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퀸’이 탄생했다.
섹시한 드레스 대신 헤드기어와 권투장갑을 걸친 배우 이시영(29)이 사각링에서 울었다.
17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kg급(2분 4라운드) 결승전에 출전한 이시영은 가뿐하게 우승을 차지한 후 펄쩍 뛰어오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취재진의 플래쉬 세례가 부담스러운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를 피했지만 '한 마디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결국 눈물을 닦으면서 "무척 기분이 좋고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실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나한테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복싱을 계속 할거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이날 이시영은 자신보다 13살 어린 순천 청암고 1년생 성소미와 맞붙어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 1회전부터 저돌적으로 파고들며 점수를 따더니 2회에서는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리를 재면서 기회를 살피다가 상대가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긴 팔을 이용해 스트레이트를 찔러넣었다. 소나기 펀치를 퍼부으며 두 차례 스탠딩다운을 빼앗은 끝에 기권승을 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동급 출전자 중 최고령이지만 다년간 운동을 해온 10대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기량을 보였다.
현장에 있던 복싱관계자들도 연신 "이시영 화이팅"을 외쳤다. 인기없는 종목으로 전락했다가 오랫만에 관심이 집중돼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시영의 복싱스승인 홍수환 관장은 경기 시작전부터 끝까지 이시영을 독려하면서 세심하게 경기요령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이시영은 48kg급 우승에 이어 여자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복싱 경기를 끝낸 이시영은 31일 개봉하는 영화 '위험한 상견례'의 홍보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안동)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