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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포커스]'1인 4역' 엄상백, KT 마운드 특급 조커

'전천후' 투수로 빛날 기회를 잡았다. KT 위즈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3) 얘기다. KT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3차전에서 선발 투수 2명을 가동하는 마운드 운영을 보여줬다.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웨스 벤자민이 오른쪽 팔뚝 근육 뭉침 증세로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동안 대체 선발을 맡아줬던 엄상백이 두 번째 투수로 나서 4이닝을 소화했다. 벤자민은 야수진의 수비 지원 속에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엄상백도 7회 말 김수환에게 솔로포 일격을 당했지만, 4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KT는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가 더뎠던 윌리엄 쿠에바스와 결별하고, 벤자민을 영입했다. 벤지민은 다양한 구종을 무기로 갖고 있는 왼손 투수다. 이강철 감독도 오른손 정통파·사이드암·왼손 정통파 등 선발진에 다영성을 갖추게 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딜레마가 한 가지 있었다. 쿠에바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낸 엄생백의 향후 활용법이다. 큰 몸값을 투자해 영입한 벤자민을 불펜 투수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 투수 다른 한 자리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맡고 있고, 2021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토종 3인방(고영표·배제성·소형준)도 입지가 견고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결국 엄상백을 불펜 투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KT 허리진은 지난 시즌보다 헐거워진 상태다.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은 때로는 롱릴리프, 때로는 필승조 일원, 때로는 선발 투수가 4~5이닝만 소화한 뒤 교체됐을 때 두 번째 투수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 투입되는 대체 선발도 그가 1순위다. 사실상 마운드 '만능키' 임무를 부여하겠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엄상백은 9일 경기는 롱릴리프, 8일 경기는 1-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나섰다. 2015년 1차 지명 특급 유망주였던 엄상백은 큰 기대를 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특급 투수로는 올라서지 못했다. 2018시즌 12홀드 2세이브를 기록한 게 기록상 가장 좋은 활약이었다. 그러나 상무 야구단에서 보낸 2020~2021시즌 꾸준히 선발 투수로 나서서며 실전 경험을 쌓았고, 2021년 9월 소속팀(KT)에 복귀한 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체력 관리가 필요했던 기존 선발 투수들의 등판 순번에 투입돼 진가를 보여주는 투구로 시선을 잡았다. 올 시즌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그 자리를 메웠다. 선발로 나선 9경기에서 꾸준히 5이닝 이상 막아주며 4승(2패)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4.05. 선발진 한 축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투수가 불펜으로 갔다. 이닝 소화·클러치 상황에서의 투구 능력이 모두 뛰어나다. 김재윤·주권·김민수, 필승조 투수들이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누구보다 높은 팀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엄상백은 주중 키움전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안희수 기자 2022.06.10 08:59
야구

고영표 "2022 목표는 더 많은 이닝,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

KT 위즈 고영표(30)는 2021년 가장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발 투수다. 그는 정규시즌 등판한 26경기(166과 3분의 2이닝)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21번 해내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2.92점)은 3위. 출루허용률(1.04), 9이닝당 볼넷(1.46개), 경기당 소화 이닝(6과 3분의 1이닝) 등 세부 기록도 좋았다. KT는 창단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거뒀다. 고영표는 2018시즌 종료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2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투수가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반전을 안겼다. 고영표는 "'공백기가 길면 적응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부족하다고 여겼던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투구 밸런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도 연구했다.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고영표는 지난 2월 열린 팀 스프링캠프부터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야구 선수로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설렘이 조금 무뎌질 때면 혼자 운동했던 복무 기간을 떠올렸다. 좋은 기운을 머금고 승승장구했다. 고영표는 개막 13경기 연속 6이닝 이상 소화했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고, '숙적' 일본전에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5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며 호투했다. 상승세는 리그 후반기까지 이어졌다. 9월 등판한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27을 기록하며 리그 월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선발진에서 탈락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약해진 허리진을 보완하기 위해 에이스였던 고영표를 불펜 투수로 돌렸다. KS에서 QS를 해내겠다고 다짐했던 고영표는 한동안 실망했다. 하지만 이내 사령탑의 의중을 이해했고, 마음을 다잡았다. KS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임무를 완수했다. 고영표는 KS를 치르며 얻은 교훈을 2021년 최고의 수확으로 꼽는다. 그는 "누구나 가장 큰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버려야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으로도 KS 선발 등판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 어떤 보직이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멋진 모습 같다"라고 했다.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고, 우승 반지까지 꼈다. 고영표는 더 위를 바라본다. 이미 2022년 목표도 세웠다. 올해보다 더 많은 이닝을 기록하는 것이다. 고영표는 "올 시즌 그 이상 해내기 어려울 만큼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등판 수나 이닝은 정상급 투수들과 비교해 조금 부족했다. 아직 특정 기록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조금 더 가치 있는 투수로 인정받을 것 같다"라고 했다. 안희수 기자 2021.12.22 14:59
야구

