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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리멤버 최재호 "명함은 시작일뿐, 직딩들의 네이버 꿈꾸죠"

취업에 성공하면 가장 먼저 깔아야 하는 앱이 있다. 캐비닛 구석에 깊숙이 박힌 명함첩을 추억의 물건으로 만들어 버린 명함 관리 앱 '리멤버'가 그 주인공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한번 찍기만 하면 소중한 비즈니스 인맥을 저장해주는 편리함에 350만 직장인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데 단순히 명함을 모아주는 줄로만 알았던 이 앱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는 누적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도 모자라 최근 비즈니스 플랫폼을 속속 인수하며 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 8년간 축적한 명함 데이터를 발판 삼아 직장인 대표 비즈니스 포털로의 도약을 꿈꾸는 최재호(39)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명함 한장으로 2000억원 투자 유치 리멤버의 탄생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6년 동안 기업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출장길에 오르는 경우가 잦았다. 이때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필수 앱인 '링크드인'이 한국에서는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링크드인은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가 프로필이 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최 대표는 "링크드인은 만인에게 프로필을 공개해 네트워킹이나 구직의 기회를 얻는 구조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정보와 활동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며 "이 문제를 폐쇄적으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약식 프로필을 등록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명함을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구권과 달리 한국과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첫 만남과 동시에 명함 교환이 이뤄진다. 이 같은 문화적 특성을 파고들어 링크드인이 공략하지 못한 국내 시장에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갔다. 구체적인 이력까지는 알 수 없어도 명확히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명함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자산이었다. 2014년 1월 리멤버 앱 출시 당시에는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이 충분히 고도화하지 않아 사람의 손으로 명함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 첫 3년 동안 많게는 2000명의 인력이 달라붙었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이름·전화번호·주소 등 종류별로 담당자를 따로 두고 마지막에 취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자동화했으며, 작업 인력도 수십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는데도 별도의 이용료를 책정하지 않아 의문을 샀다. 일단 이용자를 모으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렇게 3억개의 명함 데이터가 모였다. 촬영도 귀찮을 정도로 수백 장의 명함이 쌓인 고객을 위해 대량 스캔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지원했다. 직접 방문해 수거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리멤버는 고객을 감탄하게 만드는 '와우' 요소를 충족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12월에는 사모펀드 아크앤파트너스가 주도하고 사람인HR이 공동 참여한 1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네이버와 라인플러스도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300억원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사세가 빠르게 확장하며 직원이 140명으로 늘어나자 최근 서울 역삼역이 코앞에 있는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기도 했다. 광고·리서치 사업으로 수익성 강화 이렇듯 상승기류를 타고 2022년을 수익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최재호 대표의 포부다. 드라마앤컴퍼니는 2021년 연간 매출이 전년의 19억원보다 큰 폭 뛴 58억원을 기록했지만, 9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안았다. 최 대표는 "머지않아 '리멤버가 돈 잘 버는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출근하면 무조건 리멤버를 PC에 띄워놓고 일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다양한 직장인과 소통하고 나에게 적합한 채용 기회를 확인하거나 유용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비즈니스 포털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릴 3대 핵심 먹거리는 채용 솔루션·타깃형 광고·리서치 서비스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부지런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리멤버에서만 1만4000여명의 리크루터와 100만명의 프로필 등록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다. 누적 250만건의 스카웃 제안이 발송됐다. 등록 인재 중 80%는 다른 채용 포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리멤버 고유의 인재다. 일반 기업은 이 경력직 채용 솔루션을 연간 이용권을 구매해 이용한다. 헤드헌터들은 주로 성사형으로 계약한다. 이미 900곳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현재 다니는 직장의 조회 기능이 자동으로 막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자신의 정보를 보여주기 싫은 회사를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다만 헤드헌팅 업계와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수수료 정산 방식과 요율, 운영 정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한 명의 등록 인재는 보는 시각에 따라 뽑고 싶은 인력이 될 수 있지만 물건을 팔고 싶은 잠재고객이 될 수도 있다. 리멤버의 타깃형 광고는 기존 포털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더 세밀하게 대상을 선별한다. 예를 들어 사무용 인테리어 가구 회사는 총무팀 직원에게, 인사평가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는 인사팀 담당자에게 배너 형태로 광고를 띄울 수 있다. 최 대표에게는 회사 차를 렌트하면 2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렌터카 회사의 광고가 표출됐다. 실제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리서치 서비스는 업무와 관련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싶을 때는 다수의 현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가령 공장을 운영 중인 사업자라면 성공적으로 SCM(공급망 관리)을 안착시킨 공장장을 만나 자문할 수 있다. 제약사는 신약을 개발할 때 의사 500명에게 설문조사로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리멤버는 연결 수수료를,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는 난이도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최 대표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과 노하우, 인사이트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누군가는 10년 넘게 일하며 당연하게 쌓은 경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미지의 영역이라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을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멤버의 B2B(기업 간 거래) 광고·리서치 서비스는 국내 유일의 솔루션이라고 자부했다. 그렇다고 해서 리멤버가 데이터로 수익 창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티는 직속 상사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사회초년생의 고민을 담은 글들로 가득하다. 경제·경영 콘텐츠 '나우'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견해를 더해 복잡한 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분야별로 주목해야 할 트렌드도 엄선해서 제공한다. 직장인의 모든 것 담은 비즈니스 포털 비즈니스 포털로 탈바꿈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빠르게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력한 연합군을 결성하는 일만 남았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올해 들어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이안손앤컴퍼니, 신입·인턴 채용 전문 플랫폼 슈퍼루키를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누적 가입자 80만명의 신입 채용 전문 플랫폼 자소설닷컴을 품었다. 최재호 대표는 "지금의 풀타임 채용 시장을 넘어 전문가들의 지식을 마켓플레이스에 연결하는 '긱 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하는 형태)의 확산을 예상한다. 향후에는 이를 플랫폼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일하는 사람들과 기회를 연결해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8.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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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공진환 리더 "네이버표 라이브 플랫폼 '나우', 이젠 해외다"

