜만에 하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극중 박신양은 주인공 차승도 역으로 광기어린 부성애를 연기했다. 흉부외과 의사인 차승도는 심장 이식 후 숨을 거둔 딸의 장례식장에서 소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며 딸을 구하기 위해 직진한다. 박신양은 “아빠와 딸의 애틋한 휴먼 드라마와 오컬트가 같이 들어있다. 오컬트는 보통 휴먼 드라마를 다루기에 적합한 장르는 아니라 신선하고 흥미로워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라고 출연계기를 밝혔다.두 장르의 결합이 곧 연기 주안점이자 도전이었다. 박신양은 “(두 장르가) 동 떨어지면 안되기에 절묘한 발란스를 맞춰야했다”라며 “두 장르를 몇 대 몇 비율로 시각화할지 신과 컷을 나눠 수치화시켜 가자는 결론까지 나왔다. 휴먼이 6~7이면 오컬트가 4~5로 가자는 식으로 느낌을 정확하게 만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에 더해 오컬트 장르의 묘미인 미스터리한 존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10시간 짜리 회의를 100회 정도 할 정도로 많이 신경썼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부녀와 얽힌 ‘그것’을 물리칠 구마 신부 해신은 이민기가 열연했다. 이날 이민기는 “처음 하는 장르라 더욱 끌렸다. 오컬트에 호기심도 많았기에 좋은 기회에 새 장르, 새 역할 도전할 수 있어 재밌게 찍었다”라며 “여타 오컬트 물과의 차별점보단 직업의 사명을 생각했다”라고 밝혔다.‘검은 사제들’의 강동원과 ‘아일랜드’의 차은우 등 ‘미남 구마사제’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을 두곤 “대열에 낄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이라며 웃었다. 현 감독은 “민기 씨는 사제복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비주얼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라며 “극중 해신이 이중적이고, 자신도 악마에 들렸던 인물이었으나 퇴치하게 됐다. 그 심리를 잘 표현해주셨다”라고 극찬했다.차승도의 딸 소미로 출연한 이레는 신들린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이레는 “오컬트를 좋아해 이런저런 영화를 찾아보곤 했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그것’이 깃든 배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다”라며 “‘파묘’가 공개되기 전에 찍은 영화이고,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를 원래 좋아해 돌려보곤 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선배님들 연기를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 역할 자체는 너무 다른 설정이라 참고나 차별점을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공포영화답게 실제로 오싹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바로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시체 안치실 철제침대에 누워 딸 옆에서 잠드려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박신양은 “철제침대가 혼자 드르륵 움직였다. 그걸 본 스탭들은 NG라고 느꼈을 텐데 이게 만일 실제 상황이면 어땠을지 아빠로서의 심정을 생각해 몸을 움직여 이어서 찍게됐다”라며 “촬영이 끝나고 누가 밀었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민 사람이 없다더라. 촬영인가보다 하고 흘러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없이 ‘인상적인 장면’인거다. 한마디를 한다면 ‘악마야 고맙다’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현 감독은 “개봉 시기를 잡는게 쉽진 않았지만 공개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재촬영도 했고 완성도를 위해 편집과 CG, 음향 등 후반작업도 많이 했다”라며 “수능 날 개봉하게 됐는데 수험생 여러분이 보시면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한편 ‘사흘’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2 17:05
영화

박신양 복귀작 ‘사흘’, K오컬트 붐 이을까 [줌인]

‘파묘’, ‘핸섬가이즈’에 이어 K오컬트물 열풍을 이끌 새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사흘’로, 본격적인 비수기에 돌입한 극장가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오는 14일 개봉하는 ‘사흘’은 장례가 치러지는 3일간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와 미스터리한 존재를 없애려는 구마 사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사흘’은 사랑하는 사람이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는 설정, 죽음과 맞닿은 공간인 장례식이라는 배경, 사흘이란 시간적 제약 등으로 예비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무엇보다 ‘사흘’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컬트라는 장르 자체에 있다. 오컬트 영화는 공포 영화 하위 장르로 악령, 귀신, 주술, 예언, 사후 세계 등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일컫는다. 