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24·200㎝·안양 KGC인삼공사)과 김선형(23·187㎝·서울 SK), 두 명의 새내기가 2011-2012 프로농구의 '보는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
오세근은 올 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김선형은 2순위로 각각 지명됐다. 중앙대 동기인 둘은 매번 서로의 경기를 체크하면서 신인왕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고 있다.
오세근은 21일 현재 경기당 평균 15.88득점(국내 선수 4위), 8.00리바운드(국내 3위), 1.50블록(국내 2위)을 기록 중이다. 20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 후반에 오세근이 보여준 골밑 장악력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두 팀은 전반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오세근이 후반에만 18점·13리바운드를 올리며 골밑을 휘젓자 경기는 순식간에 KGC 쪽으로 기울어졌다. KGC는 장신 포워드 김성철·양희종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져 높이에서 빈틈이 생겼지만 오세근 혼자 모비스 빅맨들을 압도했다. 오세근은 이날 프로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인 24점을 올렸고, 15리바운드·3블록을 추가했다.
오세근과 현역 최고의 토종 빅맨 김주성(32·205㎝·원주 동부)의 맞대결은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1라운드 맞대결에서 오세근은 경기 막판 김주성의 노련미에 밀려 5반칙을 범하면서 파울아웃 당했다. 그러자 2라운드 맞대결 때는 보란 듯이 김주성 앞에서 덩크를 꽂아 넣었다.
이상범 KGC 감독은 "오세근은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선수가 아니다. MVP(최우수선수) 후보로 꼽힐 선수"라고 큰소리쳤다. KGC 김성철은 "오세근은 몇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김주성급 선수'다. 다른 선수와 쉽게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처럼 오세근은 테크닉과 안정감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팬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엔터테이너' 기질은 김선형이 조금 앞선다. 김선형은 놀라운 스피드로 상대 골밑을 파고들고, 비교적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덩크를 꽂아 넣는다. 승부처에서 배짱 좋게 시도하는 플레이도 볼 만하다.
김선형이 번개 같은 돌파를 할 때는 TV 중계를 하는 캐스터도 비명을 지를 정도다. 상대의 공을 가로채서 속공을 주도할 때는 수비 2~3명을 달고도 놀라운 스피드로 득점을 성공시킨다.
장지탁 SK 사무국장은 "SK에 주희정·김효범·변기훈 등 기존의 가드 자원이 많아서 과연 김선형이 자리를 잡을지 걱정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대행과 궁합이 잘 맞아서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요즘 '김선형 때문에 SK 농구 본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