국내 대표 MC 강호동과 대세 스트리머 이말년(개인방송 닉네임 '침착맨')의 만남에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이말년의 거침없는 쓴소리에 괜히 제작진의 눈치를 살피는 강호동의 모습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을 그대로 옮긴 유튜브 영상은 2주 만에 조회 수 50만회를 돌파했다. 놀랍게도 이번 신구 세대의 절묘한 조합은 방송사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아닌 1위 포털의 손에서 탄생했다. 네이버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나우'는 이처럼 신선한 콘텐츠에 K팝의 힘을 더해 해외를 정조준한다. '짧지만 길지도 않은' 독특한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나선 공진환 네이버 책임리더(43)를 지난달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신사옥에서 만났다. 오디오쇼부터 대세 예능까지…신규 앱 1위 나우는 네이버 앱 첫 화면 검색창과 날씨 정보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접근성을 제고했다. 지난 3월 출시한 별도 앱은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 조사에서 한 달 만에 엔터테인먼트 분야 신규 설치 앱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앱 순위에서도 11위에 올랐다. 나우는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라디오와 유사한 형태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각적 효과를 가미하기 위해 2020년부터는 보이는 라디오로 일부 전환했고, 포맷과 카테고리도 점차 확대했다. 나우에서 인기 아이돌의 스페셜 공연 등 음악과 아티스트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다. 초기 취지를 이어가자는 생각이 내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다고 팬덤 공략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강호동을 앞세운 '걍나와'처럼 예능과 같은 콘텐츠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공진환 책임리더는 "나우는 실시간이 장점이다. 그때그때 핫한 인물이나 음악에 대한 콘텐츠를 쉽게 소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만 유튜브나 틱톡처럼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보다 전문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나우에서는 평균적으로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단위로 방송이 돌아간다. 1주일에 약 50개의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외부 제작 인력까지 합하면 50여 명이 협업하고 있다. 나우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포근한 분위기의 영상이 인상적이다. 방송국이 화려한 행사장을 연상케 한다면, 나우는 아기자기하게 꾸민 커피숍의 느낌이다. 스튜디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다. 9층 건물의 6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 조명과 색상 선택에 신경을 각별히 써 화면이 예쁘게 나와 특히 아이돌의 만족도가 높다. 덕분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건물 뒤쪽이 주택가라 소음에 민감했는데, 아이돌이 자주 출연하다 보니 시간에 맞춰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온 팬들로 북적이기 일쑤였다. 차량 통행에도 문제가 생기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주차장에 4m 높이의 펜스를 친 뒤에야 잠잠해졌다. 나우는 이렇게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소통 기능이 강점이다. 공간이 크지 않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대화도 할 수 있다. 가수 송가인의 경우 새 앨범이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나우에서 스페셜 공연을 했는데 댓글로 시청자 반응을 곧장 확인하는 신기한 경험에 매료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본인 의지로 어버이날에 한 번 더 나우의 특별 무대에 참여했다. 공 책임리더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앱 안에서 글을 올리고, 또 게시물들이 모여 공유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방송과 다시보기가 섞여 있는 나우는 음악·예능·경제 등 거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콘텐츠 계약 유형은 천차만별이다. 3개월 정도로 조기에 종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보이는 오디오쇼 '야간작업실'이나 '심야아이돌'처럼 매회 수만 명의 시청자가 유입되며 롱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해외투어를 앞둔 아이돌은 스케줄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호동 "새롭고 신선"…공 리더 "연말 해외 도전" 이제 5회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걍나와는 '무릎팍도사'로 강호동과 호흡을 맞췄던 여운혁 CP가 제작을 맡았다. 공 책임리더는 "시그니처 토크 프로그램을 발굴하기 위해 3개월 이상 고민했다. 여러 후보군이 있었고 제작사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구체화했다"며 "론칭 20주년을 맞은 네이버 '지식인'의 재미있는 질문들을 토크 재료로 쓴다. 벌써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방송인 강호동 역시 "이말년 등 TV 방송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기 크리에이터들과 제약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 좋다"며 "대규모 방송국 세트가 아니라 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한 콤팩트한 방송환경에서 가볍게 제작하는 게 새롭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나우는 OTT, 1인 미디어 플랫폼과는 분야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OTT는 자리를 잡고 드라마 한편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기획 역량과 방송 품질은 1인 방송 대비 우월하다. 길이가 짧은 숏폼 콘텐츠와 비교하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공 책임리더는 "무엇을 보고 싶은지 딱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것을 부담 없이 켜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부가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것뿐만 아니라 네이버 뉴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사회적인 이슈도 이용자 취향에 맞춰서 보여주는 서비스로 만드는 게 장기적인 비전이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을 등에 업고 글로벌 이용자 비중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팬덤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인기 아이돌이 컴백 무대를 펼치면 30%가량의 트래픽이 해외에서 들어온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나우는 향후 수익 창출 모델도 구축할 계획이다. 월정액 모델을 도입하거나 아이돌의 멋진 모습을 NFT(대체 불가 토큰)화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료 회원에게만 공개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나 광고 없는 멤버십도 구상 중이다. 이에 앞서 이용자 규모와 트래픽을 키우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공 책임리더는 "나우의 특장점을 찾아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가 되려 한다.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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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유진희 왓챠 팀장 "모두가 같은 영화 볼 필요 없죠"

애플과 디즈니 등 글로벌 공룡의 추격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있다. 거대 자본에 굴하지 않고 IP(지식재산권) 원석을 발굴해 세계 3대 영화제까지 입성한 왓챠가 그 주인공이다. 오로지 고객과 콘텐츠만 바라보고 달려온 왓챠는 '착한 OTT'로도 통한다. 구글·애플 양대 앱마켓의 통행세 갑질과 업황 악화에 무릎 꿇은 경쟁사와 달리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며 약속을 지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음악과 웹툰까지 포괄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도 생존하기 힘든 OTT 시장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거침없는 도전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추천 서비스에서 국내 대표 OTT로 진화한 왓챠의 성공 방정식을 지난 14일 유진희(38) 마케팅팀 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경쟁사 작품까지 소개하는 배짱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왓챠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OTT 서비스 출시를 위한 투자 유치가 지연되면서 직원들이 급여를 제때 못 받기도 했다. 7년 전 왓챠에 합류한 유 팀장은 "밖에서 지켜본 게 전부였지만 왓챠 구성원들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며 "실행과 피드백, 반영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갔다. 일하는 데 있어 다들 솔직했다. 모두가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간절함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쌓은 업무 노하우와 창업 경험은 풍파 속 왓챠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눈'이 됐다. 의류학과 미디어정보학을 전공한 유 팀장은 패션 디자이너로 1년간 일하다 언론사 광고사업 담당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홍보·마케팅 관계자와 소통했고, 기업의 가치를 외부에 알리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후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의 마케팅 담당을 거쳐 카풀 서비스를 공동으로 창업해 3년가량 운영했다. 