국내 시장에서는 줄곧 비주류로 여겨져 온 장르인데, 관객층이 한정돼 흥행이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하지만 올초 ‘파묘’가 흥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개봉한 ‘파묘’는 묘 이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컬트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이어 6월 개봉한 또 다른 오컬트 영화 ‘핸섬가이즈’ 역시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서며 성공을 거뒀다. 두 작품의 연이은 흥행은 오컬트 영화가 마이너에서 주류로 올라오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대중의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 관객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오컬트 영화 속 대중적 코드에 반색했고, 장르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졌다.더욱이 최근 등장한 오컬트물은 이스터에그(영화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영화를 놀이 문화로 인식하는 MZ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했다. 실제 앞선 두 영화가 개봉한 후 온라인상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이는 하나의 팬덤과 관심 여론으로 연결돼 흥행에 불을 지폈다.한국인의 정서에 맞춘, 이른바 K오컬트란 점도 주효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오컬트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향성과 다양한 요소”라며 “‘파묘’, ‘핸섬가이즈’도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서 승화시킨다거나 새로운 장르와 결합함으로써 우리 관객의 정서에 맞게, 거부감은 줄이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고 짚었다.개봉을 앞둔 ‘사흘’ 또한 이들 영화의 흥행 코드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사흘’은 전 세계를 관통하는 부성애를 기반으로, 곳곳에 찾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각종 코드와 심볼을 숨겨뒀다. 여기에 국내 관객들만이 더욱 열광할 만한 K요소도 담았다.메가폰을 잡은 현문섭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기존의 오컬트 장르 영화들이 악령과의 대결과 구마사제의 희생을 강조했다면, ‘사흘’은 이러한 공식을 넘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3일장에 녹아있는 죽음을 대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가톨릭 오컬트가 공존한다는 점이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영화 속 가장 주목해야 할 심볼로는 나방을 꼽았다. 현 감독은 “나방은 ‘사흘’의 ‘킥’이다. 나방은 번데기에서 탈피하며 다시 태어나기에 영화에서 부활의 심볼로 쓰였다. 소미(이레) 얼굴에 나방이 펼쳐질 때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고자 했다. 나방을 가면처럼 펼쳐 악마의 트레이드 마크로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귀띔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06 06:05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 “인간 양면성 보여주고 싶었죠”

“제가 사는 현 사회의 문제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멜로장인’ 허진호 감독이 신작 ‘보통의 가족’으로 27년 만에 스릴러 연출에 도전했다.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면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더 디너’가 원작으로, 앞서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제작됐다.허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들을 보고 원작을 읽었다. 사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가 있는 작품을 하는 건 감독으로서 부담이긴 해요. 하지만 한국사회와 한국적 상황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냈죠. 또 지금까지 제가 만들어온 영화들과는 다를 거 같았고요.” 허 감독은 “원작이 말하는 인간의 양면성 역시 예전부터 관심 있던 주제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허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재완(설경구), 지수(수현) 부부와 재규(장동건), 연경(김희애) 부부의 균열과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하며 인간 본성을 끄집어 올리는 데 집중한다.“저마다 살아가는 기준이 있잖아요. 근데 살다 보면 도덕적, 윤리적 상황에서 믿었던 신념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때 발견되는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어떻게 인물들을 흔드는가를 보여주려고 했고요.” 영화의 별미인 유머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보통의 가족’은 장르 특성상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곳곳에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녹아 있다. 