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29)가 오프시즌 타이틀까지 따낼 수 있을까. 연봉조정신청에서 승리한다면 2010년 따낸 개인타이틀 7개에 또 하나의 영광을 더하는 셈이다.
이대호는 지난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했다. 현재로서는 이대호(요구액 7억원)와 롯데(제시액 6억3000만원)가 조정 예정일인 20일 이전에 타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대호는 "요구액을 변동할 생각이었다면 조정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고, 배재후 롯데 단장은 "금액 변동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대호가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고 맞섰다.
가능한 도전이다?역대 연봉조정신청에서 선수-구단간의 전적은 일방적이었다. 최종 조정까지 간 경우는 총 19차례. 그 가운데 2002년 유지현(LG)만이 이겼고, 나머지 18차례는 모두 구단제시액대로 결론났다. 선수 입장에서는 승률 5.26%의 싸움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2002년 유지현의 승리로 '선수도 이길 수 있다'는 전례가 만들어졌고, 이후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KBO는 유지현의 승리(2억2000만원)를 발표하면서 "구단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구단의 '전승 기록'이 깨진 단 하나의 사례로도 향후 연봉조정신청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2003년 이후 연봉조정은 총 8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KBO의 조정까지 간 경우는 지난해 롯데 이정훈(7200만원·구단제시액)이 유일했다. 나머지 7명은 조정을 중간에 취소했다.
KBO 관계자는 "조정 중 취소한 경우는 모두 선수가 이긴 경우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연봉조정신청에서 표면적 전적은 여전히 구단 우위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선수가 승기를 빼앗아온 셈이다.
이겨도 걱정이다?지금까지 연봉조정신청에서 진짜로 승리한 선수는 없었다. 조정에서 진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이기더라도 결국 이긴 게 아니었다.
2002년 유지현은 꼼꼼하고 정확한 자료를 제출해 연봉조정신청에서 처음 승리하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괘씸죄에 걸려 이후 선수 생활이 평탄하지 못했다. 2003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1년 계약에 그쳤고, 이듬해 쓸쓸히 은퇴했다. LG의 간판치고는 뒷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조정취소가 된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마해영은 1년 후 FA가 돼 KIA로 이적했다. 2009년 조정신청을 냈던 박한이도 이듬해 원소속팀 삼성과의 FA 협상이 힘들었다. 정원석은 두산에서 방출돼 한화에서 뛰고 있다. 이정훈 역시 지난해 말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대부분의 경우, 선수는 약자였다. 그러나 이대호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기량이 최전성기에 있고, 올시즌 뒤 FA가 되면 해외진출도 가능한 선수다. 이번에 이대호가 이기면, 연봉조정신청에서 최초의 '진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