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김삼우의 시리아 원정 동행기] 공중파 배제된 사상 초유 축구 경기 왜?
20일 밤 아드보카트호의 훈련장인 알 함다니아 경기장. 지상파 중계 방송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방송 중계팀이 찾아왔다. 시리아전을 중계할 엑스포츠의 박찬 캐스터, 김강남 해설위원과 팀원들. 이들은 생중계 자료 확보를 위해 한국대표팀은 물론, 시리아 대표팀 훈련까지 열심히 취재하고 있다.
한국-시리아전은 KBS MBC SBS등 지상파 TV에서는 볼 수 없다. 이번 경기의 중계권 판매자인 시리아축구협회로부터 유료방송과 웹캐스팅 등 국내의 모든 중계권을 확보한 스포츠 마케팅사 IB 스포츠가 계열사인 케이블 TV 엑스포츠를 통해 직접 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의 A매치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TV가 중계하는 것은 사실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2004년 3월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몰디브와의 원정경기를 SBS 스포츠에서 중계한 게 처음. 몰디브전의 경우 지상파인 SBS가 중계권을 갖고 있었지만 시청률 등을 고려, 자회사인 SBS 스포츠가 중계토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상파가 아예 중계권이 없다. 재판매를 의도했던 IB 스포츠와 지상파 간에 계약이 제대로 안 된 탓이다. 결국 시리아전은 A 매치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TV가 배제되는 중계가 된다.
이에 대해 대표선수들은 의아해한다.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부장은 "어디서 중계하느냐는 선수들 질문에 `엑스포츠`라고 답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계권을 사지 않은 지상파가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축구팬들도 "시청자들의 접근권을 무시당했다"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IB스포츠 측은 엑스포츠 가입가구가 1150여만 가구가 되고 다른 위성 매체와 공조할 경우 지상파가 커버하는 1500만 가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해당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시리아전을 볼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축구협회도 섭섭한 눈치였다.
그러나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트는 케이블 TV로 넘어가는 시대"라는 IB스포츠 측의 자세에 지상파들은 당혹스러워할 뿐이다. 박종혁 엑스포츠 PD는 "준비가 미흡하지만 첫 방송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리아전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나 문화 행사 등을 누구든지 볼 수 있는 권리로서 몇몇 유럽 국가가 시행 중인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 같다.
알레포(시리아)에서 김삼우 기자 <3fri@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