그에게 스타트업은 맘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지금은 왓챠의 디지털 퍼포먼스·브랜드·콘텐츠 마케팅을 책임지는 조직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 유 팀장을 필두로 왓챠는 젊은 회사만이 할 수 있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MZ세대의 시선을 끌었다. 경쟁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소개한 '왓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유 팀장은 "경쟁사 작품이라고 해서 콘텐츠 목록에서 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화제성이 높아 왓챠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이벤트를 하는 저변에는 왓챠의 비전이 깔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왓챠는 '왜 모두 같은 영화를 봐야 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회사다. 데이터로 이용자들이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받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시장의 반응은 놓치지 않고 곧장 마케팅에 활용한다.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 '넷플릭스와 왓챠의 차이'라는 글이 퍼진 적이 있다. 왓챠를 두고는 '이 영화가 있다고? 이 영화가 없다고?'라는 한 줄짜리 밈(인터넷 유행)이 이용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희귀작을 선보이면서도 당연히 있을법한 흥행작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에 왓챠는 "그렇다면서요? 어떤 작품이 그렇게 의외였나요?"라는 트윗으로 반응했다. 앞서 이용자들의 주요 요청작을 공개하는 '#헐왓챠에'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 팀장은 "한국 내 타 서비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정보 기반으로 수급하는 것이 놀라움을 끌어내는 요인"이라며 "'이 영화가 없다고?'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항상 눈여겨보고 들여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돈보다 소재' 칸 입성 쾌거 왓챠의 경쟁력은 단연 '데이터'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약 6억5000만개의 평점 정보를 축적했다. 인공지능 추천 엔진이 이를 기반으로 고객 저마다의 5점짜리 작품을 선별한다. 매달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독점 콘텐츠도 내놓는다. '킬링 이브'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준 높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의존하는 다른 곳과 차별화했다. 중소기업의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공유해 호응을 얻어 개인 유튜브에서 웹드라마로 발전한 '좋좋소' 시리즈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콘텐츠 개발팀이 직접 연락해 협업 토대를 마련했다. 자금력보다 신선한 소재에 집중한 결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의 핑크카펫을 밟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웹드라마 최초다. 올해 비경쟁 일반 상영 '코리아 포커스'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에서 모인 관객들과 만났다. 유진희 팀장은 "좋은 IP를 구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행사 초청을 받았을 때 얼떨떨했다"며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직원들 어깨가 으쓱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왓챠의 고객 현황을 보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유행에 치중하지 않은 콘텐츠 라인업과 변함없는 고객 친화 전략이 '이만한 OTT 없더라'라는 인식을 형성했다. 유 팀장은 "MZ세대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OTT 중 리텐션(재결제율)이 가장 높다"며 "진심과 간절함이 담긴 마케팅 메시지를 곳곳에 반영하면 이용자들이 놓치지 않고 발견한다. 친구 같은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업력이 길어지면서 연령대도 확대되고 있다. 4년 전에는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회사를 직접 찾은 적이 있다.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당장 가입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공직생활 은퇴 후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나고 싶어하던 그를 위해 유 팀장이 직접 결제부터 콘텐츠 시청까지 안내했다. 예상되는 어려움과 답변을 매뉴얼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회사는 연내 출시를 예고한 '왓챠 2.0'을 전면에 내세워 비상한다. 경쟁 토종 OTT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야심 차게 준비한 무기다. 영화·드라마에 이어 음악과 웹툰까지 서비스 콘텐츠의 영역을 넓힌다.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경험을 한곳에 모은다. 유 팀장은 "경쟁 부담은 계속 커지겠지만 왓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라며 "카테고리가 다른 각각의 콘텐츠를 연결하고 추천해 고객 취향에 맞춘 진정한 '콘텐츠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또 "왓챠는 기존 기업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도전하고 때론 실패하며 성장해왔다. 지금처럼 편안하고 친구 같은 브랜드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6.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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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손바닥 위의 영화관' 삼성 라이프스타일 TV 역사 쓴 삼총사

지난 1월 세계 IT·가전 전시회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삼성전자 부스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회사의 첫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베일을 벗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물이 전시되지 않아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제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R2-D2'를 연상케 하는 깜찍한 디자인의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한 손에 들어도 부담 없는 크기에 실내외 어디서나 최대 100형(대각선 254㎝)의 화면을 구현하는 신개념 폼팩터(구성·형태)의 등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28일 과감한 도전으로 라이프스타일 TV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선행개발그룹 최은석(49)·채성호(33) 프로, 차세대기획그룹 정승연(33) 프로와 그동안의 개발 과정을 되돌아봤다. 삼성 TV 폼팩터 도전에 글로벌 완판 행진 글로벌 TV 시장에서 16년 연속 왕좌에 오른 삼성전자는 대화면·고화질 제품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수요에도 집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일상 속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개인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정승연 프로는 "아늑하고 조용한 구석의 자투리 공간과 캠핑 등 야외에서 활용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의 예측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북미·한국·중남미·동남아·유럽 등에서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1만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북미에서는 1차 물량 4000여 대가 1주일도 안 돼 조기 소진됐으며, 유럽에서도 예약 판매 하루 만에 1000대가 넘는 제품이 완판됐다. 한국에서도 2차 물량까지 2000대가량이 눈 깜짝할 새 동났다. 모든 나라에서 예상했던 물량을 크게 상회해 생산·물류 부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액세서리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고무된 상태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제품이라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어 기초 설계부터 밟아나가야 했다. 기술적 과제도 있었다. 최은석 프로는 "이동형 프로젝터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이 제시됐다. 특히 오토 키스톤(왜곡된 화면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기술)의 경우, 시중 제품의 상하(수직) 방향에서 좌우(수평) 방향까지 모두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개발 난이도가 급격히 올랐다"고 회상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일반 프로젝터의 복잡한 화질 조정 단계를 생략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나만의 스크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더 프리스타일은 전원을 켜면 곧바로 오토 키스톤·오토 포커스·오토 레벨링 기능이 작동해 화면의 수평과 초점, 상하좌우 화면 비율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서 맞춘다. 프로젝터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발열 문제를 극복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채성호 프로는 "프로젝터는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많은 칩이 들어가 있다. 키스톤 보정도 특정 칩이 담당하는데, 화면 조정이 필요 없을 때도 동작하면서 발열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피기 위해 장시간 에이징 테스트로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발열을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소재나 구조에도 신경을 썼다. 