'김재환 저격수' 조현우, KS 신 스틸러

2021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신 스틸러'는 단연 KT 위즈 왼손 불펜 투수 조현우(27)다. 그는 두산 베어스 거포 김재환의 저격수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조현우는 17일 KS 3차전에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KT가 1-0으로 앞선 6회 말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상대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슬라이더로 파울 2개를 얻어낸 뒤, 3구째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다시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김재환은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승부처에서 실점을 막은 KT는 7회 초 2점을 추가했고 3-1로 승리하며 3연승을 거뒀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KT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차지했지만, 가장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조현우도 승리 주역이었다. 조현우는 KS 1·2차전에서도 중요한 순간 김재환을 잡아냈다. 1차전은 팀이 4-1로 앞선 8회 초 2사 1루에서 KT 두 번째 투수로 등판, 김재환을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2차전은 6-0으로 앞선 8회 초 2사 2루에서 등판했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는 적시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에게는 슬라이더만 4구 연속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추격을 당할 수 있는 위기에서 침착한 승부를 보여주며 임무를 완수했다. KT가 통합 우승을 확정한 KS 4차전에서는 김재환에게 일격을 당했다. 8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측 솔로 홈런을 맞았다. 수 차례 당한 구종에 김재환은 초구에 응수했다. 하지만 조현우는 앞선 상황에서 이미 임무를 해냈다. 고영표가 안타를 맞고 무사 1루에 놓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2차전에서 적시타를 맞았던 페르난데스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KT가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김재환에게 맞은 홈런도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현우를 2년 동안 지켜보면서 '생각보다 강심장을 가진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강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이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LG 트윈스 김현수나 NC 다이노스 나성범처럼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타자들의 타석에서 조현우를 투입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리허설을 잘 치러낸 조현우는 본 무대인 KS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김재환은 홈런왕(2018시즌·44개) 출신 거포다. KS 전까지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타율 0.370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현우의 슬라이더 앞에서 잇따라 어설픈 스윙을 보여줬다. 조현우는 먼 길을 돌아 KT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2014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KT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듬해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 보호 선수(40명)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때 왼손 불펜진 보강을 노리던 친정팀 KT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조현우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1군 등판 기회가 늘어났다. 지난해는 54경기에 등판, 9홀드·1세이브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2점(2.61)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KS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투수다. 안희수 기자 2021.11.19 07:59
야구

