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민의 술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골프장의 베스트셀러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막걸리 하면 떠 올렸던 '유쾌하지 않았던 냄새' '머리 아픔' 등 등의 아픈 추억은 사라지고 상큼 발랄한 아가씨들의 트랜드 술, 파티 주로도 사랑받고 있다.
막걸리는 협동조합 형태로 제작, 유통되지만 전통주 제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국순당(www.ksdb.co.kr)이 '전통속의 새로움'을 내걸고 연구개발-제조-유통에 뛰어들어 판도 변화는 물론이고 시장 규모가 발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막걸리 신드롬
특정 종류의 술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은 21세기 들어서이다. 이전까지는 우리 국민이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나라는 통계학적 의미가 강조됐을 뿐이다. 20세기 마지막 무렵 와인이 사람들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와인 열풍이 불었다.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와인애호가 세계는 그 폭과 깊이를 나날이 더해갔다. 소믈리에(와인감별사) 등의 용어를 알아야만 대화에 끼어들 정도까지 됐고 와인교실이 이 곳 저 곳에 문을 열었다.
일본 미곡주인 사케도 비슷한 시기 와인 열풍보다는 폭과 깊이가 덜하지만 잘팔리는 시장을 당당하게 형성했다. 와인과 사케 열풍이 식어갈 무렵인 지난해 막걸리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 2009년들어 대 폭발을 일으켰다.
쌀로 빚어 입에 감기는 맛을 유지해왔던 막걸리는 60년대 쌀절약책의 하나로 밀가루로 제조하면서 부터 특유의 맛을 잃어 버렸고 카바이트 숙성에 따른 두통을 야기한 불량 막걸리로 인해 최고자리를 내 놓고 한참을 뒤로 물러 앉았다.
이 후 쌀 막걸리 시판이 다시 허용됐지만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장년 층에 국한돼 있고 마케팅 활동도 미약해 좀 처럼 예전 세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순당 등이 젊은 층도 반할 새로운 공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한편 매력적인 포장, 유통방법을 사용하자 인기품목이 됐다. 여기에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호텔에까지 막걸리가 모습을 내 밀었다.
인기 현장
국순당에 따르면 '샤워장에서 아는 사람 3명이상 만나지 못한다면 인간관계를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을 만큼 가장 많은 골퍼들이 찾는 골프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레이크 사이드를 비롯해 아시아나, 신원, 웨스트파인, 동양, 뉴스프링빌, 에덴블루, 비전힐스, 신라, 블루버드, 파인스톤, 몽베르 등 수도권 주요골프장이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태광CC 권승중 식음료 담당과장은 "캔막걸리를 중심으로 인기가 대단하다"면서 이 추세라면 곧 캔 맥주 의 절반가량이던 판매량이 엇 비슷한 수준까지 올아 올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크사이드 유진선 과장도 "그늘집에서만 캔 막걸리를 판매했으나 찾는 분들이 많아 클럽하우스에도 비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호텔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 4월하순부터 한식당 '무궁화'에 막걸리를 정식 아이템으로 올려 놓았다.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주류판매 물품에까지 막걸리가 등장했다.
또 지난 8월24일 열린 '2009년 공학 교육, 연구 국제학술회의'때 건배주(국순당 생막걸리)로까지 선정됐다.
국순당 측은 2009년 여름 막걸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철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났다고 했다.
인기 비결
웰빙바람 등 몇가지 요인이 있지만 골프장에까지 등장하게 된 배경은 국순당이 시도한 '발효제어억제기술'의 공이 숨어 있다. 막걸리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몸에 좋은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있는 생막걸리의 경우 냉장 유통을 해도 유통기한이 10일을 넘기기 힘들다.
국순당 연구진은 효모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샴페인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한 발효제어억제기술로 막걸리 생산에 성공, 유통기한을 3배 가량 연장시켰다.
지난 5월12일 첫 선을 보인 '국순당 생 막걸리'는 10도 이하 냉장보관(콜드체인 시스템)시 유통기한을 30일로 늘렸다. 그 결과 발효시 생성되는 탄산의 시원함과 막걸리 특유의 새콤함을 오랫동안 맛 보게 됐다. 유통기한이 짧아 막걸리 취급을 기피했던 곳은 물론이고 냉장보관에 따른 시원함으로 인기가 더해지자 골프장, 호텔까지 막걸리를 외치게 돼 출시 100일만에 100만병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양한 막걸리
지난 2004년 285억원을 들여 강원도 횡성에 막걸리 제조공장을 만든 국순당은 이 곳을 중심으로 일반 막걸리와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일반 막걸리는 살균처리해 유통기한이 6개월인 쌀 막걸리와 신공법을 이용해 만든 생막걸리가 있다.
프리미엄은 국내산쌀과 인삼으로 빚어 아미노산이 풍부한 미몽, 캔 막걸리(국순당 쌀막걸리), 전통주 복원 차원에서 빚어 걸쭉한 이화주가 있다. 이화주의 경우 고급 음식점에서 1만원 이상의 고가로 팔리고 있다.
막걸리의 영양학
막걸리는 1.9%의 단백질과 10가지 이상의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B군, 이노시톨, 콜린을 함유하고 있으며 0.5%~1% 가량의 유기산이 생산한다. 이는 혈당 감소를 막아주고 알코올성 간경화, 영양실조 예방효과로 이어진다.
또 효모작용으로 고혈압 예방, 피부미용 효과와 함께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를 막아준다. 패트병 1병(750ml)당 375Kcal로 속을 든든히 채워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