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야 할 선수가 앞에서 뽑혔습니다.”
왜 키 큰 선수를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강을준 창원 LG 감독은 이 말부터 했다.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LG는 지난달 31일 열린 2011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려대 가드 정창영(1m93㎝)과 명지대 포워드 안정환(1m91㎝)을 뽑았다. 수준급 빅맨이 없어 매 경기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LG 팬들이 “골 밑을 왜 강화하지 않았느냐” “가드 왕국을 만들고 있다”며 들고 일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재 LG 홈페이지는 강 감독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된 상태다.
강을준 감독은 “원래 높이를 보강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명 순서가 뒤처지는 바람에 점 찍어둔 선수를 놓쳤다”고 말했다. LG가 원했던 중앙대 오세근(2m), 최진수(2m2㎝), 고려대 유성호(1m99㎝), 단국대 김현민(1m99㎝)은 앞에서 다른 팀들이 지명한 뒤였다. 최고 5순위까지 내다볼 수 있었지만 운이 나빠 8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LG는 동국대 김동량(1m98㎝)과 성균관대 방덕원(2m7㎝)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이에 대해 강을준 감독은 “김동량은 KCC 하재필과 비슷한 체격이다. 프로 오면 몸싸움에서 밀리는데다 외곽슛이 부정확해 상무에서 전역하는 송창무(2m5㎝)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방덕원은 심장이 안 좋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건강하다면 1라운드에서 다른 팀들이 다 뽑지 않았겠느냐”고 둘을 포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량이 김현민이나 유성호에 비해 처지는 점에 대해선 “3점슛 능력이 떨어져 스몰포워드를 소화할 수 없는 게 큰 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신 뽑은 선수가 가드 정창영과 포워드 안정환이어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LG는 전형수, 변현수, 김현중, 박형철 등 지금도 가드가 즐비하다. 조상현과 강대협 등이 버틴 슈터도 취약 포지션은 아니다.
강을준 감독은 그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높이를 보강하지 못할 바엔 공을 다룰 줄 아는 타짜가 낫다고 봤다. 정창영은 박형철과 포지션이 겹치긴 하지만 운영 능력이 뛰어난데다 장신이다. 웬만한 포워드에 꿀릴 게 없다. 안정환은 매 경기 기본으로 3점슛 6개는 터뜨리는 슈터다. 둘 다 농구를 알고 하는 아이들이다”고 말했다. 빠른 농구에 대한 열망도 둘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는 “우리 팀은 알렉산더가 리바운드를 잡아도 속공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승호와 변현수를 빼면 체력과 스피드가 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인데, 두 선수가 투입되면 농구가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는 내년 시즌에도 높이가 최대 고민거리다. 한정원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고, 이창수는 은퇴가 확실시된다. 송창무가 입대하기 전과 비교해 향상된 기량을 보이지 못한다면 골 밑의 약점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 수준급 빅맨이 없어 힘들어하는 문태영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강을준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강 감독은 “다른 구단은 잘 뽑았는데 LG만 데려오고 싶은 선수를 못 데려왔다. 계획은 빅맨을 뽑고 슈터 한 명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이제 빅맨은 FA로 잡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