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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시인의 사랑', 양익준X정가람..사랑 그 보통의 존재
가을 날씨와 잘 어울리는 사랑 영화가 찾아온다.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해"를 외치던 공유의 명대사처럼, 소년이든 시인이든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인의 사랑'은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PM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북미 지역 최대 프리미어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톱스타들이 줄지어 나오고 영화들과는 거리가 멀고,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극 중 양익준이 연기하는 시인은 자꾸만 소년 정가람의 생각에 빠져드는데, '시인의 사랑' 또한 자꾸만 생각나는 매력을 가졌다. 긴장감 가득한 스릴러나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영화에 지쳤다면 한번쯤 돌아볼 만한 영화다. 출연: 양익준·전혜진·정가람 감독: 김양희 줄거리: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그의 아내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등급·러닝타임: 15세 관람가·109분 개봉: 9월 14일 신의 한수 : '똥파리'의 양익준은 '시인의 사랑' 양익준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똥파리' 이전엔 순수하고 순박했다는 김양희 감독의 설명처럼, 양익준은 순수한 시인 그 자체다. 연출자가 아닌 배우 양익준의 진가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드러난다. 정가람의 활약도 빛난다. 소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다. 영화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소년을 구석구석 훑으면서 두 사람 관계의 시작을 알린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정가람은 별다른 행동이나 대사 없이도 소년을 반짝거리게 만든다. 전혜진의 생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인과 소년 사이에서 불청객일 수 있는 아내를 사랑스럽게 그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꾸밈새다. 때론 고요하고 때론 핑크빛이며 또 때론 격정적이다. 애달픈 순간도 있고 허무한 순간도 있다. '시인의 사랑'은 시인과 소년의 사랑이 여느 보통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평범하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 결정적 포인트다. 신의 악수 : 시인은 소년을 보고 첫 눈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감정과 소소한 일상이 이어진다. 블록버스터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109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중적 호응을 얻기엔 퀴어 소재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퀴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이 아직 적지 않기 때문. 양익준과 정가람, 전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과 라이징 스타가 출연하지만, 시선을 확 잡아끌 스타 캐스팅이 없다. 박정선 기자
2017.09.1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