허 감독은 초반부에는 유머를 녹여 끌고 가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속도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연경이 CCTV 영상에서 아들을 인지하기 전까진 유머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다 점차 긴장감, 속도감을 높이면서 캐릭터 심리를 보여줄 방법을 고민했죠. 또 마지막 두 번의 식사 자리는 액션은 없지만 긴장감 있는 대사로 심리적인 부분을 주고받는 느낌이 났으면 했고요.”허 감독은 이러한 긴장감이 잘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 배우들의 열연을 꼽았다. 그는 “캐릭터들의 신념이 변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표현해 줬다. 현장에서 네 배우가 보여준 앙상블, 긴장감을 느껴보지 못한 적이 없다”고 치켜세웠다.명백한 스릴러 장르지만, 허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멜로의 맛’도 봤다고 했다. “스릴러와 멜로 둘 다 감정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장르예요. 감정과 정서의 부딪침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공통점이 있죠. 연출하면서도 그런 부분이 재밌었고요.”정통 멜로를 다시 선보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요즘 멜로 자체를 극장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상업적인 면에서 힘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중적 힘을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해야 한다. 좀 더 새로워져야 하고 다른 장르와 섞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차기작은 이미 결정됐다.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과 함께 오는 21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대중과 만난다. 영화 아카데미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시리즈로 허 감독과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감독이 총 4부, 8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맡았다. 허 감독이 연출한 건 2부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이다.“‘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처럼 30년이 다 돼 가는 영화를 여전히 사랑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최근작이 대표작으로 소개되는 게 행복하죠. 모두 즐겁고 재밌고 열심히 찍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웃음)”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8 05:50
스타

보이넥스트도어, 타이틀 급 ‘부모님 관람불가’로 입증한 MZ력 [줌인]

보이넥스트도어의 MZ력이 폭발했다. 오는 9일 컴백을 앞두고 선공개 한 ‘부모님 관람불가’ 뮤직비디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인 컴백 예열에 들어갔다. ‘청소년 관람불가’도 아닌 ‘부모님 관람불가’라니. 뮤직비디오 제목부터 ‘MZ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독특한 곡명은 멤버 태산의 아이디어다. 전작 ‘돌아버리겠다’ ‘뭣 같아’도 그의 손을 거친 곡명들이다. ‘부모님 관람불가’ 뮤직비디오는 한밤중에 일탈을 감행한 멤버들의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낸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힙합 곡이다. 5일 소속사 KOZ엔터테인먼트 제작팀에 따르면 ‘부모님 관람불가’는 보이넥스트도어만의 힙함과 위트있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구체적으로는 20살 전후 나이대 소년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이 나이대 청소년들이 흔히 보여주는 ‘허세’와 ‘근자감’을 키워드로 설정해 뮤빅비디오를 연출했다. 또 멤버들의 실제 성격과 캐릭터를 반영한 재미있는 포인트도 숨겨져 있다. ‘부모님 관람불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밈들도 화제다. 성격이 급한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 한다는 ‘당기세요’를 풍자한 포스터, 기절할 만큼 맛있는 커피 드셔보시고 기절 안하면 기절시켜드리겠다는 재미있는 입간판,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트레이드 마크 카페베네 엔딩신 등. MZ세대에서 유행한 밈들을 뮤직비디오에 삽입했다. 제작팀은 “‘부모님 관람불가’ 뮤직비디오에는 다양한 밈 요소가 포함돼 있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작업시간이 꽤 걸렸다”고 전했다. 촬영 전 수많은 레퍼런스를 준비, 그 중 보이넥스트도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임팩트 있는 밈들을 선별했다. 특히 현장에서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포즈를 취하고 적극적인 액션을 시도한 덕에 재미있는 장면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영상 속 멤버 운학이 슬러시를 컵 없이 입을 대고 마시는 장면이나 태산이 슬러시를 마시고 기절하는 액션이 그 예다. 