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 전체 연매출 중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공연 관람을 도외시했던 비문화파도 이제는 뮤지컬을 보러 토요일 시간을 비워 두고, 기꺼이 10만 원 안팎의 티켓 구매에 나선다.
클래식 팬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와 아울러 오페라 팬도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프라노 임지현은 "미국에서도 오페라 팬의 감소를 우려해 어린이 대상 오페라 관람 프로그램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라고 한다.
연극적 요소와 가수의 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형식상에서 오페라와 비슷한 뮤지컬이 오페라 팬들을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이 대목에서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이 분노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성악 전공자들이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다. <명성황후> 의 이태원은 줄리어드, 같은 작품의 이상은은 한양대 성악과 출신이다. <지킬 앤 하이드> 의 류정한은 서울대 성악과 출신이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장 오는 20∼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돈 조반니> 와 25∼30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술피리> 등 모차르트의 두 오페라 작품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그럼 지금 이 시대에 오페라를 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볼거리와 감동까지 안겨 주는 뮤지컬 대작을 제쳐 두고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를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페라 전문가이자 애호가인 세 명에게 물어보았다.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 씨 "오페라는 인간의 지혜가 녹아 있는 종합 예술로서 지성과 감성을 함께 만족시켜 주는 가장 지적 오락이다"라고 설명한다. 좋은 말씀인데 너무 고상하다는 기자의 말에 다시 설명한다. "오페라 가수의 육성에 익숙해 있으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뮤지컬 노래를 도저히 참고 들을 수가 없다"라고 다소 과격하게 말한다.
정말 거품을 물 만큼 오페라는 재미있는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돈 조반니는 희대의 바람둥이다. 건드린 여자만 2000명이 넘는다. 그 많은 여자를 단 세 명으로 표현했으니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라면서 기자의 호기심을 바짝 끌어당긴다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돈나 안나, 사랑에 죽고 사는 돈나 엘비라, 정욕에 사로잡힌 채를리나는 세 명이지만 한편으론 동시에 한 명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세 여자 역을 맡은 여가수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도 중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내 옆의 부인이나, 애인은 어떤 사람일까.
■음악 평론가 장일범 씨 "결국엔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보다 깊이 있는 맛을 위해선 단연 오페라"라고 오페라 예찬론을 펼친다. "결혼식을 앞둔 여성을 공략하는 등 돈 조반니의 과감한 여자 공략법도 재미있지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주옥 같은 음악은 가히 전율에 가깝다."
`카탈로그의 노래`,`우리 손을 맞잡고`,`샴페인의 노래` 등이 모차르트가 선사하는 명곡이다. 무엇보다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에 맞는 그의 오페라를 한 번쯤 즐기는 것도 시대를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 50년 뒤 모차르트 탄생 300주년은 되어야 지금과 같은 모차르트 음악의 성찬을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있을 때 먹어라`는 말이다.
■CBS 음악 프로 <아름다운 당신에게> 진행자 김갑수 씨 "베르디나 푸치니의 작품이 TV 드라마처럼 쉽게 볼 수 있다면 모차르트의 작품은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이해가 쉽지 않다. <돈 조반니> 는 모르고 보면 정말 지루한 오페라"라면서 관람 전에 줄거리 파악과 중요 곡들을 한두 번 들어 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좋은 취미를 키우는 데는 그만큼 수고가 들어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