152승 투수가 만든 '강철' 마운드, KT가 정상에 오른 원동력

'강철 마법'이 만든 리그 최강의 마운드. 막내 구단 KT가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오른 원동력이다. KT는 1군 진입 첫 시즌(2015)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자유계약선수(FA) 내야수 황재균을 영입해 치른 2018시즌에는 한 단계 오른 9위에 머물렀다. '만년 최하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특히 마운드 전력이 형편없었다. 4시즌(2015~18)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5.64. 세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2018년 10월, KT는 새 판을 짰다. 선수 시절 152승(통산 3위)을 거두고, KIA·키움·두산에서 지도자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영입했다. 이강철 감독은 취임식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KT는 2019시즌 초반부터 삐걱댔다. 초반 40경기에서 27패(13승)를 당하며 10위에 그쳤다. 이강철 감독은 이 시점부터 노선을 재설정했다. 그는 "눈앞 승리에 연연할 수 없었다. 일단 투수들에게 명확한 보직을 부여하고, 확실한 주전을 구축하는 게 팀 내실을 강화하는 첫 번째 과제였다"라고 돌아봤다. 이강철 감독은 시야를 넓혔다. 이전까지 1군에서 30경기도 등판하지 않았던 배제성과 김민수를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부임 뒤 처음으로 이끌었던 마무리 캠프부터 이들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두 투수는 선발진에 안착했고, 시즌 막판까지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배제성은 KT 창단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거둔 토종 투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불펜진도 재편했다. 2018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주권은 셋업맨으로 고정했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 썼던 이대은은 마무리 투수, 종전 마무리 투수 김재윤에게는 8회 마운드를 맡겼다. 필승조를 구축한 KT 불펜진은 안정감이 생겼다. 2019시즌 후반기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2.57. 10개 구단 중 1위였다. KT는 향상된 마운드 전력을 앞세워 창단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2020시즌은 더 탄탄한 마운드를 만들었다. 선발진에는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 나타났다. 소형준이다. 이강철 감독은 "제구·구위·배포 모두 완성형 투수"라고 극찬하며, 신인 투수를 스프링캠프부터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데뷔전부터 승리 투수가 된 소형준은 그해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올라 감독의 파격적인 믿음에 부응했다. 불펜진도 힘이 생겼다. 주권은 2020시즌 31홀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부진한 이대은 대신 마무리 투수 임무를 이어받은 김재윤도 KT 소속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21개)를 기록했다. 새 얼굴도 발굴했다. 왼손 투수 부재를 고민하던 이강철 감독은 무명이었던 조현우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해 필승조 일원으로 성장시켰다. KT는 2020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에 오르며 창단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기량과 멘털 모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개개인이 의미를 부여하는 기록을 챙겨주며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2021시즌에는 군 복무를 마친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가 가세했다. '선발 야구'가 만개했다. KT 선발진은 올 시즌 선발진 승수(53승), 평균자책점(3.69), 소화 이닝(812이닝) 모두 1위에 올랐다. 타선 침체로 고전했던 10월 레이스도 선발진이 리그 1위 평균자책점(3.25)을 기록하며 버틸 수 있었다. 오프시즌 영입한 불펜 투수들도 고비마다 존재감을 발휘했다. 약점이었던 마운드는 이제 KT의 야구를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으로 진화했다. 이강철 감독이 팀을 바꿔놓았다. 대구=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0.31 17:49
야구