생활밀착형 가사도 ‘부모님 관람불가’가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건강하게만 커 Please son / 어릴 땐 그게 다라니 원 / 할머니께 들었지 / 너네 아빠도 어렸을 때 다를 게 없지 뭐”라는 도입부 가사는 실제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로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멤버들은 “언제 들어오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거의 집 앞이라 말하고서 농땡이 피우지”라고 노래하고 “어릴 적 혼날 때 엄마 잔소리 안 듣고 방바닥 무늬를 세어 본 적도 있어” 같은 가사로 공감을 안긴다. 소속사 관계자는 “멤버들이 부모님께 말 못 할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정집, 코인 노래방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적 정서가 더해졌다.뮤직비디오는 5일 오전 기준 조회수 800만 회에 육박한다. 공개 직후에는 인기 급상승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MZ력 가득한 뮤비’라고 소문이 나면서 그 영향력이 음원 차트 성적으로 이어졌다. 발매 당일 오후 11시 멜론 실시간 차트 ‘톱 100’에 83위로 진입한 뒤 지난 3일 73위까지 올랐다. 5일 오전 9시 기준 멜론 ‘핫 100’ 차트에서는 20위권에 진입하며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부모님 관람불가’로 스타트를 끊은 보이넥스트도어는 9일 미니 3집 ‘19.99’를 발매하고 정식 컴백한다. 타이틀곡은 ‘나이스 가이’로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 겸 래퍼 지코가 작사에 참여했다. 멤버 명재현, 태산, 운학도 총 6곡에 참여하며 데뷔 때부터 보여준 올라운더 면모를 입증할 전망이다. 노래만 MZ력이 가득한 게 아니다. 성적도 남다르다. 지난해 5월 ‘지코 표 보이그룹’이라는 수식어 아래 데뷔한 보이넥스트도어는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앨범 실력 등으로 주목받았다. 전작 미니 2집 ‘하우?’는 한터차트 기준 초동 하프 밀리언 셀러를 달성했다. 또 미니 1집과 2집 모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2연속 진입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5개월 만에 미니 3집으로 돌아온 보이넥스트도어. 이미 미니 3집 ‘19.99’ 선주문량은 71만 장을 달성, 전작 최종 선주문량(57만 1600장)을 뛰어넘으며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9.06 05:45
뮤직

[데이식스 컴백③] 언제까지 ‘예뻤어’만 들을래? 역주행 가능성 높은 숨듣명

들어도 들어도 안 질리는 숨겨진 명곡들, 꼭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흙 속에 진주를 발견하듯 일간스포츠 가요 담당 기자 두 명이 데이식스의 ‘역주행 각’ 노래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 사랑한 남자의 마지막 선택… ‘놓아 놓아 놓아’ 2016년 3월 발매된 ‘놓아 놓아 놓아’는 데이식스라는 그룹이 지금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지기 전에 발매된 노래다. 두 번째 미니 앨범 ‘데이드림’의 타이틀 곡인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택한 남자의 진심이 묻어난다. ‘내가 없어야만 행복할 너라서 / 놓아 놓아 놓아 / 언젠간 웃을 수 있게…’ 인트로 부분의 아카펠라가 인상적이며 들으면 들을수록 몽환적인 사운드가 가슴을 후벼판다. 세븐틴 호시, 워너원 이대휘가 방송 및 팬사인회에서 불러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알려진 노래다. 가수 선미 역시 “가을 밤 드라이브 할 때 들으면 제격”이라며 ‘놓아 놓아 놓아’를 추천한 바 있다. 주의, 이별 직후에 들으면 눈물샘이 고장날 수 있다. ◇ 헤어졌지만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런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한 사랑은 후회가 없다고. 2018년 12월 발매된 데이식스의 미니 4집 타이틀 곡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는 “후회 없는 사랑을 했기에 미련과 원망은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1980년대 영국을 중심을 유행한 신스팝 사운드를 데이식스가 새롭게 재해석했다. 당시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사운드에 한국적 정서의 가사를 더했다. 발매 직후 아이튠즈 11개국 1위는 물론,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데이식스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준 고마운 곡이다. ‘이별한 사람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이제 더는 없겠지만, 지난 날로 남겨야지’ 가사에서 쿨향이 진동한다. 후회 없는 사랑을 하고 훌훌 털어 내버리고 싶은 사람에게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를 꼭 추천한다. ◇ 행복해도 될까요…일상의 위로 ‘해피’“May I be happy?” “Tell me it's okay to be happy”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들은 취향 따라 호불호의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명곡에는 적어도 ‘불호’가 따를 수 없는 법. 데이식스가 지난 3월 발매한 여덟 번째 미니앨범 ‘포에버’의 2번 트랙 수록곡 ‘해피’가 그런 곡이다.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에 멜로딕한 팝 펑크 코드가 입혀진 곡으로 화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해도 될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 시종 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지만 무언가 해내고 싶어도 점점 더 큰 벽이 늘어나는 애달픈 심경을 담은 아이러니한 매력의 곡이다.