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KT 고영표. KT 제공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가 야구 국가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고영표는 현재 KT 선발진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다. 올 시즌 등판한 세 경기(18이닝)에서 2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지난주에만 2승을 챙겼다. 화요일(13일)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그는 KT의 4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다. 나흘 휴식 뒤 나선 일요일(18일)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피안타율(0.200)과 이닝당 출루허용률(0.94)도 준수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고영표는 18일 키움전에서 탈삼진 5개를 잡아냈는데, 모두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했다. 13일 두산전에서 기록한 탈삼진 7개 중 5개도 체인지업으로 솎아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을 뿐 아니라 히팅 포인트까지 흔든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은 보통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우타자의 잡아당기는 스윙에 장타를 허용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주로 좌타자 상대로 구사한다. 그러나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마치 포크볼 같은 궤적이어서 우타자도 공략하기 어렵다.
겨우내 가다듬은 커브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커브를 초구에 구사하거나 결정구로 활용하는 승부가 늘어나고 있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도 상대 타자와의 두 번째 승부부터는 커브 사인을 자주 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을 연달아 구사하는 공 배합이 잘 통하고 있다. 두 구종 모두 시속 114~117㎞에 형성되지만, 궤적이 다르다. 18일 키움전 6회 초 1사 3루 위기에서도 박병호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에게 커브 2개를 구사해 눈을 현혹한 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각각 삼진과 땅볼을 유도했다.
고영표는 병역을 마치고 올해 1군 무대에 복귀했다. 2018시즌까지 KT '국내 에이스'로 불린 선수다. 개막 전까지는 팀 후배이자 다른 선발 투수인 배제성, 소형준보다 저평가됐다. 그러나 현재 에이스는 고영표다. 이강철 KT 감독도 "이제 그를 5선발로 보면 안 된다"라며 고영표를 치켜세웠다.
올해 고영표에게는 큰 목표가 있다.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승선하는 것이다. 고영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기대됐지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바 있다.
고영표는 "도쿄 대회에 나가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대표팀에 선발되길 바랄 것이다. 나도 꼭 (도쿄에) 가고 싶다. 내 역할을 잘해내면 불러주시지 않을까"라며 국가대표팀 승선을 기대했다.
'잠수함 투수'는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같은 유형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박종훈(SSG)이 그런 경우다. 고영표도 최근 페이스를 대표팀 선발 시점까지 이어간다면 가능성이 있다. KT 에이스를 넘어 태극마크를 노리는 고영표의 레이스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