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은 8일 광주구장에 시작된 시즌 첫 훈련에 불참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선동열 감독을 만나 "몸이 아파 훈련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한 뒤 광주 한국병원으로 가 링거를 맞았다. 최희섭은 6·7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선수단 워크숍에도 불참했다.
이날 KIA 1·2군 선수 전원이 이날 훈련에 참석했고, 체중과 체지방을 측정했다. 단 한 사람, 최희섭만이 예외였다. 최희섭은 동료들과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구장을 빠져나왔다. 그를 본 선수 몇몇은 "시즌 때보다 몸이 더 불어났다. 130㎏은 넘어보였다"고 전했다.
KIA 구단은 "최희섭이 아픈 건 맞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탐탁하지 않은 뉘앙스를 풍겼다. 최희섭과 구단 사이에 갈등이 있는 건 분명했다.
선 감독은 "최희섭 몸이 굉장히 안 좋아 보였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 감독은 최희섭의 요청에 따라 훈련명단에서 일단 제외했는데, 언제까지 열외로 인정해줄 지는 미지수다. "최희섭이 15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선 감독은 "두고 봐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초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주장을 맡자마자 한 달여 만에 완장을 반납했고, 허리디스크를 호소하며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했다. 시즌 동안엔 각종 부상을 호소하며 70경기에만 나섰다. 타율 0.281, 홈런 9개로 예년에 비해 상당히 부진했다. 시즌 중에는 그의 트레이드 설까지 떠돌았다.
KIA 타선은 가뜩이나 중심이 약한데 최희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조범현 전임 감독은 상당한 마음고생을 했다. 방송해설을 하며 최희섭을 지켜 본 이순철 수석코치는 지난해 10월 KIA 유니폼을 입자 마자 "난 최희섭 하고만 얘기하면 돼"라고 말한 바 있다. 밖에서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던 것이다.
오프시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KIA 관계자는 "(최희섭이) 야구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희섭이 몸을 추스리고 훈련을 재개하지 않으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마침 선 감독은 이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선 감독은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는 누구를 막론하고 트레이드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 말이 최희섭을 겨냥한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단과 최희섭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