데이식스는 이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타이틀곡 외 주목받길 바라는 곡으로 ‘해피’를 꼽았는데 발매 5개월이 지난 시점 실제로 역주행 시동을 걸었다. ‘해피’는 지난달 30일 멜론 일간차트 기준 32위까지 오르며 순항, 연일 자체 최고 성적을 새로 쓰고 있다. “행복하고 싶다”는 궁극의 염원이 많은 음악 팬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데이식스의 ‘행복’은 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그마하나마 각자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향해 갈 수 있게 하는 일상의 플레이리스트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9.02 06:00
영화

이응복 감독 “‘스위트홈3’ 저는 재밌었지만…K크리처 이정표 되길” [IS인터뷰]

“사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 조용히 한번 해보려던 프로젝트였거든요.” 지난 19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이 피날레인 시즌3을 공개했다. 이에 맞춰 만난 이응복 감독은 5년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지난 시즌 이후 8개월 만에 공개된 ‘스위트홈3’은 욕망을 둘러싸고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사투를 그린다. 이 감독은 “시즌1은 팬데믹 시기였고 한국에서 크리처가 마이너한 장르였기에 완성만으로도 만족했는데 큰 사랑을 받았다”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답할지 시즌2와 3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후회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시즌1이 주인공인 은둔형 외톨이 소년 현수(송강)의 아파트 그린홈 사람들이 변이하는 괴물을 처음 마주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시즌2는 집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다른 생존자를 마주한다. 이번 시즌3은 전 시즌에서 펼쳐둔 이야기가 한 데 모이며 그린홈을 떠난 이들도 돌아오는 전개를 담았다.그러나 시즌2부터 시청자의 호불호가 거세게 갈리기 시작했다.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설정들이 추가됐고, 정든 인물보다 새로운 면면이 여럿 등장해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밀폐된 공간의 이야기가 예산도 덜 들고 안전하게 캐릭터도 잘 보인다. 그러나 새 그림을 만들고자 오픈된 공간을 돌아다니는 아포칼립스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이 과정에서 원작 웹툰의 세계관이나 한국적인 특수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일례로 수호대 ‘까마귀부대’는 팬데믹 시국 코로나에 맞선 직업인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주인공 현수, 은혁(이도현), 상욱(이진욱)은 설정상 사람이 아니게 되잖아요.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면 원작 세계관 속 설정과 대응되는 다양한 인물이 필요했어요. 찬찬히 보시면 밀도 있게 연결 돼 있답니다.” 워낙 배우들의 몰입이 훌륭했기 때문에 시즌1이 큰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 감독은 “시즌1 팬들은 인물들의 관계성을 따라갔기에 시즌2에서 흩어진 인물들이 시즌3에서 다시 모이는 과정에서 짧고 강렬한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즌2가 공개돼 평가받는 동안 시즌3 후반 작업을 진행했던 것에 대해서는 “부담도 되면서 행복한 질책이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냈다”며 “시즌2에서 풀지 못한 매듭을 잘 풀되 편집 방향에서 서스펜스를 강화했다. CG도 캐릭터가 잘 드러나도록 작업했다”고 돌아봤다.그렇게 공개된 시즌3은 그린홈 인연들인 현수와 은혁, 그의 동생 은유(고민시)의 재회가 그려졌다. 특히 열렬한 반응을 끌어낸 송강과 이도현의 재회 장면에 대해 이 감독은 “최대로 넣은 분량이다. 배우들이 정성을 다해 찍었다”고 밝혔다. “성숙해져서 다시 만나는 느낌이 흑화된 현수와 신인류가 된 은혁으로 동일시가 되어 좋더라고요.”두 배우를 비롯해 시즌1에서 신예였던 출연진이 현재 대세로 활약하고 있다. 신예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발굴했다기보단 그 친구들이 잘한 거다. 신기하다”며 겸손해했다.‘스위트홈3’은 호평만 받고 있지는 않다. 이 감독은 “솔직히 저는 재밌었다”면서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재미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OTT 시청패턴이 전과 같지 않아졌다는 것. 이 감독은 제작과정서 배운 점에 대해 “채널에 맞추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이야기 흐름을 소신 있게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많은 크리처물이 기획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스위트홈’은 이정표 정도를 꽂은 것 같네요. 한국 드라마들이 쭉쭉 나아가는 자신감과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30 05:40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브라질 한국영화제, 무이또 오브리가도!!