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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지분 넘겨라" 일본 몽니에 네이버 해외 영토 '위태'

글로벌 비전을 추진 중인 네이버의 앞날이 일본 정부의 몽니에 불투명해졌다. 통상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로 끝날 일에 사실상 사업 철수를 요구하는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자국 기업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유독 한국 기업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2일 우리 정부는 일본에서 발생한 메신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를 상대로 이례적인 두 차례 행정 지도를 단행한 것을 두고 신중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지난달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일 외교 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며 네이버와 협의 중으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30일 외교부는 "네이버 측 요청을 전적으로 존중해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앞서 외교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런 갈등은 지난해 11월 라인의 개인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불거졌다. 라인야후에 따르면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의 협업사 직원의 PC가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에 감염된 것이 원인이 됐다. 3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은 뭇매를 맞았다.지난 2021년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최고경영자)는 중국인 개발자들이 일본 서버에 저장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네이버가 개발·운영하는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약 1억2200만명의 가운데 9600만명가량이 쓸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되는 앱으로 자리매김했다.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데이터 유출 사고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관리·감독을 넘어 회사의 경영 체제를 통째로 뒤흔드는 수준이라는 것이다.오는 7월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일본 총무성은 현지 최대 포털 야후 재팬과 메신저 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야후에게 네이버와의 연결고리를 끊을 것을 주문했다.총무성은 두 번째 행정 지도 당시 "모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전체에서의 보안 거버넌스를 본질적으로 재검토하라"고 했다.라인야후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합작품이다.압도적 서비스 이용률을 확보했지만 성장이 지지부진하자 현지 1위 메신저와 포털을 합해 '아시아 메가 플랫폼'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두 서비스를 제공 중인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2021년 지분 절반씩을 들고 출범한 A홀딩스가 대주주다. 총무성의 행정 지도는 자국민 데이터 안보를 이유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부추겨 일본 기업이 라인야후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인의 경우 일본은 물론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며 핀테크와 커머스 등으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네이버와 라인야후는 일본 정부의 우려에 시스템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라인으로 향하는 네이버의 불필요한 통신을 차단했다.또 2026년 12월까지 라인야후 본사는 물론 해외 지사의 인증 기반을 완전히 분리하기로 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보안 사고 관계사와의 계약을 지난 3월 해제했다. 이런 노력에도 일본 기업과 비교해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만 선 넘은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일본 통신사 NTT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928만건의 고객정보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시스템 유지·보수 자회사 직원이 USB로 외부로 빼돌렸다.라인야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이지만, 총무성은 재발 방지와 위탁사 관리·감독 강화, 이용자 보호 등의 행정 지도를 내린 것이 전부였다.지분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라인야후의 실적이 네이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아직 수치를 공개한 적도 없다. 다만 13년 동안 라인을 키워온 네이버는 한순간에 2억명의 글로벌 이용자 저변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업계 관계자는 "오는 9일 소프트뱅크의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지분을 팔아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5.03 07:00
산업

'정의선 리스크 해소', 재벌들 ‘지분 쇼핑’ 길 열렸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벌들에게 ‘지분 쇼핑’의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일가의 지분 쇼핑을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법원에서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익 편취 리스크’가 해소됐다. 지난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가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와 관련한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고법 행정6-2부는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같은 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만 추가 매입했고,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사들였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지주사 SK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것이라고 보고 지난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대해 각각 8억원씩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최 회장은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 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복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쇼핑과 비슷한 케이스로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매입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미국의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80% 중에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에 더해 정 회장의 개인 지분 20%도 포함됐다. 당시 정 회장은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사재 2389억원을 털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였다. 현대차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20%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었지만 충분한 지배구조 조건을 확보한 상태여서 정 회장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신사업을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다. 3개사 이사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당초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총수 개인의 투자가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문제를 삼기 어렵다’며 사익 편취 위법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매입 당시 공식적인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SK가 합리적 검토 없이 지분을 양보했고, 결국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할인된 가격인 1만2871원(정상가 1만8000원)에 매입한 바 있다. 정 회장의 경우 지분 매입을 이사회 승인을 얻어 진행했고, 최태원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면서 향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은 총수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이익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결론을 내기에도 수월한 구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한국의 특수한 오너 경영 체제에서 총수들이 사실상 이사회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쇼핑’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매입은 경영 승계자금 마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소프트뱅크와 합의한 대로 2025년까지 미국 상장에 성공한다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5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과거 쿠팡의 상장 성공으로 지분 가치가 6배까지 뛴 바 있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산술적으로 정 회장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향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큰 액수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천문학적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벌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전망이다. 이미 오너 일가들은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위해 개인 기업 설립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자신이 98.5% 지분을 가진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29 07:00
산업

