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6월,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는 미국 메릴랜드주 자택 뒷마당에 지적발달장애(자폐,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등) 어린이 50명과 자원봉사 고교생 50명을 모아서 체육행사를 열었다. 이것이 현재 스페셜올림픽의 모태가 된 '캠프 슈라이버'다.
6년 뒤인 68년 미국 시카고 솔저필드에서 제1회 스페셜올림픽대회가 열렸다. 77년에는 최초의 겨울 스페셜올림픽이 시작됐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 발달장애로 분류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올림픽 스타일의 스포츠 경기대회다. 신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과는 또 다르다.
'스페셜올림픽의 어머니' 슈라이버 여사는 지적장애를 앓았던 언니 로즈마리 케네디가 있었다. 사회사업가였던 슈라이버 여사는 2009년 작고할 때까지 지적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슈라이버 여사의 사위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3년 1월26일부터 2월6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제10회 겨울 스페셜올림픽이 열린다.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인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조차 "사실 내가 그랬듯이 많은 분들이 스페셜올림픽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던 것에 비하면 스페셜올림픽 개최 소식은 조용히 전해졌다. 그러나 스페셜올림픽은 세계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경쟁 이상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스페셜올림픽, 이름처럼 특별한 이 올림픽에 대해 알아봤다.
▶승리가 지상과제가 아니다
스페셜올림픽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몇 회 대회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육상 경기 도중 선수 한 명이 넘어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앞서 달리던 선수 중 한 명이 트랙 뒤로 다시 달려가서 넘어진 선수에게 손을 내밀더니 일으켜세워 함께 달렸다. 놀랍게도 나머지 선수들은 뛰다 말고 넘어진 선수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결국 이들은 손을 잡고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는 스포츠토토가 제작한 스페셜올림픽 홍보영상으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스페셜올림픽의 '지상 과제'는 승리가 아니다. 뛰어난 기록을 가진 선수만 참가하는 게 아니라 만 8세 이상으로 8주 이상 훈련받은 지적장애 선수는 누구나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장애 등급별로 비슷한 등급끼리 겨루고, 1~3위가 금·은·동메달을 따는 것은 올림픽·패럴림픽과 똑같다. 그러나 스페셜올림픽에서는 4위 이하 참가 선수들 모두에게 리본을 달아주며 치하한다. 예선은 참가자들의 실력을 거르는 장치가 아니라 선수들을 결선에 재배치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예선 탈락'은 없다. 스페셜올림픽이라는 대회가 지적장애인들이 신체적 능력을 뽐내고, 사회문화적 경험을 쌓아서 사회적응력을 키워가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페셜올림픽 참가자들이 모두 아마추어 수준을 밑도는 실력을 가진 건 아니다. 2011 아테네 스페셜올림픽대회 윤영섭 단장은 "지적장애 선수들은 집중력이 강하다. 열심히 훈련하면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며, 탁월한 선수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스페셜올림픽 선서는 다음과 같다. "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Let me win. But If I cannot win, Let me be brave in the attempt.)"
▶선수보다 자원봉사자가 많다
지적장애인들의 축제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자원봉사자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우면서 지적장애인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뽐내도록 만드는 주인공이다. 실제로 스페셜올림픽 대회에서는 자원봉사가 선수보다 더 많았다.
자원봉사자는 특별한 기술을 갖출 필요는 없다. 다만 열정적으로 지적장애인들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스포츠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스페셜올림픽 자원봉사의 특별한 점이다.
스페셜올림픽 경기 중에는 '통합 경기'가 있는데, 이는 스페셜올림픽 선수들과 파트너들(비장애인 선수들)이 한팀을 구성해서 경기를 벌이는 것이다. 스페셜올림픽만이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파트너들의 연령이나 경기력을 선수들과 비슷하게 구성하는 게 관건이다. 포괄적으로 보면 파트너들도 대회를 위한 자원봉사자다.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단순히 경기만 계속되는 게 아니다. 스페셜올림픽의 1차 목표는 스포츠 훈련과 경기 참가지만 선수들이 예술적·사회적·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게 2차 목표다. 이런 2차 목표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달성이 가능하다. 이밖에 스페셜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의 건강검진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리더십 프로그램이나 가족위원회를 통한 선수 가족들 간 교류의 장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