유망주→노망주→마당쇠, KT 마운드 '언성히어로' 심재민

좌완 심재민(27)은 KT 선두 질주의 숨은 공신이다. 마운드에서 가장 궂은일을 해내고 있다. 그의 임무는 스윙맨.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진 상황에서 투입돼 2~3이닝을 막아줘야 하는 역할이다. 대체 선발 투수로도 한 차례 나섰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5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4회 말 1사까지 6점을 내주고 무너진 뒤 나섰다. 3⅔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 호투했다. 지난 8일 수원 KIA전에서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1⅔이닝 동안 4점을 내주며 기선을 내준 상황에서 등판, 3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의 조기강판은 사령탑 입장에서 가장 당면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불펜 가동이 빨라지면, 투입하는 투수가 늘어난다. 휴식을 부여할 계획이었던 선수까지 나서야 할 때도 있다.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적 피로는 잠재적 불안 요소다. 그래서 롱릴리버를 둔다. 이닝 소화 능력이 있는 투수 1명을 더 투입해 5~6회까지 막고, 이후 정상적인 불펜 운영을 도모하려는 의도다. KT는 심재민 덕분에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3이닝 이상 막아낸 3경기에서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8일 KIA전에서는 심재민이 달아오른 상대 타선의 기세를 꺾은 덕분에 동점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15일 두산전 7회 말에는 리그 대표 '거포' 김재환과의 승부가 돋보였다. 풀카운트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스트라이크존 안에 슬라이더를 꽂아넣었다. 앞서 낮은 코스에 던진 슬라이더에 타자가 반응하지 않자, 정면 승부로 허를 찔렀다. 이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를 치며 뜨거웠던 김재환은 완전히 타이밍이 빼앗긴 채 어설픈 스윙을 했다. 심재민은 '10구단' KT의 창단 멤버다.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선발된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입단 동기 박세웅(현재 롯데)은 리그 대표 선발 투수, 주권은 정상급 셋업맨으로 올라섰지만, 심재민은 존재감이 미미했다. 2017시즌 커리어 최다 이닝(74⅔), 최다 홀드(13개)를 기록하며 도약 발판을 만들었지만, 팀 주축으로 평가되진 못했다. 2018시즌을 끝으로 군 복무(사회복무요원)를 소화했다. 어깨와 팔꿈치 통증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좌완 자원이 많지 않은 팀 상황 탓에 심재민의 복귀를 주목했다. 불펜진 수혈이 필요했던 6월에 그를 1군에 콜업했고, 이후 요긴하기 활용했다. 선발 투수나 셋업맨처럼 주목받는 보직은 아니다. 하지만 심재민은 KT 마운드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묵묵히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다. 선발 도약도 기대된다. 2019~20시즌 스윙맨을 소화한 김민수도 기존 선발 투수가 낙오한 자리를 꿰찼다. 이닝 소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당장은 고영표·배제성·소형준으로 구성된 토종 선발진이 견고하다. 하지만 변수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심재민은 든든한 예비 자원이다. 심재민은 올 시즌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승리나 세이브 등 개인 기록은 욕심이 없다. 자주 등판해서 좋은 공을 던지며 이닝과 경험을 쌓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아직 선발 투수 욕심도 없다. 현재 선발들이 잘 해주고 있다. 현재 나는 롱릴리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9.16 12:59
야구

고영표가 증명한 공백기의 순기능