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원장 김철홍)이 주최하는 한국영화제에는 19편의 영화가 편제됐다. 개막작의 개념은 없으나 행사가 시작되는 20일 오후 4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4시)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상영됐다. 29일까지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을 비롯해 육상효 감독의 ‘3일의 휴가’,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 이완민 감독의 ‘사랑의 고고학’ 등 장편 9편과 단편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현장에는 육상효 감독이 초청돼 참석한 상태다.‘거미집’ 상영은 당초 약간은 우려가 있었다. 워낙 한국적 상황, 더 나아가 한국영화의 역사가 지닌 특수성에 대해 눈이 밝은 관객이어야만 작품을 알아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봤다. 게다가 다소 작가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상파울루 한국영화제 역시 런던이나 여타 국가의 한국문화원 주최의 영화 행사처럼 교민보다는 현지인 중심으로 관객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관객들에게 ‘거미집’은 상당히 생소한 얘기일 수 있다.‘거미집’을 이해하려면 괴인(怪人) 감독 김기영의 미스터리한 죽음(그는 실제로 원인 모를 화재로 사망했다), 거장 신상옥 감독이 갖는 한국 현대 영화사에서의 위치는 물론 1970년대 한국의 권위주의 정치 상황, 검열 문제 등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영화가 2023년 칸영화제에서 상영 됐을 당시 5분 넘게 기립박수가 이어졌음에도 한국 개봉에서는 흥행에 참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바 국내 MZ세대들의 호응도가 매우 낮았는데 이들의 레트로 감성을 건드리기에 너무 영화 ‘안쪽’의 얘기였다는 점, 영화가 갖는 코믹한 정서가 코로나와 경기 불안 등 현재 한국의 사회 정서에 맞지 않았던 점, 전반적으로 사회와 영화가 공기(共氣)를 나누지 못했던 점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그러나 브라질 관객들은 달랐다. ‘거미집’의 영화 속 영화 장면, 곧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패러디한 장면들에서 나오는 60년대풍의 신파급 대사 어조에서부터 웃음을 흘렸다. 영화 속 정우성이 맡은 신상옥 감독이 등장하는, 판타지신도 무리없이 이해하는 듯 보였다. 1970년대 한국의 독재정치 시대, 검열의 문화에 대해서는 특히 브라질 자국 역사에 대한 경험과 동일시하는 듯이 보였다. 한 개인의 광기와 예술의 광기, 시대의 광기가 만날 때 어떤 작품, 어떤 예술이 만들어지는 가에 대한 영화의 테마를 진지하게 받아 들였다. 브라질 한국영화제가 열리는 상파울루 시립문화센터 광장에서는 이곳 청소년들의 댄스 연습이 한창이었다. 곧 K팝 댄스 경연대회가 예정돼 있다. 브라질 곳곳에서의 K팝, K시네마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그건 요즘 세계 어디서든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중남미의 K팝 열기에 기인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국내 영화 산업 안으로 잘 끌어 들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중미권에는 멕시코와 쿠바 외에는 100% 문자 해독 능력을 갖춘 나라가 드물다.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은 시장도 작고 문맹률이 높아 모두 더빙을 해야 해 제작비 코스트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브라질은 인구 2억의 큰 시장이지만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다. 남미 다른 국가는 전 지역이 스페인어권이다. 세계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포르투갈과 브라질, 동티모르와 아프리카 소국 한 두 개 나라일 뿐이다. 브라질 한 국가만을 위해 더빙을 준비하는 건, 다소 가성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중남미권을 겨냥한 체계적인 수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영화의 해외 진출이 가장 부진한 곳이 바로 중남미다. 영화 전문 인력이 배치되기도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한데 워낙 대륙 규모가 크고, 치안이 불안정 해 활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현장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깊은 공감을 갖는 브라질 관객들을 목도하게 되는 건 꽤나 흥분되는 일이다. 한국은 요즘 왜 흥미로운 영화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브라질 상파울루와 한국은 정확히 지구 반대편이다. 비행시간만, 태평양쪽으로 가든 대서양과 인도양쪽으로 가든, 그러니까 오른 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대기 시간 서너시간을 포함해 도합 30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다. 멀다. 그러나 늘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는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이번 브라질 한국영화제는 영화가 한국과 상파울루의 거리를 두 시간의 러닝 타임 시간 안으로 좁히게 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다. 무이또 오브리가도(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7.25 06:05
