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대호는 몇 타석이나 남았나요?" "7회초가 막 끝났으니 9회 한 타석만 남았습니다." "거, 참."
박종호(37·LG 2군 인스트럭터)는 자기 일처럼 입맛을 다셨다. 15일 광주구장 KIA전에서 롯데 이대호가 홈런을 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막 들은 참이었다.
프로야구에서 박종호는 '연속 경기'와 관련된 기록의 대명사다. 2003년 8월 29일 수원 두산전부터 2004년 4월 21일 수원 현대전까지 39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작성했다. 두 시즌 동안 현대와 삼성, 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이뤄낸 이 기록은 아직 프로야구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종전 롯데 박정태의 31경기 연속 안타를 8경기나 연장한 위업이다.
박종호는 "선수라면 기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압박감이 오면 한 경기, 한 경기가 긴장됩니다. 그렇게 경기를 치렀죠"라며 2004년을 회상했다. 이어 "이대호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소속팀인 롯데가 한창 4강 싸움 중이라는 게 대기록 달성의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도 했다.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한 때이니 개인 기록만 신경쓸 수가 없어요.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경험도 있다. 프로 감독들은 대개 4월 승부에서 밀리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다는 여긴다. 여기에 2004년은 박종호에게 이적 첫 해였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어요. 기록을 의식하게 된 건 30경기째였을 겁니다. 하지만 '기록을 최대한 늘리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결국 39경기에서 멈췄죠."
박종호는 이대호에게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를 빛낼 수 있는 타자가 됐으면 한다"고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축하했다.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박종호는 현역 시절 근성과 단단한 몸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3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끝난 뒤 몸살에 걸렸다. 박종호는 "기록이 일단 끝나면 긴장이 풀어지며 몸에 탈이 납니다. 슬럼프가 올 수도 있어요"라며 후배의 선전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