이재용 빅딜·구광모 미래가치·최태원 주가관리 '3인3색' 미래 전략

대기업 총수들이 불확실성이 더해져 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비해 비상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수합병과 고객가치에 역점을 두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적극 주문할 예정이다. 이재용·구광모, 빅딜과 고객가치 접근 미래 준비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복권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손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전자·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명과 함께 오찬을 함께 하며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삼성의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지는 않았지만 오찬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며 향후 경영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관련 내용들을 공유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ARM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방한한 ARM의 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매각 논의를 위해 이 부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손정의 회장은 국내 취재진에게 ‘비즈니스 목적’으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손정의 회장은 몸값이 70조원에 달하는 ARM 매각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가 커 부담감이 큰 만큼 ‘단독 매각’이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소프트뱅크 측에서는 ‘컨소시엄 매각’이나 ‘부분 매각’ 등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 사장단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 등 30여명이 참석해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LG의 사장단 회의는 미래 포트폴리오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9년부터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구 회장은 고객가치 메시지를 매해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사장단 앞에서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미래 준비를 당부했다. 그는 “미래 고객이 누구이고,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며 “LG가 만들어 낼 고객 경험·상품·솔루션·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미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주가관리 비상 최태원, 부양방법 논의 SK는 매년 개최하는 ‘2022 CEO 세미나’를 올해는 오는 19~21일 3일간 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렸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더 결실을 거두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도 최 회장을 포함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CEO 30여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올해는 현실과 미래 가치가 모두 담겨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 회장은 ESG·파이낸셜 스토리 성과와 관련해 주가를 하나의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주가관리와 주가 부양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CEO들이 주가 관리가 인사 평가에 반영됨에 따라 점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10월이 되면 주가 부양을 위한 CEO들의 노력들이 이어져 계열사 주가들이 대체로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CEO 인사 평가에 주가를 반영하고 있다. 주가는 현재와 미래의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증시 침체 속에서 주가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K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 폭이 다른 그룹보다 큰 편이라 더욱 예민한 상황이다. 지주사 SK의 주식은 올해 25만1000원으로 출발했지만 3일 현재 19만2000원까지 떨어지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도 올해 13만1000원으로 출발해 8만500원까지 떨어지는 등 30% 이상 폭락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0.04 07:00
산업

분위기 무르익었는데…이재용, '셀프 회장' 승진 안 하는 이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사에서 출발했다. 국내 최초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 일간지로 올해 53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와 동갑이다. 그 세월 동안 3명의 총수가 삼성을 이끌었다. 전자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반도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이건희 회장, 초격차 경영에 시동을 건 이재용 부회장까지 삼성그룹 1~3대 총수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으로 요약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무르익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으로 초격차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셀프 회장 승진’보다 중요한 ‘초격차’ 이재용 부회장이 연내 이건희 회장 서거(2020년) 이후 공석인 삼성그룹의 회장 타이틀을 거머쥘 것인지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오는 11월 창립기념일이나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점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회장 승진의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이 부회장은 8·15 사면 이후 취업제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국정농단 이후 내려놓았던 등기이사로의 복귀도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 특사로 선임되는 등 국내외 광폭 행보를 보이며 ‘뉴삼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오는 10월 25일이면 이건희 회장 별세 2주년이 되기도 한다. 수감 생활과 법적 제한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만큼 ‘상징적인 회장 승진’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그룹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속절 없이 떨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셀프 승진’을 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내 회장 승진설’에 대해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회장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 면모를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재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가석방 이후 해외 출장 등을 통해 냉정한 현실을 경험했다는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보다 혁신에 중점을 두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격차’를 위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반도체 공장 설립에 20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6년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이 없다가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몸값이 최대 70조원에 달하는 매물이지만 이 부회장은 내달 ARM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단판을 짓기 위해 만나기로 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에서 했던 말을 번복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적인 측면에서 회장 승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진행되고 있는 재판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등기이사 회장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재제일 철학의 진화, 유연한 스킨십 경영 이병철 선대회장이 내세운 인재제일과 사업보국의 경영 철학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대에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1969년 전자 사업 진출 이후 삼성그룹은 미래 국가경제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했고, 이는 세계적인 IT 회사로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또 이 선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을 설립하는 등 삼성그룹을 일궜다. 셋째 아들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에 이어 1987년 2대 회장으로 선임한 뒤 삼성그룹은 또다시 탈바꿈했다. 1988년 이건희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어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키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대대적인 혁신이 진행됐다. 이 회장이 강조한 ‘나부터 변하자’라는 슬로건이 인재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이는 삼성의 경영이념인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재용 부회장은 유연한 스킨십 경영을 통해 인재제일 철학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재드래곤’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직원들의 셀카 촬영에 기꺼이 응하는 등 가장 친밀한 총수로 다가가고 있다. 합리적인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MZ세대들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인재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의 53주년 창립기념일에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관심사다. 빅딜을 통해 ‘뉴삼성’의 신호탄을 쏘거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8 07:00
산업

