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고영표 "2022 목표는 더 많은 이닝,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
KT 위즈 고영표(30)는 2021년 가장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발 투수다. 그는 정규시즌 등판한 26경기(166과 3분의 2이닝)에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21번 해내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2.92점)은 3위. 출루허용률(1.04), 9이닝당 볼넷(1.46개), 경기당 소화 이닝(6과 3분의 1이닝) 등 세부 기록도 좋았다. KT는 창단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거뒀다. 고영표는 2018시즌 종료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2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투수가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반전을 안겼다. 고영표는 "'공백기가 길면 적응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부족하다고 여겼던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투구 밸런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도 연구했다.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고영표는 지난 2월 열린 팀 스프링캠프부터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야구 선수로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설렘이 조금 무뎌질 때면 혼자 운동했던 복무 기간을 떠올렸다. 좋은 기운을 머금고 승승장구했다. 고영표는 개막 13경기 연속 6이닝 이상 소화했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고, '숙적' 일본전에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5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며 호투했다. 상승세는 리그 후반기까지 이어졌다. 9월 등판한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27을 기록하며 리그 월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선발진에서 탈락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약해진 허리진을 보완하기 위해 에이스였던 고영표를 불펜 투수로 돌렸다. KS에서 QS를 해내겠다고 다짐했던 고영표는 한동안 실망했다. 하지만 이내 사령탑의 의중을 이해했고, 마음을 다잡았다. KS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임무를 완수했다. 고영표는 KS를 치르며 얻은 교훈을 2021년 최고의 수확으로 꼽는다. 그는 "누구나 가장 큰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버려야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으로도 KS 선발 등판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 어떤 보직이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멋진 모습 같다"라고 했다.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고, 우승 반지까지 꼈다. 고영표는 더 위를 바라본다. 이미 2022년 목표도 세웠다. 올해보다 더 많은 이닝을 기록하는 것이다. 고영표는 "올 시즌 그 이상 해내기 어려울 만큼 좋은 기록을 남겼지만, 등판 수나 이닝은 정상급 투수들과 비교해 조금 부족했다. 아직 특정 기록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조금 더 가치 있는 투수로 인정받을 것 같다"라고 했다. 안희수 기자
2021.12.22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