KT 선발 투수 고영표(30)는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군 복무 공백기는 그의 성장에 자양분이 됐다.고영표는 지난 12일 등판한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KT의 10-0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사사구를 1개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 시즌 60승을 앞두고 4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했던 KT는 고영표의 호투로 '아홉수'를 넘길 수 있었다.고영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데뷔 처음으로 10승을 거뒀다. 종전 커리어하이는 2017시즌 기록한 8승이다.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해냈다. 고영표는 "팀의 승률을 높이는 투수가 되고 싶다. 남은 시즌 20QS 이상 해내고 싶다"라는 목표를 전했다.고영표는 2018시즌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임무를 수행했다. 2시즌(2019~2020)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공백기 여파는 없었다. 기량이 한층 향상됐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였지만, 올 시즌은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는 투구가 돋보인다.고영표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때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선배가 몸쪽 공을 자주 요구했다. 다소 부담이 있는 코스였는데 조금씩 제구가 잡혔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며 좋은 투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군 복무 공백기는 오히려 약이 됐다. 우선 몸 관리를 할 수 있었다. 고영표는 2017년에는 어깨, 2018년에는 허리 통증 안고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누적 피로 탓에 시즌 막판만 되면 고전했다. 고영표는 "아무래도 복무 기간에 만성 통증을 다스릴 수 있었다"라고 했다.군 복무 중에도 일과를 마친 뒤에는 개인 훈련에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유연성이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전 투구는 못 했지만, 자신의 투구 메커니즘과 기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멘털도 성숙해졌다. 고영표는 지난 2월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질 수 없었던 시간(군 복무 기간)은 정말 힘들었다. 좋아하는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면서 심적으로도 긍정적인 마음이 커졌다. 다시 일상을 찾은 만큼 행복하게 야구할 것"이라고 했다.개막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고영표는 "야구는 마치 파도 같다. 쉽다가도 갑자기 어려워진다. 투구 내용에 아쉬운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가장 편안한 것 같다. 여유가 조금 생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가을 야구를 향한 열망도 멘털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영표는 KT가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2020시즌) 군 복무 중이었고, 동료들의 경기를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년 사이 강팀으로 도약한 소속팀 전력은 자극제가 됐다.고영표는 "플레이오프에 선발 등판한 소형준과 배제성을 보며 정말 부러웠다"라고 돌아보며 "나도 강팀에 어울리는 인원이 되고 싶었다. 가을야구에서도 QS를 해내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20대 후반에 군 복무를 소화하고 복귀한 투수가 에이스로 올라선 사례는 드물다. 심지어 고영표는 야구와 단절된 시간 보냈다. 하지만 그 공백기에 심신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agang.co.kr 2021.09.15 11:07
야구