정의선 이어 이재용도 세계 '큰손' 손정의의 전략적 파트너 될까

한국의 총수들이 세계 재계의 ‘큰 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손정의 회장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손정의 회장이 내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기업 ARM 간 제휴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이재용 부회장이 귀국하면서 손정의 회장과 만날 것이라고 한 내용을 뒷받침한 셈이다.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대변인을 통해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두 그룹의 총수가 ‘빅딜’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얘기한 만큼 인수합병이 어느 정도 진척됐다는 평가다. 이제 과거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빅딜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관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ARM 인수 가능성에 대해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것이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했듯이 어떤 방식의 제안일지가 빅딜 성사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ARM은 독점 규제로 인해 인수합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설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ARM을 인수하면 모바일 칩 설계 분야를 독점하는 꼴이라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기가 힘든 실정이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75%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다. 나머지 25%는 사모펀드가 갖고 있다. 독점 규제 이슈를 피하기 위해 손 회장이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2020년 말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80%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했다. 80% 중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10%, 현대글로비스 10%, 정 회장 20%로 지분을 나눴다. 나머지 20%는 소프트뱅크가 그대로 소유했다. 손 회장이 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ARM 지분 75% 중 50% 정도만 삼성전자에 넘기고 나머지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방식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소프트뱅크는 지분 매각을 통해 당장 필요한 현금을 얻을 수 있고, 삼성전자는 설계 기술을 확보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ARM의 매각대금이 최대 70조원까지 전망되기에 삼성전자 단독이 아닌 SK하이닉스, 인텔, 구글 등과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3 06:58
IT

'뉴삼성' 도약 위한 ARM 인수, 이재용이라면 해낼까

경영 족쇄를 벗고 '뉴삼성' 도약을 가속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국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의 '키'인 현지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 추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흔들 '세기의 딜'이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부회장의 결단에 회사의 운명이 달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멕시코와 파나마 등을 차례로 방문하고 16일 영국에 도착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과 해외 현장 경영을 병행하고 있다. 이날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앞서 이 부회장이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ARM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현재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대부분(90% 이상)은 ARM 설계를 기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퀄컴과 애플 등 주요 브랜드가 ARM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왕좌를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ARM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매물이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AP는 퀄컴,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4773억 달러(약 665조원)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 달러)의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존 산업이 고도화하는 시기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고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려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올해 드러내기도 했다. ARM 인수가는 적어도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가 올해 2월 ARM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400억 달러(55조7400억원)의 가치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125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정적 여건이 받쳐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앞에 두 개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엔비디아의 인수가 불발된 것은 인수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영국·중국·유럽연합(EU) 등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할 때도 마지막 관문인 중국의 승인을 가까스로 얻은 바 있다. 국가 핵심 경쟁력이나 마찬가지라 눈치 싸움이 치열한 만큼, 인텔과의 파트너십 등 연합전선 구축 전략에 힘이 실린다.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은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다. 올해 4~6월 30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봤는데,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분기 손실이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선제 투자한 기술·성장주의 가치가 급락한 것이 원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거래가 무산된 이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어 매각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0 07:00
산업

