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몸 잘 만들어놓아야 해요."
류현진(23·한화)의 한 마디에 송은범(26·SK)은 깜짝 놀랐다. 어리게만 봐왔던 후배. 류현진은 대한민국 에이스답게 듬직했다. 송은범은 "든든하더라. 현진이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으니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걱정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은범은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동산고 시절이던 2001년(아시아청소년선수권)과 2002년(세계청소년선수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프로 입단 후 번번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프로야구서 늘 마주치는 얼굴이지만 아직은 낯설음을 지울 수 없었다. 긴장을 풀어준 이는 동산중·동산고 3년 후배 류현진이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시상식에 참가하느라 25일 대표팀 소집에 늦은 류현진은 호텔서 송은범을 발견하자마자 "아직 저녁도 못 먹었다. 밥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후배의 속을 든든하게 해주고 싶었던 송은범은 "밖에서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숙소에서 먹자. 몸 잘 만들어놓아야 한다. 밖에 나가면 피곤하기만 하다"고 손을 내저었다.
송은범은 "현진이 정도면 욕심이 없을 줄 알았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WBC 준우승의 주역 아닌가. 그런데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의욕이 강하더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서 동메달에 그친 아픈 기억 탓이다. 송은범은 "현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도하 때의 일을 수 없이 이야기 한다. 후배지만 정말 배우고 싶은 선수다"라고 밝혔다.
사실 류현진은 송은범을 보면서 성장했다. 송은범은 고교 2학년 때부터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140㎞대 후반의 묵직한 공으로 주목받았고, 2003년 SK에 1차지명 됐다. SK는 송은범에게 계약금 4억원을 안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은범도 류현진을 주목했다. "왼손으로 던지고, 오른손으로 치는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류현진이었다. 신기해서 쭉 지켜봐왔는데 나중에 동산고 에이스가 되어 있더라."
시간은 또 흘렀고, 3년 터울의 동산고 에이스들은 대표팀에서 만났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