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아다닌다더니 이름값 한 거 같아요."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W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난 뒤 인터뷰를 마친 현대제철 공격수 정설빈(21)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교와 현대제철의 대결은 대교의 우세가 점쳐졌다. 대교는 정규리그에서 19승1무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현대제철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힙겹게 챔프전까지 올라왔기 때문. 그러나 정설빈의 맹활약에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0-1로 뒤진 전반 26분 교체투입된 정설빈은 3분만에 동점골을 터트린 데 이어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 김경신의 패스를 받아 왼발슛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정설빈은 "교체돼 들어가기 전에 벤치에 앉아서 '오늘 내가 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골 넣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정말 골을 넣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문석 현대제철 감독도 "정설빈을 빨리 투입한 게 성공적이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정설빈의 원래 이름은 정혜인이다.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4강의 주역이기도 한 정설빈은 두 달 전 20년간 써온 이름을 개명했다. 지난 1월 전지훈련에서 어깨를 다쳐 3개월이나 재활을 하고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리는 걸 본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자꾸 다치니까 엄마가 이름을 바꿔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작명소에 가서 새로 이름을 받았어요. 문설주 설(楔)에 빈랑나무 빈(檳). 나무뿌리처럼 흔들림 없이 서라는 뜻이래요. 이 이름 쓰면 훨훨 난다고 했는데 이름값 했나봐요."
정설빈은 FIFA에 아직 등록명이 바뀌지 않아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까지는 정혜인이란 이름을 썼다. 그러나 '설빈'이란 이름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집에서는 물론 팀원들도 설빈이란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설빈은 경기가 끝난 뒤 사인을 요청하는 팬에게 '정설빈'이란 이름으로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정설빈의 어머니 공민주(49)씨는 "좋은 인연을 만나 좋은 이름을 얻고 경기까지 잘 해서 기분이 좋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2009년과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그만큼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갈증이 크다. 정설빈은 "만년 2위 팀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꼭 1위가 되겠다"며 2차전 승리를 다짐했다. 대교와 현대제철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29일 오후 7시 충북 보은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