‘빅3’ 총수 이재용·최태원·정의선 글로벌 인맥 지형도 살펴보니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대기업 총수들의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재계 인싸’들의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빅3’ 총수들의 인맥 활용도를 짚어봤다. 억만장자 모임 등 글로벌 '핵인싸' 이재용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세계 각국에 거물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등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유럽 지역의 파트너들을 두루 만나며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11일 유럽 출장에 동행했던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전세기를 타고 돌아왔지만 이 부회장은 계속 유럽에 머물고 있다. 18일 귀국 예정인 그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때처럼 ‘선물 보따리’를 싸 들고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상대 기업과 얘기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부회장님 전세기는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라 어느 나라를 순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물망에 오른 후보군은 반도체 관련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ARM(영국) 3개 기업이다. 이중 ARM은 이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과 SK, 인텔과 공동으로 50조원에 달하는 매물로 나온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총수 중에 유일하게 ‘세계 억만장자의 모임’으로 불리는 ‘선 밸리 콘퍼런스’에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주최해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 밸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다. 이 부회장이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쁘고 신경 쓰이는 출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모임이다. 2002년부터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왔던 그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불참하고 있다. 만약 올해 참석한다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 유럽 출장처럼 재판부에서 이 부회장의 법정 불참을 용인해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승계 및 합병 의혹 재판과 관련해 매주 목요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유럽 출장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계약 건으로 인해 법정 불참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선 밸리 콘퍼런스는 당장의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모임의 성격은 아니어서 재판부가 용인해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선 밸리에서 만난 팀 쿡 애플 CEO와 이야기가 잘 풀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에 이 부회장이 참석하면서 특허 소송과 관련해 얘기가 잘 풀린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이 상무 시절부터 10년 이상 다져온 인맥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협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전파 앞장 최태원, 아세안·미국 두각 정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인맥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지금 같은 산업 전환기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빅3’ 총수 중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맡는 등 명실상부 국내 재계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 정·재계 인사뿐 아니라 유명 싱크탱크집단과도 교류하며 사회적 가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SK는 지난 11일부터 미국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어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미국·일본 3국 전·현직 관료, 재계 인사, 학자 등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태평양과 동북아의 주요 경제 현안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의 대표적 글로벌 인맥으로는 모하메드 알메디 전 사빅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수석,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듀폰 전 회장 등이 꼽힌다. SK그룹 관계자는 “다보스포럼 등에 꾸준히 참석하는 최태원 회장은 한번 만난 인연을 중요시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비롯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아세안과 미국 시장의 인맥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단연 부각됐다. 그는 미국의 1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50분간 독대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 최초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한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비롯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천민얼 중국 충칭시 서기, 존 오소프 미국 상원과도 친분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적인 영역이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현대차의 공장이 있고 사업적으로 연관된 지역 인사들과 교류가 잦다”고 귀띔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15 07:00
경제

손정의 소프트뱅크, 쿠팡 주식 2조원어치 매각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왔던 주요 주주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신고서를 확인한 결과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 펀드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운데 5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 처분한 주식의 가치는 16억9000만달러(약 2조원)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과 2018년에 모두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쿠팡 클래스A 기준 3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상장 당시 공모가 35달러를 기록했다. 거래 개시 첫날부터 장중 69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 쿠팡 주식은 3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9.18 11:19
경제

호텔신라 시총 3조…야놀자 가치 '10조' 뛴 이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야놀자가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 9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손정의 펀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과 요기요 인수설, 나스닥 상장 가능성까지 연일 희소식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올라간 탓이다. 8일 국내 비상장 기업 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야놀자의 장외주식 거래 가격은 10만6900원이며, 기업가치는 9조29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내 대표 호텔인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3조822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야놀자의 몸집이 3배가량 크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 수준이었다. IPO를 앞두며 야놀자의 몸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야놀자에 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 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조 단위 규모 투자 유치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은 대표적으로 쿠팡이 있다. 비전펀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세계 최대 벤처 투자 펀드로,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상장할 경우, 시장에서 추산하는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약 5조원 수준이다. 현재 야놀자는 이런 비전펀드의 투자와 관련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투자 규모 1조~2조원 수준을 이야기가 퍼져 있다. 또 최근에는 야놀자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 있는 배달앱 '요기요'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번지기도 했다. 야놀자의 숙박·레저 등 종합 여가 플랫폼에 '먹거리'까지 추가되면, 더 완벽한 원스톱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PO를 앞둔 상황이라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시장에서 계속해서 이런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나스닥 상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야놀자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일부에서는 야놀자가 상장에 대해 시간을 두고 쿠팡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비전펀드가 측정한 10조원을 뛰어넘는 밸류에이션(애널리스트가 현재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 적정 주가를 산정해 내는 기업가치평가) 가능성도 점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운영하는 두나무에 따르면, 야놀자는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심 종목 추가 횟수 5위, 조회 수 6위를 기록했다. 사업 초반 '모텔앱'이라는 그늘에 갇혀 이미지 탈피에 안간힘 써야 했던 야놀자에 대한 과거 인식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사이 숙박업계 지형도를 바꿔놓으며 호텔, 레저시설 나아가 먹거리 사업까지 확대하며 '종합 여가 플랫폼'이 됐다. 최근에는 잘 나가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워, 국내 7번째 유니콘 기업이 되기도 했다. 현재 야놀자는 사업 다각화를 지속하면서 상장 작업에 열중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일부 공모주가 ‘따상(공모가의 2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 야놀자 지난해 실적 및 주가 매출 3000억원 상회 영업이익 흑자전환 주가(장외) 10만6900원 기업가치(시장추정) 약 5조원 기업가치(장외) 9조2929억원 2021.06.09 07:00
경제

