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통령고교야구‘ 우승 덕수고 “팀 내 휴대폰 가진 선수 없다”
덕수고가 제43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일간스포츠·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패권을 차지했다. 지난 해 야구부 창단 28년만에 처음으로 대통령배 우승의 감격을 맛본 덕수고는 더욱 짜임새있는 전력으로 대회에 나섰다.
대통령배 2연패는 추신수(클리블랜드)의 부산고(1999년~2000년)이후 8년만이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선수들은 "학생다운 야구를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동문은 아낌없는 지원으로 야구부를 도왔다. 코칭스태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으로 전력상승을 꿰했다.
휴대폰 벨이 울리지 않는 야구부
34명의 덕수고 야구부 중 휴대폰을 소유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주장 이인행은 "다들 믿지 못하시더라. 하지만 우리는 덕수고 야구부라면 당연히 휴대폰을 소유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단 스스로가 만든 '자체 규율'이다. "운동부가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선배들이 만든 규율을 후배들이 '당연하게' 이어받았다.
이는 모범적인 '덕수고 야구부'의 단면에 불과하다. 이인행은 "다른 학교보다 머리를 짧게 자른다. 유니폼을 입을 때는 물론이고, 사복이나 교복을 입을 때도 단정함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운 선수들은 경기장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이인행은 "확실히 느낀다. 위기의 순간에 다른 고교생들과 다르다. 틀 안에서 움직이다보면 경기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야구부와 동문회의 선순환
모범적인 야구부는 덕수고 동문의 자랑이 됐다. 김창배 덕수고 야구부장은 "야구부를 통해 동문회가 결집한다는 느낌이다. 야구부의 지원에 아낌이 없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동문들은 야구발전위원회를 통해 해마다 1억∼1억5000만원을 모금해 지원하고 있다. 기량 상승의 산실인 실내연습장은 물론이고, 야간훈련을 위한 조명시설에다 웨이트 트레이닝장까지 동문들의 지원으로 건립됐다.
2008년, 야구부 창단 28년만에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하자 동문회의 손은 더욱 커졌다. 김 부장은 "지난 해 우승을 거둔 뒤 동창회에서 3억 5000만원을 들여 숙소를 리모델링해줬다. 최고 수준의 시설이다"라고 밝혔다.
팀 컬러의 진화
지난 해 덕수고는 에이스 성영훈(두산)을 앞세워 대통령배 우승을 일궜다. 성영훈의 졸업 후 덕수고 투수진에 큰 공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덕수고를 우승후보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짜임새있는 팀이다. 선수 대부분이 '아기자기한 야구'를 할 줄 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꿰한 '변화'가 성공을 거둔 덕이다. 정 감독은 "성영훈 졸업 후 '에이스'라고 내세울만한 투수가 없다. 기동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훈련량을 늘려가는 동안 선수들이 '빠른 야구'를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하남직 기자 [namjik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