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름철 보양 음식이다. 특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 하순부터 말복까지 약 50일은 하루하루가 '삼계탕 데이'일 정도로 삼계탕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삼계탕은 조선시대까지 발간된 요리서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개화기 이후 탄생한 음식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백숙에 인삼(수삼)을 넣어 끓인 것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도 추정할 뿐이다.
또한 원래 이름은 계삼탕이었으나 인삼이 대중화되고, 특히 외국인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면서 삼계탕으로 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려인삼에 열광한 일본인 삼계탕의 대중화에는 일본인들도 큰 힘을 보탰다. 1970년대 밀물처럼 들어오던 일본인 관광객이 '고려인삼'이 들어간 음식, 즉 삼계탕을 즐겨찾으면서 이들을 겨냥한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삼계탕을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로 소개했고, 중국 영화감독 장예모는 '진생 치킨 수프'라 부르며 한국을 찾을 때마다 즐긴다고 했다.
삼계탕 명가 대부분 서울 등 대도시에 몰려 있다. 가장 오래된 삼계탕 전문점으로 꼽히는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고려삼계탕(1960년 개업)을 비롯해 장안삼계탕(1971년·서울 중구 북창동)·강원정(1978년·서울 용산구 원효로)·토속촌(1983년·서울 종로구 채부동), 풍기삼계탕(1980년·경북 영주시 하망동)·금곡삼계탕(1989년·대구시 중구 공평동) 등이 유명하다.
이들의 삼계탕이 수십년동안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싱싱한 닭에 인삼·찹쌀·대추·인삼·통마늘을 넣고 푹 삶는다." 한결같은 답이다. 재료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커다란 솥을 이용해 수십마리를 미리 끓여놓은 후 주문이 있을 때마다 뚝배기에 한 마리씩 담아 다시 끓여낸다." 조리법 역시 비슷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삼계탕 끓이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땅콩 등을 갈아넣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높인다든지, 감초 등 가벼운 한약재로 거친 맛을 달래는 등의 자신만의 맛내기 노하우에 대해선 입을 꼭꼭 닫았다. 대신 "온갖 정성을 들여서 끓인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나름대로 수십년 이어올 수 있는 요인으로 화려한 실내 분위기가 한몫한 곳도 있다. 대구 중심가에 자리잡은 금곡삼계탕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시킨다.
사실 1989년 개업하기 전까지 이곳은 '아비뇽'이란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기둥, 고풍스러운 식탁과 의자 등 모든 소품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모습 그대로다. 그런가 하면 원효로의 강원정은 재료가 떨어지면 곧바로 문을 닫는다.
한 번에 준비하는 양은 약 100마리. 여기에는 사장의 고집이 작용했다. 더 이상 준비할 수 있지만 자칫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리다가는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30년째 닭을 삶고 있는 경북 영주시 풍기삼계탕의 이영자(61) 사장은 "그 동안 한약재를 넣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지요. 그런데 나부터 냄새나 색깔이 싫었어요. 손님은 말할 것도 없죠. 역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계탕 1인분 가격은 9000~1만3000원 수준이다. 서민음식이면서도 한끼 식사로 지불하기엔 조금 버거운 금액이다. 하지만 업소측에서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일부 업소에서는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그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하는 닭고기는 보통 5~7주 정도 키운 것으로 무게는 450~600그램 정도인데, 들여오는 가격이 마리당 3000원 내외라고 한다.
여기에 4년근 인삼·대추·밤·마늘 등이 더해지는 한편, 인건비·관리비 등을 합하면 남는 것이 없는 장사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게다가 성수기에 들어가면서 닭고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도 많이 올라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지만 마진 폭은 상당 부분 줄었다고 한다.
웅추를 아시나요? 웅추(雄雛). 우리말로 풀어쓰면 병아리 수컷이다. 구체적으로 부화한 지 50일 정도딘 토종 수탉. 유명 삼계탕집에서 쓰는 닭이 바로 웅추다. 웅추는 90일을 지나면 벼슬이 커지고, 색도 변한다. 그 전까지는 흰색을 유지, 육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삼계탕용 웅추는 도축한 후 머리·다리를 떼내고 내장을 빼도 500g을 넘기지 않는다.
4~5주 키우면 1㎏ 내외까지 무게가 나가는 '육계', 삼계탕용으로 개량한 '백세미' 등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키울뿐 아니라 수컷 특유의 활동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게가 덜 나가는 대신 살은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다.
삼계탕 전문점에 웅추를 납품하는 이동표(49) 세양유통 대표는 "백세미는 삶은 후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살이 흐물흐물해져 맛이 떨어진다. 반면 웅추는 쫄깃함이 오래 간다.
이같은 이유로 장안삼계탕·고려삼계탕·토속촌·백제삼계탕 등 수십년 된 삼계탕 전문점은 대부분 웅추를 고집한다. 최근 생긴 업소 가운데 웅추를 선택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일정하다. 수요가 많지 않을뿐 아니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아 가격 변동폭이 심하면 사육 농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업자가 위탁 사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량 유통되는 백세미는 시세에 따라 일주일에 두 세 차례 가격이 변동하기도 한다. 특히 삼복을 앞둔 요즘은 시세가 일년중 가장 높아 웅추의 가격을 웃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