렌즈 수명은 2만 시간을 보장하는데, 하루 8시간 기준으로 7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더 프리스타일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도 두렵지 않다. 절반 이상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 기술력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정승연 프로는 "수십 가지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 써봤다. 저가 상품은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며 "디자인·마감 퀄리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오토 키스톤·포커스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더 프리스타일은 삼성 TV가 가진 강점과 노하우를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오토 키스톤·발열 극복…흥행 이끈 삼총사 이렇듯 기술력을 집약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신규 기능을 시연하는 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최은석 프로는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완성하며 데모를 하다 보니 '어, 이게 되네?'라는 생각에 아이디어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힘을 모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성호 프로 역시 "처음 좌우 키스톤 보정을 데모할 때가 생각난다. 사업부 안에서도 처음 만든 기술이라 많이들 걱정했는데, 성공하고 나서 모두가 안도했다"며 미소 지었다. 더 프리스타일은 직급과 경력을 떠나 오로지 제품의 완성도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삼총사의 땀방울이 녹아들어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최은석 프로는 이번 신제품에 앞서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카테고리의 주력 제품인 '더 프레임'과 '더 세로'의 센싱 및 구동부 제어 기술을 담당했을 정도로 잔뼈가 굵다. 함께 호흡을 맞춘 채성호 프로는 컴퓨터 비전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입사한 지 이제 3년째다. 선행 기술에 대한 검증을 뒷받침했으며, 양산 제품에 기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연 프로는 제품 기획을 넘어 소비자의 갈증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던졌다. 이쯤 되니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가 또 다른 변신을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스마트폰 크기로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프로젝터가 나오지 않을까. 보안이 철저한 '관리의 삼성'이라 차기 전략 제품의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더 프리스타일 삼총사의 자신감에 희망을 걸어본다. 정승연 프로는 "대화면 스크린을 어느 환경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한 폼팩터를 고민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더 프리스타일로 전에 없던 고객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채성호 프로는 "품절 대란에도 아직 더 프리스타일을 모르는 고객이 많다. 열심히 개발해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프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을 주는 제품을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며 "감동을 선사할 제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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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권세화 인기협 정책실장 "실효성 없는 온플법, 차기 정부는 '귀' 열어야"

"역시 대한민국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사업하면 안 된다." 최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다. 직원 50명 이상에 매출이 억 단위로 넘어가면 각종 규제가 따라붙어 회사를 키우는 게 손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의 M&A(인수·합병)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스타트업의 꿈과도 같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도 막힌 상황이다. 권세화(39)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정책실장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해 구글·메타(구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국내외 230여 개의 대표 IT 기업들을 대변한다. 불합리한 정책을 마주하면 정부에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다. 특히 올해는 양대 포털을 사실상 '갑질하는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옥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에 맞서 쉽지 않은 싸움에 나선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권세화 인기협 정책실장을 만났다. "사회 분위기만 의식하는 정부가 '규제공화국' 원인" 인기협의 임인년 화두는 단연 온플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디지털 공정경제 구현을 2022년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경쟁플랫폼 거래 방해) 제한과 같은 규제 모니터링을 현실화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가 ICT 기업들의 성장엔진을 멈출 수 있다며 입법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권세화 실장은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가 주는 편익이 있지 않나. 이를 생각하지 않은 채 옛날 제조업 방식으로 신시장에 진출하는 게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갑질을 향한 비난은 지난해 극에 달했다. 호출료 기습 인상과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뭇매를 맞은 카카오는 5년간 3000억원 규모 상생펀드 조성과 골목상권 사업 철수에 곧장 나섰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금은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한 네이버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단순히 사회 분위기에 환승해 무분별하게 법을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가 한국을 '규제공화국'으로 만든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법 영상물을 실시간 감시하는 'n번방 방지법'을 들었다. 권 실장은 "법이 통과되려고 할 때 사적검열 이슈와 시스템 장애 발생 가능성을 계속해서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도 매우 크다"며 "음란물 감시 데이터베이스에는 어떤 값이 담기는지 알 수 없다. 실수로 오분류하면 감찰을 당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텔레그램 활성화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권 실장은 또 "데이터베이스는 계속 축적되다 핵폭탄처럼 커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터링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용자 민원이 급증하는 등 사업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여론에 휩쓸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플법은 입법 근거가 된 실태조사부터 다시 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3월 공정위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앱장터는 40%, 숙박앱은 31.2%의 입점 사업자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정부 실태조사가 굉장히 편협한 시각으로 진행됐다"며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면 판매사업자와 플랫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모든 문제를 플랫폼 때문으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기협이 실시한 연구는 소상공인 위주로 취합한 설문과 엇갈린 결과를 도출했다. 만 14~65세 전자상거래 이용자 13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9%가 취향·개성을 고려한 상품 추천이 편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맞춤형 광고의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만들어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취지에 배치되는 수치다. 권 실장은 "해외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한 유럽도 학계·업계·정부가 4년을 공들여 플랫폼법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플랫폼이 '가파'(GAFA,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싸워 이기거나 비기는 시장이라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역행하는 온플법…"통과하면 소상공인 피해" 권세화 실장은 온플법이 제시한 분쟁 예방 장치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매출액 100억원 또는 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거래 관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었다. 권 실장은 "디지털 경제 생태계는 형태가 다양하다. 