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현장메모] KBO 비공인 배트 검사 ‘비공인 배트는 NO!’
"타자가 아웃이 되는 건 아니지? 천천히 보고 가세요."
박종훈(52) LG 감독이 선수들의 배트를 검사하고 있는 추평호 심판에게 농담을 건넸다.
추 심판은 "아웃이 되지는 않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한 뒤 LG 선수들의 배트를 유심히 살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심판진에게 "부정배트와 비공인배트가 있는지 검사하라"고 했다.
30일 인천 SK-LG전 대기심으로 나선 추 심판은 양팀 더그아웃을 돌며 배트 가방을 열었다. 그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오늘 양쪽 더그아웃에서도 부정배트·비공인 배트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O에 '비공인 배트' 경각심을 심어준 사건은 27일 대전에서 일어났다. 한화 한상훈이 들고나온 배트에 대해 LG 포수 심광호가 "비공인 배트다"라고 주장했고, 심판진은 심광호의 어필을 인정했다. 당시 한상훈의 배트는 KBO 공인마크가 없는 'American's bat'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쓸 수 있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비공인'된 배트다. 한화 외국인선수 가르시아가 선물한 것을 무심코 들고 나온 한상훈은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KBO 인증마크가 있는 배트로 타격을 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송진가루 등의 이물질이 묻거나, 코르크 등의 이물질이 삽입된 배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상훈이 그 배트로 안타를 기록했다면,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야구규칙은 1.10(C)에서 '심판원은 타자가 사용한 방망이가 규정에 어긋났다는 사실을 타격 중 또는 타격 종료 후에 발견하더라도 타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거나 타자를 경기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KBO 심판진도 "부정 배트가 아닌 인증되지 않은 배트의 경우에는 규칙대로 한다. 타격이 끝나면 그걸로 인정하는 것이다. 항의가 나올 경우에는 배트를 교체한다"고 해석했다.
해프닝을 지켜 본 박 감독은 "예전에는 배트 제조사가 많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국내외에서 많은 배트가 들어오기 때문에 가끔 비공인 배트가 발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