울며 겨자 먹기? 시세 차익? 신동빈·정의선 지분 매매의 경영학

대기업 총수들은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쥔다. 그리고 지분을 상속받거나 매입해 지배구조 강화를 꾀한다. 총수들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행보를 보이는 총수들도 있다. 2000억원 상속세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 매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그룹의 핵심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 지분 0.26%(9만705주)를 매각했다. 27만7500원의 가격에 블록딜 매각으로 252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으로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0%가 됐다. 반면 신 회장의 지분을 전부 매입한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25.33%에서 25.59%로 높아졌다.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인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최근 실적과 배당 성향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지주회사 체제를 안정화하고 계열사의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며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롯데케미칼지분을 청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2차 상속세를 오는 7월에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다만 상속세가 상속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까지 포함해서 알려진 규모보다 많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에게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로 인해 롯데지주 11.75%→13.04%, 롯데쇼핑 9.84%→10.23%, 롯데제과 0%→1.87%, 롯데칠성음료 0%→0.54%로 지분율이 상승했다. 신 명예회장의 상속 주식 평가액은 4500여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 41.7%의 상속 지분이 신 회장에게 돌아갔다. 전체 주식 상속세는 2700억원에서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1100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부동산과 일본의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계열사 지분을 모두 더하면 신 회장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 회장은 상속 주식을 세무당국에 담보로 제공하고 5년간 6회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다. 이에 상속세 납부 때문에 롯데케미칼 지분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봉과 배당금 등으로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기 버겁기 때문에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주사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라 롯데케미칼 지분이 없더라도 지배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지분 가치가 높아졌다. 1년 전인 2020년 5월 27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18만9500원이었다. 1년 새 주가는 46% 이상 뛰면서 신 회장의 지분 가치로 늘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남대문세무서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담보를 변경했다. 당초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지분을 담보로 맡겼는데, 이를 해지하는 대신 롯데지주 주식을 담보로 전환했다. 신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의 추가적인 매각이 예고되고 있다. 책임경영 강화, 시세 차익 ‘두 마리 토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는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 자사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고,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 강화는 물론 시세 차익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식이 폭락하자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정 회장은 406억원을 들여 현대차 지분 0.21%를 끌어올렸다. 또 411억원 규모의 현대모비스 주식도 매입했다.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었던 정 회장은 0.32%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주가 매입과 관련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방어하는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의도대로 현대차는 폭락장 속에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강화 측면 등이 부각되면서 현대차의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정 회장은 투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당시 그는 현대차는 주당 6만9793원, 현대모비스는 주당 13만5294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주가는 2일 종가 기준으로 23만8000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현대모비스도 28만원으로 2배 이상 올라 지분가치가 배가 됐다. 또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개인적으로 2389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정 회장 20%, 현대글로비스 10% 지분을 확보하는 인수였다. 특히 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사재를 털어 인수합병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5배 이상 폭등할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쿠팡의 상장으로 지분 가치가 투자 금액의 6배까지 뛰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과감한 투자로 향후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금액을 미리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2018년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주(4.68%)를 증여했다. SK그룹 회장 취임 20년을 맞아 성장의 근간이 되어준 친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9228억45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나눠줬다. 비록 최 회장의 SK 지분율이 22.93%에서 18.29%로 떨어졌지만 오너가의 지배력은 견고하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6.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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