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떨녀·개똥녀가 촉발한 온라인 ‘XX녀 시리즈’는 올해 ‘XX녀’를 무더기로 양산했다. 특히 월드컵이 열린 올해는 남녀노소 대중 인파가 광장이나 큰 길에 모이는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XX녀’도 더불어 늘어났다. 올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XX녀 시리즈를 모았다.
▨남녀 성대결 논란 빚기도
2006년 한 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된장녀’는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한 여성을 꼬집는 말. ‘된장녀의 하루’라는 온라인 게시글로 촉발돼 남녀 성대결 논쟁으로 이어졌다. 탤런트 김옥빈이 모 토크쇼에서 ‘할인카드’ 발언으로 된장녀란 추궁을 받기도 했으며. ‘된장녀 키우기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헬륨풍선 몇 개면 강아지가 하늘에 뜨는지 실험하다 강아지가 실수로 날아갔다”며 갓 태어난 강아지를 매달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내용의 동영상 속 여성이 일명 ‘개풍녀’로 불리며 누리꾼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개풍녀’ 동영상은 기업의 무분별한 낚시 광고. 동물 학대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이와 함께 독일 월드컵 당시 긴 생머리에 응원 복장을 차려 입은 젊은 여성의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졌다.
게임의 엘프족 여성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엘프녀’로 불렸다. 또한 신문 방송의 시청 거리 응원 스케치에 찍힌 사진이 온라인 뉴스에 소개되면서 눈에 띄는 외모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은 ‘시청녀’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신인 모델을 홍보하기 위한 기획사의 홍보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빈축을 샀다.
올해 ‘XX녀’의 대미는 ‘대사관녀’가 장식했다. 주인공은 SBS의 국군포로 장무환씨의 탈북기 재방송에서 탈북자의 도움 요청을 매정하게 거절한 대사관 여직원. 탈북자 장씨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국군포로인데 도와줄 수 없냐’고 묻자 여직원이 “아. 없어요”라며 매정하게 끊은 통화 내용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해당 대사관 여직원이 ‘대사관녀’로 불리며 많은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누리꾼간의 관계 일파만파
일반적으로 ‘XX녀’가 대중의 공통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사포녀’는 누리꾼끼리의 관계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모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김 모씨가 개인 미니홈피에 자신을 팬이라고 소개한 박 모씨의 쪽지를 불쾌하게 여기고 이를 꾸짖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면서 일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김씨는 쪽지 내용을 직접 캡처해 공개된 게시판에 올렸고.
이 일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김씨는 ‘사포녀’(까칠하다는 의미)로 불리게 되었다. 이를 본 누리꾼이 박씨의 쪽지에서 나쁜 의도가 보이지 않는데 김씨의 반응이 지나친 것 같다며 항의했고 결국 인기검색어에 오른 ‘사포녀’는 누리꾼의 반응이 거세지자 개인 미니홈피에 사과문까지 올려야 했다.
다음의 ‘TV팟’을 비롯한 인터넷 동영상서비스에서도 올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XX녀’시리즈를 정리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사회심리학자는 이와 관련해 “인터넷 쏠림현상 때문에 일반인이 어느날 갑자기 주목받는 일이 늘고 있는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XX녀·XX남 식의 화제는 계속 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XX녀’ 인기 검색 순위
네이버의 검색 순위에는 고난도의 웨이브 섹시댄스의 ‘동대문녀’ 원유진(8월). 부유층 자녀로 고학력 전문직 여성을 가리키는 ‘귀족녀’(10월). 월드컵 거리응원 후 쓰레기 청소 여인 ‘치우녀’(6월). 인형처럼 예쁘다는 ‘인형녀’ 신인가수 조민혜(8월).
온몸을 마구 흔들며 춤을 추는 여자라는 의미의 ‘흔들녀’(영화 <다세포소녀> 속 김옥빈·7월). <너무 아픈 이 말> 뮤직 비디오 속 ‘달팽이녀’(신인 연기자 윤승아·9월). 시청녀(6월). 된장녀(7월). 엘프녀·시청녀로 화제를 모았던 모델의 과거 사진이 공개된 후 너무 차이가 나 네티즌들이 붙여준 ‘오크녀’(6월) 등이 인기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