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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의 아무거나2] 건배사는 남들이 따라 하기 쉬운 한마디로
이번 한주간은 직장인들에게는 마지막 송년회의 불꽃 러시가 밤을 태우는 시기이다. 이건 애인 있는 사람이라 열외이거나 ‘고기가 싫어요.’ 라고 해서 빠질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송년회’ 주간이다. 1년 내내 잘하고도 왠지 연말 마지막 송년회 빠지면 그 조직 사람 아닌 것 같고, 뭔가 응가 후 뒤처리 안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쉽다.
'요즘 기업 문화가 바뀌어서 술자리 보다는 공연을 본 다던가 문화 행사를 즐기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라는 홍보실 언론 인터뷰 같은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홍보실 그 직원도 그 인터뷰 끝나고 삼겹살 송년회 하러 가지.
이상하게 송년회 술은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면 앞에서 평소보다 거창하고 의미심장한 건배사가 좔좔좔~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열외 되기 싫은 마음이랄까? 그러다보니 간부급은 간부급대로 고민이 많다. 뭔가 새로운 건배사를 내놓고 싶은 것이다.
몇 해 전 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삼행시 스타일도 많이 등장한다. 사우나!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같은 고전을 사용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건배사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잔을 들고 하나, 둘, 셋 하면 진달래라 외쳐 주세요!” 라고 운만 던진다. 누가 물어도 대답 안하다가 꼭 여직원이 뭔데요? 라고 물으면 “진짜로 달래면 줄래?”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앞에선 웃겨도 결국 뒤에서 욕먹는 성희롱 건배사다.
내가 가까이 지내는 노氏 형님은 꼭 사자성어를 쓴다. 택중유화 澤中有火 같은 뭔 뜻인지 모를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주례사를 방불케 하며 3연타로 등장하고 주례사만큼 긴 설명이 따른다. 알 잔이 잠겨 있는 폭탄주를 들고 듣고 있자니 손목이 아프다. 그러므로 연설이 긴 건배사님 말씀 하실 때는 정중히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눈은 마주보되 팔꿈치와 손목 사이를 테이블에 살짝 대고 있는 것이 좋다.
갑작스레 건배 제의가 들어 왔을 때도 당황치 마시라. 혹시 나보다 윗사람이 안 했는데 먼저 오면 미안하고 부끄부끄 한 척을 한껏 뽐낸 뒤 일어나서 겸손+성실+다짐=감사로 설정 할 것인지 웃음+깔깔+약간엉김으로 설정 할 것인지 캐릭터 잘 잡고 적절한 톤과 시선 안배로 좌중을 휘어잡은 뒤 멋지게 한 말씀하시길. 단, 마지막에 어정쩡한 건배나 위하여~를 피하고 자신이 외치면 남들이 딱 떨어지게 따라 하기 쉬운 한마디를 넣은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제가 일간 하고 외치면 스포츠~라고 따라해 주십시오!”
과음을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하고 추운데 택시 없는 길에서 얼다가 편의점에서 몸 녹이는 것을 반복하는 밤이 되지 않으시기를...그러다 몸이 과메기 됩니다.
암튼 간 잘 챙깁시다! 이번 송년회를 멋지게 넘기시면 곧 신년회가 줄줄이 사탕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