OTT

[정덕현 요즘 뭐 봐?]‘삼식이 삼촌’, 송강호여서 가능한 한국적인 ‘대부’의 맛

“야, 삼식이 삼촌이라고 한번 불러 봐. 삼식이 삼촌이라고 한번 불러 보라구.” 미군 물건을 빼돌리다 붙잡혀 특무대에 끌려간 부하들을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서대문파 한수(노재원)에게 박두칠(송강호)은 대뜸 자신을 ‘삼식이 삼촌’이라 불러 보라고 한다. 황당해 하는 한수가 왜 그래야 하냐고 되묻자 박두칠은 그렇게 부르면 자신이 그들에게 밥을 주겠다고 말한다. 그 밥은 먹는 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삼식이 삼촌은 엉뚱하게도 이들에게 동대문파의 영역을 넘겨주겠다면서 동대문파 우두머리인 윤팔봉의 다리를 하나 부러뜨리고 오라고 명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처음 박두칠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여러모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첫 장면을 연상시킨다. 울면서 폭행당한 딸의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가 대부에게 가해자들을 처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삼식이 삼촌’은 1950년대말부터 60년대까지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마치 대부 같은 존재다. 뭐든 안되는 게 없는 인물. 물론 느낌은 좀 다르다. ‘대부’에서는 보다 어둡고 살벌한 느낌이지만 ‘삼식이 삼촌’은 훨씬 친근하다. 엄한 아버지와 친근한 삼촌 정도의 차이랄까. 이 차이는 ‘삼식이 삼촌’만의 한국적인 정서를 담는다. 게다가 ‘삼식이’라는 별명은 그가 누군가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오라고 말하는데도 이 인물을 빌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 다 먹였다고, 자기 식구 친구 친척 그 누구도 굶기지 않는다고’ 붙은 별명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접근하니 삼식이 삼촌이 하는 모든 행위들은 마치 ‘생존’의 선택처럼 여겨진다.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삼식이 삼촌은 필요하면 살인도 하는 인물이고, 유리하다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걸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 정재계부터 군인, 미군, 깡패들까지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다. 사태 파악이 빠르고,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싶으면 먼저 적을 무너뜨리는 민첩한 행동력도 갖고 있다. 물론 제 손을 직접 쓰기보다는 저마다 갖고 있는 욕망들을 툭툭 건드려 대신 피를 보게 만드는 게 그의 방식이다. 삼식이 삼촌은 친근해 보이지만 섬뜩한 실체를 갖고 있고, 젠틀해 보이지만 잔혹하며, 신의를 지킬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거짓과 배신이 일상이다. 그런데 이 삼식이 삼촌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를 많은 이들이 따르게 된 데는 그 별명에 담겨 있는 것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서다. 삼식이 삼촌은 청우회라는 재계 모임에서 공단 건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피자이야기를 꺼낸다. “미국 사람들은 매일 그런 빵을 먹어. 심지어 먹다가 남겨. 우리도 공단만 완성이 되면 그런 빵을 먹다가 남기고 버릴 거야.” 실제로 세 끼를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삼식이 삼촌의 이런 접근이 강력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삼식이 삼촌’은 바로 이 문제적 인물이 국가 재건을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는 김산(변요한)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2년 간이나 공들여 준비한 국가 재건 사업계획이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당장의 권력에만 관심이 있는 관리와 정치인들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김산은, 삼식이 삼촌의 끈질긴 구애와 설득 끝에 결국 정치의 세계로 뛰어든다. 삼식이 삼촌은 김산에게 삼시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라는 ‘같은 꿈’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김산의 이런 욕망을 이용해 돈과 권력을 쥐려는 노림수를 숨기고 있다. 또한 김산 역시 처음에는 대의를 갖고 정치에 뛰어들지만, 권력을 쥐어야 실현 가능한 현실 앞에서 그 대의를 끝까지 지켜낼지는 의문이다. 이미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에만 골몰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를 잘 알고 있다. 그 빛은 ‘압축성장’이라 표현되는 경제적 발전이지만, 거기에는 독재로 인한 무수한 희생이 남긴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삼식이 삼촌’은 이 격동기에 ‘원대한 계획’을 꿈꾸고 실행해나간 한 인물을 누아르적인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송강호여서 가능한 지극히 한국적인 ‘대부’의 맛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드라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5.27 05:49
연예일반

에스파VS아이브, 외계인이냐 마법소녀냐... 콘셉트 강자는?

