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인구 대비 펜션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도다. 현재 민박을 포함해 800여 개의 숙박업소가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를 포함해 제주 전역에 흩어져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 펜션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 귤림성(www.gyulimsung.com)이다. 1997년 오픈한 귤림성의 객실 테라스 통나무 벤치에 앉으면 서귀포 앞바다·서귀포 월드컵경기장·고군산·한라산 등 제주 서남부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 문을 나서면 시작되는 석부작테마공원이 정원 구실을 하고 있다.
서귀포=글·사진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
■용암의 신비를 담은 예술공원-석부작테마공원
귤림성에는 제주의 자연석에 풍란·해송·야생화 등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석부작이 가득한 석부작테마공원이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 공원은 2만 9600㎡ 규모다. 구멍이 숭숭 뚤린 제주 특유의 현무암에 고란초·풍란·붉은사철난초·쇠뿔석이 등 갖가지 생명이 자라는 모습은 생명의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석부작이란 돌과 야생초를 조화시킨 작품으로 돌과 식물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분위기를 내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자연이라 할 수 있다.
공원 내 석부작은 원래 제주도 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것이었는데 민명원(59) 대표가 1999년부터 매년 구입해 온 것이 어느덧 2만 여점에 이르게 됐다. 처음에는 귤림성을 찾는 고객들에게 눈요깃거리로 제공됐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공원으로 꾸몄고, 이젠 제주의 자연을 알리는 교육 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 박물관 허가를 받아 다음달부터는 석부작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
전시 공간은 크게 실내·실외로 나뉜다. 실내 전시장은 약 5000㎡ 규모로 5000여 점의 석부작이 전시돼 있다. 관람뿐 아니라 실제 제작 또는 구입도 가능하다. 야외 전시장은 지그재그식으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양편으로 '작품'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돌 위에 뿌리를 내리며 작은 자연을 이루는 석부작의 주인은 고란초·백리향·한라부추·만년석송·백두구절초 등 1000여 종. 이들은 3단으로 이뤄진 작은 인공 폭포와 연못 등과 어울려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전통 초가에서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데 그중 하나가 천연 수제 비누다. 1000년 전통의 시리아 아델팬사가 옛 프랑스 왕실에 납품했던 마르세유 수제 비누에 진피·백련초·산야초 등을 첨가한 것으로 귤림성과 광주여대 산학협력단이 손을 잡고 제작했다.
■통나무 원목이 어울리는 귤림성
귤림성 펜션하우스라는 간판을 내걸었던 97년만 해도 우리나라에 펜션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숙박 시설로는 호텔·여관·민박 등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펜션도 일종의 민박이다. 그러나 보다 질 높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민박'이라는 것이 민박과 다른 점이다.
귤림성은 펜션이라는 간판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우선 통나무집을 들 수 있다. 시베리아산 아름드리 원목을 벽돌 쌓듯 이어 만든 건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 지은 듯하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나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실내·외 분위기가 세월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 단정하다.
또 하나는 팜스테이 개념이다. 펜션에 들어서면 곳곳에 커다란 항아리를 볼 수 있다. 직접 담근 간장·된장·고추장이 가득하다. 식사 때 필요한 양만큼 퍼갈 수 있도록 항아리는 모두 열려 있다. 이를 갖고 숙소에서 요리하거나 테마공원 뒤편에 마련된 공터로 가 신선한 공기 속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도 된다.
펜션을 둘러싼 귤 농장은 또 다른 체험 공간.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 유기농 농법을 고집한 까닭에 공기마저 신선하다. 지금 짙은 녹색의 귤은 영글어가는 과정이지만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이 약해 툭하면 터지기 일쑤다. 10월부터는 노랗게 익은 귤을 양껏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