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세계 자동차 시장의 위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신차 및 중고차 등 전방위 분야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해외에서 눈에 띄는 약진을 보여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7일 올 10월 월간 해와판매 실적이 역대 최다인 22만 5000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21% 성장한 것으로 지난 9월과 비교하면 42%나 늘었다. 10월 해외 판매 예정 물량 가운데 국내 수출은 11만 9000대, 해외 생산은 10만 6000대로 집계됐다.
기아자동차의 해외 판매도 무시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수출 8만대, 해외생산 3만대 등 11만 대를 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9월보다 52% 상승한 수치다. 올해 중형 세단 로체 이노베이션, 준중형 포르테와 국내 최초의 박스형 CUV 쏘울 등 신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국내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해외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달러 대 원화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것과 함께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경쟁 모델인 일본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해외시장에서 중소형 모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공장 판매 안정화 및 인도·러시아·중국 등 신흥시장 판매 호조 등도 한몫했다는 것이 현대·기아차 그룹의 설명이다.
이같은 외형적 경쟁력과 함께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내구성이라는 내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메이드 인 코리아=저가’라는 한계를 넘어선데 이어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서 손색 없는 강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 소비자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내구성 신뢰도 조사에서 총 34개 브랜드 가운데 아반떼·쏘나타·그랜저(수출명 아제라) 등을 앞세운 현대차는 지난해 대비 7계단 상승한 8위, 기아차는 12계단 오른 10위를 기록했다. 차종별 추천에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차’에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로체가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중고차 시장에서도 강세다. 최근 미국 인텔리초이스가 발표한 ‘2009년 미국 최고의 중고차 품질인증 프로그램’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각각 3위와 7위에 올랐다. 이는 보증조건·검사항목·긴급출동서비스·파이낸싱·차량이력 보고서·교환/환불정책·환불보증·브랜드가치 등 8개 분야를 통해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를 평가한 결과다.
미국 캘리포니아 캠벨에 위치한 인텔리초이스는 1986년 설립된 미국 내 권위있는 차량 정보 제공업체로 차량 보유 비용 및 품질인증 프로그램 평가 전문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조사에서 현대차는 폭스바겐·BMW 미니에 이어 3위에 올랐고, 혼다·GM·도요타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기아차는 7위를 기록,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중고차 품질인증 프로그램이란 각 메이커들이 자사의 중고차를 구입, 성능시험과 수리를 거친 뒤 품질인증서를 붙여 중고차 구입자들에게 품질 보장과 함께 별도의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미국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이 제도에 의한 중고차 판매 시장은 2000년 이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신차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지난 9월까지 세계시장에서 220만여 대를 판매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100만 대를 돌파, 전년 대비 4% 이상 늘어난 판매고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