[포커스 IS]고영표의 숙제, 체인지업 '심리적 의존도' 줄이기

뜨거운 4월을 보냈던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가 첫 번째 고비를 맞이했다. 사령탑은 경기 운영 능력을 꼬집었다. 고영표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가세 전력이다. 2018시즌까지 KT의 '외로운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선수다. 10승 이상 거둔 시즌은 없지만, 경쟁력 있는 선발 투수로 인정받았다. 겨우내 좋은 기운을 뿜어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시간 동안 마운드에 설 수 없었고, 갈증은 커졌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마침 한국 야구 레전드 투수이자, 옆구리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이 사령탑으로 자리했다. 원 포인트 레슨까지 받을 수 있었다. 힘을 싣는 방법에 변화를 줬다. 순항했다. 4월 등판한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5월 6일 고척키움전에서도 6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3승(1패)을 챙겼고, 3점(3.65)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6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을 기록했다. 6회까지 버텨내 선발 투수에게 요구되는 임무 중 한 가지를 잘해냈다. 그러나 실점은 많았다. 2회 초 1사 1루에서 송준석에게 허용한 우전 적시타, 3회 선두 타자 박해민과의 승부에서 허용한 좌전 안타, 4회 1사 만루에서 박해민에게 맞은 우익 선상 2타점 2루타 모두 체인지업이 통타당했다. 주무기가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3회 오재일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은 커브를 2구 연속 구사하다가 허용했다. 포심 패스트볼 승부도 적지 않았다. 체인지업 체구가 흔들린 탓에 고전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던 무기가 무뎌지자, 실점이 많아진 전 부정할 수 없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 점을 짚었다. 이 감독은 고영표가 등판한 12일 삼성전 뒤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면 삼진을 많이 잡는다. 반면에 밋밋해지면 경기 운영을 어렵게 한다.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을 때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풀어갈 필요도 있다. 그런 부분이 잘 안 됐다"라고 전했다. 주무기의 제구와 무브먼트가 어떤지 감지하고, 문제가 있으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고집을 부려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요행이다. 평소 이강철 감독의 성향이라면 불펜 소모를 막아준 6이닝 투구를 칭찬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영표가 체인지업을 고집하는 경기 운영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더불어 주무기가 통하지 않을 때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영표는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20일 두산전에서도 6점을 내줬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고전했다. 2회 1이닝 동안 대량 실점했다. 이 경기에서도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제구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두산 타선이 타이밍을 잘 잡고 치는 모습을 보였다. 겨우내 커브를 가다듬었다. 예전보다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알고도 못 치는' 체인지업이었지만, 가끔은 밋밋해질 수 있다. 상대의 반응과 자신의 컨디션을 빨리 파악하고,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체인지업에 대한 심적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고영표는 26일 수원 SSG전에서 시즌 9번째(우천 노게임 포함) 선발 등판한다. SSG 타선은 올 시즌 처음 상대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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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 KT 에이스 찍고 도쿄행 겨냥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가 야구 국가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고영표는 현재 KT 선발진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다. 올 시즌 등판한 세 경기(18이닝)에서 2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지난주에만 2승을 챙겼다. 화요일(13일)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그는 KT의 4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다. 나흘 휴식 뒤 나선 일요일(18일)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피안타율(0.200)과 이닝당 출루허용률(0.94)도 준수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고영표는 18일 키움전에서 탈삼진 5개를 잡아냈는데, 모두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했다. 13일 두산전에서 기록한 탈삼진 7개 중 5개도 체인지업으로 솎아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을 뿐 아니라 히팅 포인트까지 흔든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은 보통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우타자의 잡아당기는 스윙에 장타를 허용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주로 좌타자 상대로 구사한다. 그러나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마치 포크볼 같은 궤적이어서 우타자도 공략하기 어렵다. 겨우내 가다듬은 커브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커브를 초구에 구사하거나 결정구로 활용하는 승부가 늘어나고 있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도 상대 타자와의 두 번째 승부부터는 커브 사인을 자주 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을 연달아 구사하는 공 배합이 잘 통하고 있다. 두 구종 모두 시속 114~117㎞에 형성되지만, 궤적이 다르다. 18일 키움전 6회 초 1사 3루 위기에서도 박병호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에게 커브 2개를 구사해 눈을 현혹한 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각각 삼진과 땅볼을 유도했다. 고영표는 병역을 마치고 올해 1군 무대에 복귀했다. 2018시즌까지 KT '국내 에이스'로 불린 선수다. 개막 전까지는 팀 후배이자 다른 선발 투수인 배제성, 소형준보다 저평가됐다. 그러나 현재 에이스는 고영표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제 그를 5선발로 보면 안 된다"라며 고영표를 치켜세웠다. 올해 고영표에게는 큰 목표가 있다.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승선하는 것이다. 고영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기대됐지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바 있다. 고영표는 "도쿄 대회에 나가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대표팀에 선발되길 바랄 것이다. 나도 꼭 (도쿄에) 가고 싶다. 내 역할을 잘해내면 불러주시지 않을까"라며 국가대표팀 승선을 기대했다. '잠수함 투수'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같은 유형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박종훈(SSG)이 그런 경우다. 고영표도 최근 페이스를 대표팀 선발 시점까지 이어간다면 가능성이 있다. KT 에이스를 넘어 태극마크를 노리는 고영표의 레이스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2021.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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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주목한 고영표…이강철은 10승 확신

