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 프로농구가 3라운드 후반에 접어들었다. 눈에 띄는 현상은 '하위권 판도 변화'다. 9위 고양 오리온스와 10위 서울 삼성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오리온스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꼴찌를 지켜오다가 최근 삼성을 끌어내리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오리온스와 삼성이 김승현-김동욱을 맞트레이드한 이후다.
▶어렵지만 웃는 오리온스
오리온스는 이 달 초 김승현을 삼성으로 보내고 대신 김동욱을 받아왔다. 트레이드 직후인 지난 4일 오리온스는 삼성을 85-83으로 꺾고 삼성을 10위로 끌어내렸다. 12일 현재 오리온스는 삼성에 1경기 반 차로 앞선 9위다.
오리온스가 살아난 건 신인 빅맨 최진수가 '김동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김동욱이 상대 빅맨을 안정적으로 수비하기 때문에 공격시 최진수의 활동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처져있던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우지원 SBS ESN 해설위원은 최근 "오리온스가 영입한 김동욱 얼굴을 자세히 보면 추일승 감독과 아주 닮았다"며 웃었다. 약간 처진 눈과 깔끔한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가 판박이다. 하지만 추 감독은 이 말에 '발끈'했다. 그는 "내가 동욱이랑 닮았다니 가문의 망신"이라고 농담하면서 "선수들은 김동욱이 야구선수 이대호를 닮았다고 한다. 김동욱이 온 후 선수들끼리 자주 웃고 장난도 잘 치더라. 동욱이가 이적 초반 다소 위축된 모습도 보였는데, 오리온스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금세 밝아졌다"고 전했다.
▶벼랑 끝에 선 삼성
삼성은 11일 안양 KGC인삼공사에 져서 13연패에 빠졌다. 종전 팀 최다연패인 8연패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김승현이 지난 7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부터 출전하고 있지만 연패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으로선 악재의 연속이다. 포워드진의 핵심인 김동욱을 오리온스에 내준 뒤 포워드 이규섭이 다쳤다. 하필이면 김승현을 영입하기 직전 222㎝의 최장신 센터 피터 존 라모스를 기량미달로 퇴출했다. KCC 하승진은 "김승현과 라모스가 같이 뛰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새 외국인선수 아이라 클라크는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고, 빅맨 이승준은 외곽을 겉돌고 있어 골밑이 늘 불안하다. 공들여 영입한 김승현은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15일 잠실 홈에서 창원 LG를 만난다. LG는 김승현 트레이드 때 "김승현 영입계약은 우리가 먼저 해놨는데 성사 직전 틀어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팀이다. 13연패에 몰린 삼성으로선 껄끄러운 상대다. 삼성은 올 시즌 홈 11연패로, 아직 홈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