콘셉트 강자들이 맞붙었다. 그룹 에스파와 아이브가 각각 외계인, 마법 소녀 세계관으로 팬들의 ‘덕질 욕구’ 사냥에 나섰다.“말하자면 난 초신성 같은 존재거든”이라는 가사와 함께 카리나가 차 위로 떨어진다. 윈터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높은 건물 벽을 잡고 빙빙 돈다. 이 밖에도 양쪽 눈 색깔이 다른 닝닝이 “조심해”라며 묵직한 경고를 날리고, 지젤이 있던 건물에는 큰 화재가 난다.지난 13일 발매한 에스파 첫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 곡 ‘슈퍼노바’(Supernova) 뮤직비디오 장면 중 일부다. ‘슈퍼노바’는 에스파의 두 번째 세계관을 알리는 노래다. 에스파는 데뷔 당시에는 AI를 활용한 메타버스 세계관을 지향했다. 그러나 2023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독자 운영체제에서 멀티 레이블 제도를 도입했고 ‘SM 3.0’ 체제 이후 에스파가 새로운 세계관과 함께 처음으로 알린 노래라는 점에서 ‘슈퍼노바’는 큰 의미를 지닌다.‘슈퍼노바’ 뮤직비디오는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사건의 시작을 ‘초신성’에 빗대 표현했다. 무게감 있는 킥과 베이스 기반의 미니멀한 트랙 사운드와 지구를 정복하려는 에스파 멤버들의 개성 강한 연기가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다. 특히 ‘문이 열려 서로의 존재를 느껴 디스코드’, ‘원초 그걸 찾아 브링 더 라이트 오브 더 다잉 스타’, ‘불러낸 내 우주를 봐봐’와 같은 가사에서 에스파 특유의 ‘쇠 맛’이 감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블랙맘마’, ‘세비지’, ‘걸스’ 등 그간 발매한 노래들은 일각에서 유치하다는 혹평이 존재했으나, 이번 ‘슈퍼노바’로 에스파는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슈퍼노바’ 뮤직비디오는 21일 기준 조회수 5000만 회를 육박한다. 음원 성적은 더 좋다. 멜론, 플로,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공개된 지 7일 만에 1위를 기록했다. 에스파는 이 기세를 이어 오는 27일 정규 1집 또 다른 타이틀 곡 ‘아마겟돈’(Armageddon)을 발매한다. 아이브는 마법 소녀다. ‘아센디오’ 뮤직비디오는 의문의 요술봉을 손에 넣어 마법 소녀가 된 아이브 멤버들과 마법봉의 원래 주인인 ‘어둠의 아이브’ 멤버가 전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아센디오’는 반동을 일으켜 튀어 오르게 하는 마법 주문으로 영화 ‘해리포터’에도 등장했다. “오 아름답지만 섬찟할 거야”라는 가사와 함께 마법봉에서 빛이 나고, 멤버들이 마법봉에 손을 대는 순간 천장으로 튀어 오른다. 뮤직비디오는 아이브와 어둠의 아이브 간 치열한 쟁탈전을 마치 액션 영화처럼 박진감 있는 편집으로 표현했다. ‘아센디오’는 아이브가 지난 15일 발매한 두 번째 EP 앨범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다. 또 다른 타이틀 곡인 ‘해야’에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센디오’ 뮤직비디오 역시 독특한 콘셉트에 힘입어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목록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21일 기준 조회수 1324만 회를 기록했다.에스파와 아이브, 아이브와 에스파. 두 걸그룹 모두 개성이 뚜렷이 다르지만, 이번 컴백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잘하는 걸 또 잘했다’는 것이다. 이지 리스닝, Y2K가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은 가요계에서 그룹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당당히 내놓은 게 오히려 차별화로 작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4세대 대표 걸그룹이라 불리는 에스파와 아이브가 보여준 이번 흥행으로 가요계의 흐름이 또 한 번 바뀔지도 관심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5.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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