SSG와 KT의 첫 평가전이 열린 지난 13일 울산 문수구장. 양팀 선수단과 취재진의 관심은 이날 처음으로 선수단에 합류한 추신수(SSG·39)에게 쏠렸다. 그런 추신수가 눈을 떼지 않은 상대가 있다.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였다. 고영표는 이날 SSG전에서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9개 중 7개를 삼진으로 잡아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세 차례 연습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순조롭게 개막을 준비 중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 없는 유형의 투수"라고 경계했다. 이미 1차 캠프 중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낙점한 이강철 KT 감독은 "모든 구종이 다 좋다. 잘 준비된 것 같다. 10승 정도는 해줄 것"이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군 복무로 팀을 떠나기 전인 2018시즌 고영표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34.9㎞. SSG전에서 그의 패스트볼은 시속 136~139㎞ 사이에 형성됐다. 아직 시범경기도 돌입하지 않은 시점이다. 그의 공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고영표는 "지난 2년(2019~20년)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개인 훈련도 했다. 투구 밸런스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신경을 썼다. 이전에는 (투구를 시작할 때) 발을 올린 뒤 스트라이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잠깐 멈추는 동작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공 끝이 좋아지고 구속도 향상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 시절 '잠수함'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힘보다 유연성을 활용해서 투구하라"는 조언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고영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일품이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구사한다. 빠른 공의 구속이 올라가면 체인지업의 위력도 향상될 수 있다. SSG전에서도 1회 초 2사 2·3루에서 한유섬(개명 전 한동민)을 상대로 바깥쪽 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올해는 고영표의 커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SG전에서 커브를 던져 첫 위기를 벗어났다. 1회 초 1사 1루에서 제이미 로맥에게 볼넷을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린 그는 강타자 최정을 상대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커브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최정은 배트도 내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고영표의 커브를 보고 진짜 놀랐다. '이 좋은 커브를 왜 그동안 제대로 안 썼느냐'고 묻기도 했다. '공백기(군 복무)에 연마해서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볼카운트 싸움을 할 때 커브를 활용했는데, 이젠 결정구로 사용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영표도 "커브를 더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체인지업만큼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밸런스가 좋아졌고, 볼 배합에 다양성도 생겼다. 관건은 경기 운영. 이강철 감독은 "다른 팀 지도자로 있을 때도 고영표가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경기 운영에서 실수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캠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사령탑과 선수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이 (고영표가 군 복무를 하기 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10승 정도는 해낼 것"이라며 기대했다. 고영표는 "현재 몸 상태와 밸런스를 잘 유지해 개막을 맞이하겠다"고 했다. 안희수 기자 2021.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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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낯선 투수…오늘도 추신수는 탐구생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지켜봤다." 지난 13일 SSG와 KT의 평가전이 열린 울산 문수구장. 추신수(39)는 새 소속팀 SSG가 치르는 실전 경기를 처음으로 지켜봤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웃음꽃을 피우다가도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팀 동료와 상대 선수들을 알아가기 위해서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의 웬만한 투수들은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를 볼 때는 (상대 투수의) 당일 컨디션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난 이제 아예 다른 리그에 왔다. 선수들을 알아가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특히 주목한 투수는 KT 선발로 나선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SSG 동료들이 먼저 다가와 "정규시즌에 상대하게 될 투수"라고 귀띔했다고. 추신수는 "아무래도 MLB에서는 밑으로(언더핸드)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보니 고영표 선수를 더 유심히 봤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 승부의 본질은 타이밍 싸움이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어렵지 않게 공략하던 MLB 출신 타자들도 KBO리그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꽤 있는 이유다. 생소한 투구 메커니즘과 디셉션(deception·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숨기는 기술)을 가진 투수는 경쟁력이 크다. "처음 대결하면 투수보다 타자가 불리하다"는 야구 속설이 있는 이유다. 추신수는 MLB에서만 16시즌을 뛴 베테랑이다. 그러나 KBO리그 경험은 없다. 생소한 유형(언더핸드)에 추신수의 눈길이 더 갔던 이유다. 그는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한발 물러서 낯선 투수들의 투구를 눈에 담고 있다. 새 공인구 적응도 필요하다. 추신수는 13·14일 나선 배팅 프랙티스(타격 훈련)에서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가벼운 스윙으로도 타구를 담장 밖이나 워닝 트랙까지 날려 보냈다. 타격 훈련을 마친 뒤 그는 "(KBO리그 공인구가) MLB 공인구(롤링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덜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갑내기 팀 동료 김강민에게 묻기도 했다고. KBO리그는 2019시즌을 앞두고 종전 0.4134~0.4374이었던 공인구(스카이라인스포츠AAK-100)의 반발계수 허용 범위를 0.4034~0.4234로 낮췄다.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2018시즌 1756개였던 리그 전체 홈런 수는 2019시즌 1014개로 감소했다. 1년 만에 장타력이 급감한 타자가 많았다. 기술적·심리적 대비가 이뤄진 2020시즌에는 전체 홈런이 1363개로 조금 상승했다. 한 KBO리그 타자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롤링스로 배팅 훈련을 하면, 타구가 너무 잘 뻗어서 의아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KBO리그의 공의 반발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들은 "반발력과 상관없이 배트 중심에 정확히 타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신수는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홈런을 노리고 스윙하지 않는다. 내가 치기 좋은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때리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그는 공 반발력에 성적이 좌우될 유형은 아니다. 경험도 풍부한 추신수도 KBO리그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의 'KBO리그 탐구생활'을 지켜보는 것도 2021시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안희수 기자 2021.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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