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추진 중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유치 경쟁이 붙었다.
인천광역시는 지난달 21일 KBO에 공문을 발송하고 명예의 전당 건립 의사를 밝혔다. 125억원을 들여 문학구장 외야석 뒤 편에 4층 건물을 지어 야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야구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수 LNG지구 일대에 정규규격 및 리틀구장을 확충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부산광역시도 지난달 29일 KBO에 유치제안서를 보냈다. 사직구장 주차장 부지에 3층 건물을 지어 명예의 전당으로 활용하고, 운영비도 일정기간 시에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운영비는 인근에 상업시설을 유치해 그 수익으로 충당한다. 공문에는 명예의 전당 건립비가 75억원으로 돼 있지만, 허남식 부산시장은 최근 담당자에게 "건립비를 100억원까지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서울특별시도 잠실구장 지하를 명예의 전당 부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KBO에 전달했다. 단 리모델링 및 운영 비용은 KBO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인천은 '한국야구발상지'라는 점을 어필한다. 공식적으로 한국 최초의 야구 경기는 1906년 3월15일 훈련원 마동산에서 열린 황성기독교청년회(YMCA)와 덕어학교의 경기다. 그러나 1899년 개항지 '인천에서 일본인들이 야구 경기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부산은 최근 3년 동안 프로야구 관중 23%를 유치한 '야구도시'라는 점을 앞세운다. '유치제안서'에는 인천을 의식한 듯 "기록은 없지만 1900년 이전에 부산에서도 야구 경기가 열렸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와 함께 "고(故) 최동원을 떠나보내며 그를 기리고 기억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점을 부산 시민이 인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KBO는 오래 전부터 명예의 전당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호응이 적어 무산됐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연내에 명예의 전당 부지를 확정한다는 게 구본능 총재의 의지"라며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점, 부산은 사직구장이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KBO는 경기용품·서적·트로피·영상 8000여 점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