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빠른 출발로 2~3위권을 형성했던 계명의빛은 4코너 후 뒷심을 발휘하며 선두를 꿰찬 뒤 2위마를 약 27m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KRA한국마사회 제공
진정 마칠인삼(馬七人三·경주마의 능력 70%, 기수 능력 30%가 경주결과를 결정짖는다는 의미)인가.
지난 28일 일요 7경주로 펼쳐진 1700m 경주에서 다시 거론된 해묵은 질문이다. 이 경주에 출전한 계명의빛(국산 3세 암말)은 경주마의 능력에 비해 기수의 지명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인기순위 2~3위권으로 밀려났다. 지난 7월 출전 후 2개월 가량 외부휴양을 다녀왔고 9월 복귀전에서 3위, 직전경주에서는 2위마와 8마신(약 20m)이란 큰 거리차로 우승한 전력만 감안하면 비록 승군전이라 하더라도 우승후보로 여기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적임기수였던 문정균 기수 대신 지난 주 열린 브리더스컵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한 부산경남경마장의 유현명 기수가 고삐를 잡았다는 이유로 우승기대감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빚나갔다. 계명의빛(단승식 3.9배)은 새로운가문(2.8배) 니케세븐(4.4배) 등을 무려 11마신차(약 27m)로 따돌리며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때문에 쌍승식 27.3배(복승식 15.7배)란 만만찮은 배당도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이번경주는 경주마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리한 페이스에 휘돌리지 않고 경주마의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한 유현명 기수의 노련한 말몰이가 우승의 주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또 굳이 선행이 아닌 선입작전을 펼쳐도 입상했던 계명의빛의 과거 전적을 감안하면 계명의빛의 우승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해줄 수 있었던 경주였다. 계명의빛은 퇴사한 노던워리워, 36조 마방에 속해있는 롱런챔프와 동일한 혈통으로 한층 더 힘이 차는 내년에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영열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