기본 계약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플랫폼마다 기간과 내용 등 유형이 천차만별"이라며 "온라인 거래는 표준화된 약관의 동의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문제가 생기면 기존 공정거래법·전자상거래법·약관규제법으로 규율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인기협은 올해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업계와 소비자 모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열린 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사무국 역할을 맡아 한국핀테크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게임산업협회 등 7개 협단체와 디지털경제연합을 구성했다. 그러면서 IC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혁신과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는 정부 조직 개편, 인공지능·빅데이터·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메타버스(확장 가상현실) 등 신산업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공약제안서를 제작했다. 이런 노력에도 새로 들어오는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대선 주자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소비자와 소상공인 친화적인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 7대 공약 발표에서 플랫폼 시장 속 '을'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온플법 제정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게임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불공정 해소를 위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의무화를 내걸었다. 권 실장은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발의된 ICT 법안 중 73%가 규제다. 전문가가 아닌 정부 주도로 간다면 디지털 경제는 펴보지도 못할 것"이라며 "온플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소상공인에 더 큰 피해가 간다. 규제가 아닌 대화를 통한 접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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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김병기 한컴 실장 "싸이월드 한컴타운, P2E 게임처럼 수익 창출 가능"

토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싸이월드가 조만간 부활한다는 소식에 30·40세대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메타버스(확장 가상현실)를 입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 싸이월드의 '미니룸'은 2차원의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부캐(보조 캐릭터)인 '미니미'로 사람들과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된다. 직접 만든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놀랍게도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오피스 소프트웨어 명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전문 기업이 어쩌다 싸이월드와 손잡고 메타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됐을까.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컴타운에서 만난 김병기(42) 한컴 서비스전략실장은 이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니미·미니룸 아이템, NFT로 사고 판다 한컴은 지난달 17일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월드 한컴타운'(이하 한컴타운)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대 10명을 초대할 수 있는 '마이룸'과 최대 500명이 접속해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스퀘어'로 구성했다. 공개 당일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싸이월드 신규 웹·앱이 출시하면 미니룸과 연동해 정식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김병기 실장은 "아바타와 공간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는 아이템·템플릿·음원을 지원하고, NFT(대체불가토큰)를 발행해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일명 돈 버는 게임인 P2E(플레이 투 언) 게임처럼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이용자를 위한 저작도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게임의 경우 앱을 한컴타운 안에서 다운로드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퍼블리싱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방향도 구상 중이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공간 대여 서비스도 출시한다. 브랜드가 반영구적으로 소유하는 스퀘어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미 IBK기업은행과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김 실장은 "금융권은 점포를 줄여가면서도 고객들에게 심리스(끊김 없는)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니즈가 있다"며 "입점 요청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신제품 홍보를 비롯해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는 단계다"고 말했다. 당초 한컴타운은 2.5D 그래픽의 메타버스 서비스 '게더타운'을 벤치마킹해 기업 특화형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간결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한컴의 무기인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붙여 원격근무 환경을 지원하려 했다. 그런데 싸이월드와 손잡게 되면서 정체성이 확 바뀌었다. 김연수 한컴 대표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싸이월드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11월부터 개발을 본격화해 6~7주 만에 서비스를 내놨다. 김 실장은 "주요 타깃은 20~40대다. 30대와 40대는 메타버스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익숙한 서비스 안에 녹이면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컴타운은 싸이월드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 서비스를 지향한다. 향후 파트너십을 맺는 다양한 브랜드 명칭이 앞에 붙을 것이라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재미보다 소통…"메타버스, 언젠가 터진다" 이미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서 제페토는 글로벌 가입자 2억명 이상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위 MNO(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도 '이프랜드'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한컴은 이들과 차별화한 매력으로 영토를 넓힌다. 김병기 실장은 "제페토와 이프랜드는 '재미'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컴타운은 이용자 간 '소통'에 더 치중돼 있다"며 "이를테면 조별과제 같은 것을 할 때 'OO 방으로 모여'라고 전달하면 비대면 트렌드에 맞춘 모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과거 싸이월드는 미니룸 주인이 온라인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일촌평을 남기거나 방명록을 작성해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용자의 접속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제공 중인 음성·영상 송출 기능으로 1인 방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인기 아이돌 BTS의 미니룸을 가정하면, 수많은 이용자가 별다른 활동 없이 장시간 머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대 수백억의 트래픽 비용이 나갈 수 있어 하루에 제한시간을 두거나 시간별로 과금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B2B 사업을 주로 전개해온 한컴에게는 다소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회사는 10년 가까이 SK 계열사에서 신사업에 매진한 플랫폼 전문가 김 실장을 영입해 선봉에 세웠다. 전자과를 졸업한 김 실장은 SK텔레콤 입사 후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 업무를 맡다 SK플래닛으로 자원해서 이동했다. 안정적인 근무환경보다 플랫폼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더 크게 본 것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로 통합된 미디어 서비스 '옥수수'를 론칭하고, 국산 앱마켓 '원스토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둘 다 SK의 신설투자회사 SK스퀘어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이렇게 남다른 인사이트를 보유한 김 실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메타버스가 허상이라는 업계 일부의 비관적인 시선이 그것이다. 김 실장은 "PC의 키보드, 마우스를 거쳐 스마트폰 터치로 인터페이스는 혁신했다. 메타버스는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가 과제다"며 "VR(가상현실) 기기가 아직 무겁고 불편하지만, 허들 하나만 넘으면 분명히 메타버스는 터질 것이다. 거품이라고 해도 준비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컴은 메타버스로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기업용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일상에 녹아드는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방침이다. 해외 진출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다. 김병기 실장은 "한컴은 B2B·B2G(정부 거래) 서비스로 성장해온 회사다. '한글'은 많은 효율을 제공했지만 즐거움은 주지 못했다"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개개인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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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종로 어학원 갈 필요 있나요" 온라인 강의 한계 부순 LGU+ 4인방

