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9일 광주구장에서 치러진 2009 프로야구에서 KIA를 3-1로 꺾고 정규시즌 선두 싸움을 안개 속에 빠뜨렸다. 2000년 창단 이후 타이 기록인 11연승을 거두며 1위 KIA와의 승차를 한 게임으로 줄였다.
일주일 전인 2일까지 KIA는 SK에 여섯 게임 차로 앞서 있었다. 한국시리즈 직행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SK가 연승을 이어나간 반면 KIA는 3일 대구 삼성전부터 올 시즌 최다인 5연패 늪에 빠졌다. 김성근 SK 감독은 2연승을 거둔 직후인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우리가 5연승하고 KIA가 5연패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KIA는 11경기, SK는 9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현재 두 팀은 나란히 72승을 기록 중이다. '승률이 같으면 승자승' 원칙에 따라 남은 경기에서 KIA는 SK와 최소 같은 승수를 따내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KIA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SK에 10승 2무 7패로 앞서 있다. 반면 SK는 KIA보다 1승이라도 더 하면 1989년 전·후기리그제 폐지 이후 최초로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 대기록을 세운다. 11연승 주인공은 정근우(27)였다.
9일 KIA전. 정근우(27)는 광주구장 1루쪽 KIA 라커룸 앞에 서 있었다. 국가대표 후배인 KIA 외야수 이용규를 만날 일이 있었다. 정근우에게 "몸은 어떠냐"고 물으니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아파요"라고 했다. 전날 정근우는 KIA 서재응과 오준형의 공에 몸을 두 번이나 맞았다. 유니폼 아래 맨등은 실밥자국이 난 채로 시커멓게 부어 있었다.
공에 맞은 부위만 문제가 아니었다. 정근우는 시즌 내내 허벅지와 발목이 좋지 않다. 이날은 경기 전 진통제까지 먹었다. 정근우는 "아팠지만 오늘은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힘든 경기엿다. KIA 선발 구톰슨의 호투에 밀려 SK는 5회까지 딱 한 번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0-1로 뒤진 6회초 정근우는 구톰슨에게 장외로 날아가는 역전 좌월 투런 홈런을 날렸다. 직구를 노리던 정근우에게 시속 141km까지 싱커가 높은 코스로 들어와 버렸다. 정근우는 "이를 악물고 플레이를 했다. 그러니 이상하게 마음이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정근우는 선발 3번 타자로 출전했다. 11연승 기간 동안 팀 타순의 핵심인 3번은 정근우의 몫이었다. 원래 정근우의 타순인 1번은 출루와 도루가 중요하다. 3번은 점수를 내야 하는 포지션이다.
상·하위가 고른 SK 타선이지만 시즌 내내 고민은 중심 타선이었다. 쇼다 고조 타격 코치는 박재홍을 1번으로 돌리고 정근우를 3번으로 넣은 타순 변경에 대해 "중심 타순에 누구를 세울 것인가가 고민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그 중심으로 정근우가 선택됐고 정근우는 기대 이상을 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