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0년 넘게 게임을 해온 30대 올드 게이머라면 몇날 밤을 지새우게 했던 게임 <듄2> 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CD롬으로 몇 장인 대용량 게임이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1.2M 용량을 가진 5.25인치 디스켓이 대부분이었다. 디스켓으로 불과 몇 장밖에 되지 않는 이 게임을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그래픽이 보잘것없어 보이고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모든 실시간 전략게임을 태동시키고 경이적 RTS붐을 일으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1탄은 어드벤처 게임이었던 <듄2> 는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을 게임화해 1992년 출시됐다. 이미 84년에 유명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영화로도 만들었다. 내용은 항성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원료 스파이스를 놓고 유일한 생성지인 사막 행성 `듄`에서 여러 세력이 치열한 싸움을 한다는 것. 주인공 폴이 각성을 통해 초능력을 얻고 황제에 오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턴 방식의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상황에서 실시간 게임은 혁명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실시간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원채취-건설-유닛 생성-전투의 개념이 최초로 생성되었다. 지금도 이 개념은 약간의 변화는 있어도 모든 실시간 전략게임에 그대로 쓰여지고 있다.
진행 방식은 아트레이디스.하코넨.오르도스 세 가문을 선택하여 시작하게 된다. 각 가문마다 다른 유닛을 개발하고 스토리도 다르다. 지도 위 구역이 나눠져 있고 점령하기 위한 지역을 선택하면 바로 전투에 돌입하는 화면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부터 하베스터로 스파이스라는 자원을 채취하고 건물을 건설, 유닛을 생성하는데 건물은 항상 바위 위에만 건설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대부분의 배경이 사막이고 모래 위에는 `웜`이라는 괴물이 때때로 출현, 유닛을 삼키기도 해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강한 유닛은 후반부에 가야 만들 수 있고 또 탐험을 안 한 부분은 검게 처리되는 등 지금 보면 <스타크래프트> 에서 당연하게 쓰이고 있는 개념을 쓰고 있다.
웨스트우드사는 후속작으로 98년에 리메이크작 <듄 2000> 을 출시했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1년엔 <엠퍼러:배틀 포 듄> 을 출시했다. <듄> 의 3D판인 이 게임은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다.
<듄2> 이후 만든 <커맨드앤퀀커> (이하 C&C) 시리즈는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최고의 인기 시리즈였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 웨스트우드사는 경쟁사인 블리자드사에 밀려 결국 98년 EA에 흡수되고 만다. 그 뒤에도 꾸준히 `C&C` 시리즈를 개발하지만 독립성을 잃고 수석 게임디자이너도 나가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빅히트작을 내지 못한다. 2000년엔 액션 롤플레잉에 도전, 명작 <녹스> 를 출시하지만 <디아블로> 의 아성을 깨지 못한다. 85년에 설립된 웨스트우드사는 18년의 역사를 접고 결국 2003년에 폐쇄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