"홍길동 학생. 졸지 말고 수업에 집중하세요." 스타 영어강사가 온라인 출석부에 표시된 한 학생의 수업 집중도를 살펴보고 곧바로 주의를 준다. 지방에 거주 중인 이 학생은 평소 서울 유명 학원에서 한 번쯤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은 집에서 노트북을 펼쳐 현장 학생들과 함께 실시간 수업을 들으며 토익 만점을 노린다. 질문은 채팅창에 남기면 그만이라 손을 들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비대면 추세에 온라인 강의가 일상화했지만, 오프라인 수업과 같은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단순 영상 재생의 수준을 넘어 현장의 생생함까지 전하는 교육 솔루션 'U+라이브클래스'로 영토 확장에 나선다. 벌써 지방에서도 서울 1타 강사(1등 스타강사)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강의평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문제를 외울 정도로 강의를 반복 시청했다는 LG유플러스 양방향강의솔루션TF 원선관 팀장·김현석 선임과 SME솔루션사업팀 안상희 팀장·신민철 책임이 있었다. 온라인 강의로도 토익 만점에 도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이들 4인방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원 생중계·실시간 채팅…"토익 900점 넘었어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급증했지만, 현장 강의와 비교하면 여전히 만족도가 떨어진다. 영상만 틀어놓으면 다른 일을 해도 진행 성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김현석 선임은 "현재 학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교육이 아닌 회의를 위해 만든 솔루션이다. 회의와 교육은 그 목적과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며 "비대면 교육이 효과가 없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다"고 설명했다. U+라이브클래스는 오프라인의 이점을 살리면서 온라인의 편의성을 보장한다. 강사는 간편하게 학생 아이디를 발급해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중 출석 확인과 실시간 퀴즈 등이 가능한 '튜터링 모드'와 최대 40명이 얼굴을 보며 토의하는 '토론 모드', 최대 2만명이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강연 모드'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U+라이브클래스의 고객사인 YBM어학원은 솔루션을 도입하고 곧장 효과를 봤다. 작년 11월 토익 강의에 적용한 뒤 올해 8월 정식 출시해 누적 수강생 9000명을 달성했다. 신민철 책임은 "일반 영상 강의는 현장감이 떨어지고 과제 관리도 되지 않아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수강생이 많았다"며 "여름방학에 서울로 올라오려 했던 학생이 이번에 개설한 온라인 라이브 강의를 신청·수강해 처음으로 900점대를 맞았다는 후기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팅으로 강사와 소통하고, 강사도 달라진 환경에 맞춰 커리큘럼과 수업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타강사는 서울에 사는 학생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는 지역 격차도 해소됐다. 온라인 강의 수강생 약 70%는 YBM어학원이 없는 지방 학생들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장과 온라인 수강생이 한데 어우러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끊김 없는 강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양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수업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넷 속도에 따라 화질을 조절하는 기술, 강사의 움직임이 크지 않을 때 영상 크기를 줄이는 기술 등을 적용했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하노이대학교에서 국내 영어강사의 수업을 실시간 전송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학생 97% 이상이 기술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원선관 팀장은 "화상 서비스는 기술 복잡도가 높다. 네트워크·CDN(콘텐트전송네트워크)·트래픽·사용자 네트워크 환경 및 단말 상태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회사 기술력을 결합해 최대 4K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데이터 소비량은 일반적인 영상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고 자신했다. U+라이브클래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능 중 하나는 지난 7월 LG유플러스가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도입한 '인공지능(AI) 집중도 체크'다. 학생 컴퓨터의 카메라로 정면 얼굴과 눈동자가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지 추적한다. 고개를 돌리거나 숙여서 얼굴 정면이 특정 각도를 벗어나면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는 강사 화면 출석부에 집중·산만 여부로 표시된다. 수업 후 집중도 통계도 제공한다. 안상희 팀장은 "온라인 교육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이 수업을 켜놓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변별력이나 교육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문제로 떠올랐다"며 "학생의 수업 참여 여부를 시스템으로 파악해 정량화한 뒤 평가에 넣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문제 외울 정도로 모니터링…"강사 입 모양도 안 놓쳐" 이렇게 학교·학원·기업 교육 담당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한 U+라이브클래스에는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9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흘린 땀이 녹아들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이질감이 없게 하자'는 목표로 YBM어학원과 강사들의 입 모양·소리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수백번 테스트했다. 검증을 위해 하루 12시간씩 수업을 모니터링하다 보니 토익을 보면 만점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됐다. 강의가 개설돼 트래픽이 몰리는 월초에는 1주일 내내 수업을 모니터링하고 고객 문의에 대응한다. 원선관 팀장은 "온라인 강의는 대면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개념"이라며 "기존 이러닝은 완강률이 1~20%에 불과하다. 실시간 강의는 학생과 강사 간 소통을 중심으로 하고, 학원의 학생관리기법(과제·질의응답·면담 등)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고 말했다. 올해 U+라이브클래스 목표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1만명이다. 단기적으로 여러 종류의 학원(어학원·공무원·직업교육·자격시험 등)과 기업교육 분야에 솔루션을 알리는 데 힘을 쏟는다. 학생 채팅 기록으로 수업 참여도를 측정하거나 강사의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강의자료로 공유하는 기능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안상희 팀장은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면서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누구나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0.26 07:00
생활/문화

[IT싸를 만나다] "ㄱ나니?" 서랍 속 카세트 플레이어 소환한 KT 3인방

MP3가 없었던 1990년대에는 라디오를 듣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을 때 잽싸게 카세트 플레이어 녹음 버튼을 누른 것만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DJ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가기라도 하면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곤 했다. 빨리감기가 귀찮아 원하는 곡이 나올 때까지 듣다 보면, 나도 몰랐던 취향의 보물 같은 노래를 발견하기도 했다. KT가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돼버린 카세트 플레이어를 거의 20년 만에 뜬금없이 소환했다. 젊은 세대에는 생소한 물건이라 관심이나 받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해외에서도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1등 통신사를 넘어 '힙한(개성이 강한)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 아래 'KASSETTE(카세트)'를 선보인 KT 뉴디바이스사업팀의 문정식(39) 차장과 황진주(37) 과장, 단말디자인팀의 김무현(38) 대리를 최근 KT 광화문사옥에서 만났다. 레트로에 K팝 더하니…해외서도 "더 팔아달라" 카세트는 KT 레트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성과다. 통신과 관계없는 제품을 직접 기획해 디자인하고 출시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고객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소통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준비했다. 문정식 차장은 "휴대폰만 파는 통신사가 고객에게 어떻게 다양한 만족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생긴 부서가 뉴디바이스사업팀"이라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카세트 플레이어 개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처음 시도하는 영역이라 3개월간 프로젝트를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같은 해 9월 최종 승인을 받고 10월부터 개발에 착수해 5개월간 땀을 쏟아 올해 3월 예약판매를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1차 예약 기간을 2주 반으로 잡았는데 준비한 물량 5000대를 하루 일찍 완판했다. 해외 판매 채널과도 계약을 맺어 전체의 15% 비중을 차지했는데, 다시 팔아달라는 요청에 2차 판매를 시작했다. 실제로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 소비자도 있었지만, 주로 MZ세대가 많이 구매했다. 