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King)'이 돌아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는 데 딱 10분이면 충분했다.
4년 6개월 만에 아스널로 돌아온 티에리 앙리(35)가 10일(한국시간) 영국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2부 리그)와의 FA(잉글랜드축구협회)컵 64강전에서 교체 투입된 지 10분 만에 결승골을 터트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아스널은 앙리의 활약 속에 32강에 올라 아스톤 빌라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별명 그대로 '킹'다운 모습이었다. 그는 후반 23분 마루앙 샤막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33분에는 드디어 앙리의 오른발 끝에 공이 걸렸다. 앙리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알렉산드르 송의 침투패스를 받아 한 차례 터치 이후 오른발로 구석을 향해 감아차 득점에 성공했다. 앙리는 골을 넣은 뒤 포효하며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홈 관중들은 '킹 앙리'를 연호하며 기뻐했다.
앙리는 경기 직후 ESPN과 인터뷰에서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 명의 팬으로 아스널에 합류했고 그저 동료를 도우려고 했다. 어쩌다 보니 경기의 최우수선수까지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15일 전까지만 해도 멕시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스널에서 결승골까지 넣어 기분이 조금 묘하다"고 덧붙였다.
앙리는 1999년부터 아스널에서 뛰며 8시즌 동안 254경기에 나와 174골을 넣었다. 그가 들어올린 우승컵만 해도 7개다. 2003-2004시즌 정규리그 무패우승(26승12무)의 신화도 썼다. 2007년에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로 떠나 새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2010년에는 미국프로축구(MLS) 뉴욕 레드불스로 팀을 옮겼고,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아스널이 앙리에게 2개월 임대를 제안했다. 22일부터 가봉과 적도기니에서 열리는 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공격수 샤막과 제르비뉴가 빠지기 때문이다. 앙리는 친정팀을 위해 기꺼이 돌아왔다.
벵거 감독은 "앙리는 이미 아스널의 전설이다. 오늘 경기로 인해 그의 영웅담에 작은 이야기 하나를 더 보탠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기 좋은 꿈 같은 이야기다"고 치켜세웠다. 또 "앞으로 주전 스트라이커로 로빈 판 페르시와 앙리를 함께 기용하는 전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주영(27)은 끝내 벵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맨체스터 시티와 칼링컵 경기에 뛴 뒤 45일 만에 출격을 노렸지만 끝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