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 '우승 청부사'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56) 감독의 별명들이다. 1995년 11월 삼성화재 창단 감독을 맡아 이번 시즌까지 17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슈퍼리그 8연패, 2005년 프로 출범 후 V리그 7회 중 5회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15회 중 13회 우승.
2010~2011 시즌만큼은 힘들다는 예상을 보란듯이 깨고 신 감독은 또다시 삼성화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태웅의 이적, 석진욱·손재홍의 부상 등 지난해 주전 중 3명이 빠졌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왔다. 그는 선수들에게 기술보다 정신을 더 중요시한다. 아침 7시 식사 등 성실, 선후배간의 예의, 자발적인 훈련 등 삼성화재만의 문화를 만들어왔다. 신 감독은 "시즌 도중 최하위에 처졌지만 우승을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삼성화재 DNA가 있어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라운드 최하위였을 때, 매일 새벽 6시반 기상, 러닝 훈련을 했다. 정신력이 기량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솔직히 시즌 도중 새벽 훈련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훈련이 아니라 다 같이 모여서 가볍게 러닝을 하거나 스트레칭, 체조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위기에서 선수들에게 전화점을 마련하고 단합을 강조한 것이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삼성화재만의 문화, DNA를 강조했다. 어떻게 만들어왔나. "프로 선수들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게 하고, 스스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선수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감독 내공이 부족했다. 중·고생에게 하는 방법이었다. 3년 전부터 나 스스로 반성했다. '이런게 아니구나. 선수들이 스스로 하고 싶어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코치에게 단체 훈련 외에 개인 훈련은 시키지 않았다. 단, 선수가 스스로 훈련을 하고 싶다면 도와줘라고 했다. 선수가 받아들일 자세가 안되면 짜증만 낸다. 본인이 '이것이 재미있네, 저것이 되네' 이런 자세로 해야 한다. 큰 경기에서 전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항상 반복해 왔다. '네가 어떤 것을 선택할지 생각해봐라. 너희들 스스로 만들어가라'고 했다.
-삼성화재의 문화는 무엇인가. "삼성화재의 팀 문화는 부족하면 꾸준히 훈련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성실, 예의, 기본 등을 강조한다. 스태프와 선수가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고, 선수들은 매일 아침 체중을 단다. 17년전부터 해온 것이다. 체중은 컨디션 관리의 지표다. 갑자기 몇 kg 늘어나면 전날밤 소주에 감자탕 먹고 들어온거다. 삼성그룹 스포팀들이 모여 있는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우리 배구팀이 제일 먼저 아침 식사를 한다. 숙소 방은 깨끗해야 한다.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 그래야 운동도 잘 한다. 입단한 선수들이 처음에 낯설어하지만 조금 지나면 적응한다. 챔프전을 앞두고 고희진이 신으뜸에게 깜지를 지시한 것도 삼성화재 문화로 가능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정신력 등을 강조하면서 격언이나 경구를 전해줬는데, 그러려면 책도 많이 읽었을 것 같다. 주로 어떤 책을 읽는가. " 평소 중국 고전을 즐겨 본다. 손자병법은 수차례 읽었다. 미국의 농구코치, 미식코치가 쓴 책도 보고 최근에는 '승부뇌'라는 책을 읽었다. 메일로 좋은 글귀들을 받아보기도 한다. 고전과 이런 책에서 얻은 글을 선수들에게 말해준다. 훈련계획서를 선수들에게 줄 때 2~3장씩 붙여서 늘 준다. '1번만 읽어도 종이값 이상 나온다'말한다. 배구만 하고 살 인생 아니니깐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다."
-삼성 독주로 인해 배구 발전이 없다. 몰빵 배구 재미없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내가 해야 할 것은 우리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감독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 팀의 우승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팀 감독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시즌 중 삼성화재가 꼴찌로 떨어져 있을 때 아무도 우리팀 욕하는 소리가 없더라. 우승하니 또 그런 소리가 나온다. '몰빵 배구'는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워서 하는 말일거다. 하지만 지도자, 전문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바보같은 소리다. 배구는 팀 구성원에 따라 달라진다. 팀 플레이다."
-삼성화재를 맡은 뒤 가장 힘들었던 시즌은 올해였나. 고희진과 여오현이 은퇴할 때, 삼성화재가 평범한 팀이 될거라는 의견이 있다. "갈수록 부담이다.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면서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지 못했다. 우리캐피탈이 창단 후 2년간 우선권도 가져갔다. 트레이드도 어려우니 걱정이 많다. (고희진과 여오현 은퇴 이후) 당연하다. 지금부터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하든 단단하게 만들어야한다."
-삼성그룹 내 4대 프로스포츠단에서 배구를 제외한 야구·축구·농구 3개팀 감독이 다 바뀌었다. 시즌 중간 최하위를 할 때, 구단의 압박이나 부담감은 없었는가. "어떻게 꾸려야 하나, 올해 한 해를 보고 하느냐, 멀리 보고 해야 하나 등 생각은 많았다. 자부심과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책임감이 있다. 창단 감독으로 삼성화재라는 팀을 만들어 온 자부심이 상당히 있다. 우리 팀은 듀스와 풀세트 등 중요한 순간에 잘 지지 않는다. (구단의 압박) 그런 것은 없었다. 감독이 그런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임도헌 코치가 감독님을 향해 조조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임 코치가 그러더라. 농담으로 '별로 안 좋은 의미 아닌가. 난 유비라고 생각하는데'라고 웃었다. 임 코치가 '조조가 최근 재조명을 통해 영웅으로 평가받는다. 사여러 의미로 감독님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 사람을 다루는 것, 팀을 이끄는 것 등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는 것 같더라. 어쨌든 좋은 의미로 말한다고 하니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코치가 감독에게 안 좋은 말을 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박철우를 보는 시각은 어떤가. 또 딸과 교제중인대 사위감으로서는 언제쯤 진지하게 생각할 것인가. "실력은 기본이 있는 선수다. 아직 삼성화재식 배구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 막내로 오래 지내서인지 성격이 여리다. 에이스면 에이스 기질을 가져라고 해도 여전히 막내같은 행동을 한다. 변해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더 잘 하도록 혹독한 훈련을 시킬 것이다. 강한 훈련 외에는 없다. 결혼? 딸이 결정할 것이다. 성인이니 자기가 판단해서, 나한테 이야기하면 그때 진지하게 생각하겠다. (올해 결혼?) 그쪽 집안과 정식으로 만난 적도 없다. 아직 철우가 군대도 안 갔다. 올해 결혼시킨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애들 판단을 존중한다. 자기네들이 알아서 잘 하지 않겠나."
-지난해 가빈과 재계약을 할 때, 아파트 독립과 점유율을 낮춰주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어떤 혜택을 줄 생각인가.(신 감독은 우승 다음날 10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외국인 선수 가빈과 저녁 식사를 하며 가빈을 챙겼다) "가빈에게는 너무 고맙다. 고생도 많이 했다. 내가 점유율을 못 낮춰줬다. 가빈이 '시즌 후에 또 대표팀 감독을 할거냐'고 묻더라. 작년에 대표팀 감독을 하느라 팀 훈련을 충실히 시키지 못했다. 올해는 선수단 훈련을 제대로 시켜 덜 고생하게 할거라고 말했다. (이적?) 가빈을 믿는다. 항상 코트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우리 선수들에 대한 신뢰다. (재계약을)큰 어려움없이 할거라 생각한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