제품에 스토리를 입힌 덕이다. 문 차장은 "제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영진 보고 자료에도 특별하지 않은 셔츠에 이야기를 담아 몇만장 팔았던 래퍼 '염따'의 사례를 넣었다"며 "수익을 보고 접근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해서 프로젝트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세트와 패키지로 구성한 '리와인드: 블라썸' 앨범에는 백현(EXO)·도영(NCT)·아이즈원·어반자카파·강민경(다비치) 등 인기 가수들이 참여했다. 실사 스티커와 레트로 스타일 노트·캘린더 등도 넣었다. 스페셜 히든트랙에서는 아티스트들이 팬들과 속삭이듯 인사를 전한다. 백현과 도영이 부른 '인형' 뮤직비디오 속 카세트는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품은 메신저로 등장한다. 올해 3월 업로드 이후 전 세계 K팝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400만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문 차장은 이번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거듭났다. 그는 엠넷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보고 아이즈원에 빠져 팬클럽인 위즈원에 가입했다. 2020년 콘서트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두 번이나 극장을 찾은 열혈팬이다. 팬심을 담아 CJ ENM과 지니뮤직에 콜라보레이션을 요청했다. 문 차장은 아이즈원을 직접 만났던 순간을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병균 KT 디바이스사업본부장은 "돈 주고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했을 정도다. 인테리어 효과도 인기 한몫…"60~70년 음향기기 참고" 카세트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집 안 어디에 놔도 인테리어 효과를 내는 감성적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제품명 마지막 'E'는 좌우 반전을 했는데, 테이프가 감기는 모습이 보이는 윈도우('ETT∃')를 표현한 것이다. 전면 커버는 투명하게 처리해 멍하니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특유의 감성을 느끼도록 했다. 김무현 대리는 "1960~70년대 음향기기를 참고했다. 특히 독일 소비재 브랜드 브라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수석 디자이너 디터 람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며 "레트로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악을 좋아하고 레트로한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직구를 던져 감동을 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리의 손으로 빚은 카세트로 황진주 과장은 MZ세대와 경험을 주고받았다. 레트로 프로젝트를 단기 이벤트가 아닌 KT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브랜드 특화 시리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황 과장은 "대학생 마케터 '영퓨쳐리스트'(YF)와 4주간 카세트를 알렸다. 인증샷을 공유하는 '감성 사진전'과 대리점 체험존 구축으로 고객 접점을 넓혔다"며 "단독 제품의 가치도 있지만 다른 회사와 손잡고 새로운 콘텐트를 만든 것에 더 주력했다"고 말했다. MZ세대와 교감…"KT는 통신사 아닌 '힙한 회사'" 카세트를 처음 접한 MZ세대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황 과장은 "프로젝트 타깃을 MZ세대로 설정한 만큼 그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소리가 난다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여기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다음 곡은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B 사이드 첫 번째 곳은 어떻게 듣나' 등 문의가 많았는데 '이게 세대 차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KT는 차기 레트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아쉽게도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없었지만 기대할 만하다고 자신했다. 2주 단위로 열리는 회의에서 MD, LP 플레이어, 필름 카메라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KT의 정체성이 전혀 없는 패션 사업을 해보는 것은 어떻냐는 의견도 나왔다. KT는 레트로 프로젝트를 앞세워 힙한 회사로 도약한다. 작은 휴대전화를 벗어나 모두를 즐겁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로 진화한다. 김무현 대리는 "디자인 과정서 수립한 가설이 맞아떨어져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낀다.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1년에 제품 하나는 꼭 내놓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진주 과장 역시 "비통신을 사업화해 매출이 발생하고, 고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KT가 뭔가 제대로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나설 것이다"고 했다. 문정식 차장은 "KT가 젊은 세대들에게 말랑말랑하게 다가가는 힙한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나이키 한정판 신발을 고대하는 소비자들처럼, KT가 하는 모든 일에 열광하도록 신선한 제품들을 계속해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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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김효 네이버 리더 "토종 웨일, 크롬 잡고 웹 브라우저 표준으로"

네이버는 지난 4월 업계가 예상치 못한 목표를 하나 제시했다. 자체 개발한 '웨일'로 구글 '크롬'을 누르고 국내 브라우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당찬 포부의 중심에는 김효(47) 네이버 책임리더가 있다. 지난 12일 웨일의 화상회의 솔루션 '웨일온'으로 만난 그 역시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웹 엔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김 리더는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 '크로미움' 기여도 전 세계 7위의 경쟁력으로 웨일이 브라우저의 표준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십년간 외산에 의존했던 시스템 소프트웨어 점유율을 올리려면 결국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브라우저에는 없는 차별화 기능도 계속 추가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있는 곳 어디에나…플랫폼 진화하는 웨일 네이버가 개발한 웹 브라우저 '웨일'은 PC에서도 모바일 경험을 이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이드바 단독모드'에서는 모바일 앱을 PC 화면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문서 작업, 웹 서핑을 하면서 앱으로 음악을 듣거나 SNS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특화 기능이 알려지며 웨일 이용자는 최근 2년간 11배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 초보다 4배 늘었으며, 매주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웨일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네이버의 핵심 인력들이 뒤늦게 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웨일이 단순 브라우저를 넘어 웹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청사진이 담겨있다. PC뿐 아니라 디스플레이가 있는 곳 어디에나 웨일이 녹아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웨일이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분야는 교육이다. 이와 관련한 특화 솔루션인 '웨일 스페이스'는 학교 선생님이 브라우저 기능, 연동 프로그램, 즐겨찾기 등 학생들이 수업할 때 필요한 교육 환경을 일괄 설정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웨일만 있으면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수업 자료를 매번 링크 형식으로 공유할 필요가 없다. 현재까지 서울·경기·부산·경남·인천·충남 등 여섯 곳의 교육청이 웨일 스페이스 도입 파트너십에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교육뿐 아니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모빌리티로도 영토를 넓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효 리더는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웨일북'(웨일 기반 교육용 노트북)으로 시청하다가 부모와 이동할 때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서 이어서 재생할 수 있다. 계정만 연동하면 된다"며 "자율주행이 일상화하면 차 안에서 부모 역시 웨일 플랫폼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향후에는 비행기·기차 등 여러 이동수단은 물론 키오스크·사이니지 등이 설치된 다양한 상업공간에서도 웨일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활용 사례를 넓혀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라우저 점유율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런 방대한 꿈을 현실화하고 있는 김효 리더는 정통 개발자 출신이다.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었을 당시 창업해 다년간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거쳐 네이버에서 웹 엔진 고도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리더는 메일·블로그·카페 등 네이버와 라인의 모든 저장소를 설계했다. 하일권 작가의 '고고고'를 비롯해 한때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된 움직이는 공포 웹툰 역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처남과 슈팅게임 '아스트로윙'을 출시해 당시 애플 앱스토어에서 유·무료 앱 1위를 기록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24시간 개선 모니터링…"결국은 웹이 대세" 이렇듯 웹 개발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운 웨일 팀은 소프트웨어 연구에 하루를 다 쓸 것 같지만, 오히려 이용자 피드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올라오는 모든 글에 답할 정도로 열정을 쏟는다.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김 리더는 "일을 마치고 귀가한 웨일 이용자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새벽에 원격으로 PC에 접속한 적도 있다. 90% 이상은 이용자 PC의 문제다"며 "하지만 기꺼이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 충성도 높은 웨일 이용자 덕에 서비스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빼곡하게 적은 피드백 리포트가 올라온 적도 있다. 이렇게 뜨거운 이용자들의 호응에 웨일 팀은 24시간 오류를 모니터링하며 문제를 개선해 3일 안에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기능은 물론 이용자에게도 친화적인 웨일은 중소 개발사 생태계에도 주목한다. 안드로이드, iOS가 모바일 앱의 대세화를 이끈 상황에서 굳이 웹 브라우저를 미래 플랫폼으로 꼽은 이유다. 김 리더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앱과 웹 두 가지 버전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여기에 차량 전용 OS처럼 또 다른 생태계가 등장한다면 개발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역할은 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웨일 플랫폼에서는 추가 개발 없이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동된다. 글로벌 표준 기술 바탕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웹이 가장 큰 플랫폼이 될 것이다"고 했다. 김 리더도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이렇게 커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네이버랩스에 속해 있던 2016년에 자체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시 조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에 회사 경영진도 적극 지지했다. 김 리더는 "(경영진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한 번 해보라'는 반응이다. 브라우저와 달리 노트북(웨일북)을 만드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었는데, 그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의심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 어쨌든 네이버에서 필요로 하는 웹 기술을 계속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브라우저를 향한 웨일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우주선은 거대한 고래(웨일)였다'는 SF 소설 '파운데이션'의 구절처럼,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3차원 세계로 무대를 넓힌다. 김효 리더는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향한 수십 년 된 인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첫 도전에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의 끈질긴 도전이 크나큰 결실을 보길 기대해본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5.25 07:00
경제

[IT싸를 만나다] 김보미 SKT 팀장 "T팩토리, 따뜻한 기술 담은 홍대 핫플레이스 꿈꾸죠"

요즘 핫한 트렌드를 마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서울 홍대다. 특히 젊은 층의 트렌디한 문화 거리로 유명한 홍대 중심부에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생겼다.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문을 연 ICT(정보통신기술) 복합 체험 공간 ‘T팩토리’다. 개관한 지 6개월째인 T팩토리는 2030세대가 최신 ICT 기기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도 애용하는 ‘홍대의 최애 공간’으로 뜨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작년 10월 개관 때 직접 찾아 “‘기술 협력의 장’, ‘문화 마케팅의 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주문한 대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T팩토리의 성공적 안착의 중심에는 T팩토리 센터오브엑셀런스(COE) 리더 김보미(37) SK텔레콤 팀장이 있다. 홍대하면 T팩토리가 생각날 정도로 최고의 ICT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김 팀장을 최근 만났다. 매번 변신하는 T팩토리…2030 홍대 핫플레이스로 T팩토리는 SK텔레콤이 탈통신을 가속하고, 종합 ICT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키우기 위해 마련한 전초기지다. 지상 2층 약 793㎡(240평) 규모로 조성된 T팩토리는 일반 통신 매장과 다르다. 메인인 1층 ‘플렉스 스테이지’에서는 SK텔레콤이 파트너사와 손잡고 개발한 주력 상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데, 매번 콘셉트가 바뀐다는 점이 색다르다. 이달은 영상 컬러링 'V컬러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콘셉트다. 내달에는 SK텔레콤 전용 스마트폰인 ‘갤럭시 퀀텀2’의 양자보안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로봇 에어하키 골키퍼 체험존이 마련된다. 1층과 2층 사이에 조성된 '팩토리 가든'도 특별하다. 음료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공간이다. 2층에는 아시아 최초 ‘숍 인 숍’ 애플 전용 매장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게임 체험존이 있다. 대형 미디어월을 이용한 가상현실(VR) 낚시 게임, 인공지능(AI) 기반 얼굴인식 미니게임 등 즐길 거리도 가득하다. 김보미 팀장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T팩토리는 홍대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하루 최고 방문객이 694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T팩토리는 기획부터 구축까지 약 1년이 걸렸다. 홍대를 비롯해 강남, 이태원도 후보군에 있었다. 고심 끝에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인사이더' 느낌의 홍대를 택했다. 동선을 고려한 인테리어는 물론, 운영에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벤치마킹했다. 김 팀장은 “애플 스토어에서는 매장 디자인과 제품 진열·고객 응대 절차를,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에서는 고객 이동 경로와 성별·연령별 체류 공간 등 방문객 데이터를 서비스 고도화에 적용하는 기법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T팩토리에서 가장 공들인 공간은 1층 플렉스 스테이지와 1.5층의 팩토리 가든이다. 플렉스 스테이지는 가변성이 없다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한계를 벗어나 계속해서 콘텐트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메인이 되는 장소를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그때그때 바꾸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김 팀장은 “변동의 여지가 없으면 재방문 요소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플렉스 스테이지를 한 번 바꾸기 위해 기획·개발하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며 “미리 아이템을 선정해 밤을 새워서 하루 만에 새로운 공간으로 바꾼다”고 했다. 팩토리 가든은 기술 요소를 넣으려고 하다가 차가운 느낌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로 꾸몄다. 프로게이머부터 가수까지…T팩토리 경쟁력은 ‘크루’ 김보미 팀장은 T팩토리의 대표 얼굴로 크루들을 꼽았다. SK텔레콤은 T팩토리를 구축하기 전에 전국 매장에서 고객 응대가 가장 뛰어난 ‘어벤져스’ 8명을 선발했고, 외부에서 각 분야 전문가 10명을 영입했다. 이 중에는 삼성전자 모바일 디바이스 전문가 '재상'(크루 닉네임), 영상공학 석사 학위를 보유한 '히스', 2013년 데뷔한 원맨밴드 싱어송라이터 '후추스' 등이 있다. 이들은 T팩토리에서 고객 응대 외에도 영상·음원 제작, 테크 관련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크루들이 전문가이다 보니 ICT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김 팀장은 “한 할머니가 온종일 대리점을 헤매다 이곳을 찾았다. 스마트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프로게이머 출신 크루가 해킹 프로그램이 깔린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다음날 딸이 손편지와 간식을 들고 방문해 감사의 말을 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크루들의 노력에 T팩토리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방문객 중 83%가 20~30대다. 통신 매장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힘쓴 결과, 전체의 절반이 타 통신사 고객이다. 여성(52%)의 비율이 남성(48%)보다 조금 높다. 30분 이상 체류하는 1인 고객도 많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휴대전화 무인개통 시스템도 이곳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 팀장은 “T팩토리 개통의 7~8%가 무인매장에서 나온다”며 “신기해서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까지 키오스크를 눌러보는 고객들이 많다.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어 빠르게 단말기를 수령하고 싶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T팩토리는 글로벌 파트너는 물론, 유망 스타트업, 해외 콘텐트 기업들의 기술이 소개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다. 고객을 위해 매주 선보이는 소규모 콘서트도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지속할 계획이다. 김보미 팀장은 “너무 빠르지 않게 반 발 정도만 앞서도 고객과 기술로 교감할 수 있다“며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미래를 내다봐야 소통이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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