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권위, 패기와 열정을 갖춘 '제26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인 오사카'(The 26th Golden Disk Awards In Osaka)가 지난 11~12일 이틀간의 열전 끝에 막을 내렸다. 골든디스크 역사상 최초로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된 이번 시상식은 역대 최대 규모의 시상식답게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영광의 무대에 참여한 K-POP의 대표 가수만 23팀. 매니저와 스태프, 제작 관계자들까지 합하면 총인원 500명이 넘는 메머드급 규모였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카라·비스트 등 최고의 슈퍼스타들은 임진년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 팬들을 향해 K-POP 한류의 뜨거운 불을 지폈다. 골든디스크의 의미와 성과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최대·최고의 무대 공연
이번 시상식이 열린 장소는 오사카 교세라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으로 약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이다. 우주선을 닮은 독특한 외형으로 오사카의 상징물로 자리잡고 있다.
화려한 무대는 가로 81m, 세로 30m의 크기로 꾸며졌다. 메인 무대에서 Y자 형태의 서브 무대가 객석쪽으로 뻗어나오는 모양. 메인 무대 양쪽에는 20m 정도의 대형 LED 구조물이 설치됐다. 또 500인치의 스크린 2개가 양쪽으로 놓여 K-POP 스타들의 역동적인 공연 장면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틀간의 공연에는 첫 날에만 2만6000여명을 포함해 약 5만명의 팬들이 몰렸다. 연말 공연이 폭풍처럼 지나간 1월 초가 전통적으로 공연 비수기이고, 시상식의 형태로 진행된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였다.
일부팬들은 첫째날 공연 전날부터 교세라돔 인근에서 진을 쳤다. 삼삼오오 모여서 아예 돗자리를 깔고 밤을 새워가며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스타들이 공연장에 도착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포착하기 위한 열정이기도 했다. 참여가수들의 면면도 초특급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카라·씨엔블루·시크릿 등 K-POP의 주역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시상식 중간중간에 환상적인 춤과 노래로 축제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다. 팬들도 스타들의 이같은 감동적인 퍼포먼스에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K-POP 스타 공인
골든디스크는 스타 중의 스타로 거듭나는 무대가 됐다. 디스크 음반과 디지털 음원 부문에서 본상과 대상을 수상한 스타들은 명실상부한 K-POP 스타이자 한류스타로서 인정받았다. '생황부는 여인' 트로피는 마치 '한류 스타 인증서'처럼 수상자들의 품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났다. 지난 25년간 골든디스크를 거쳐간 대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1986년 제1회 시상식의 대상 수상자 조용필('허공')을 시작으로 2회의 이문세('사랑이 지나가면'), 3회의 주현미('신사동 그 사람'), 6회 김현식('내사랑 내곁에'), 10회 김건모('잘못된 만남') 등을 거쳐 21회 동방신기('O-정·반·합), 25회 소녀시대·2AM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모두 골든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더욱 빛나는 스타가 됐다.
김건모가 94~96년까지 3회 연속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조성모가 1999년·2000년·2003년에 세차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번 시상식에서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가 각각 음반 및 음원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골든디스크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슈퍼주니어는 2009년 24회 시상식에서 음반 대상을 받은 이후 이번에 또다시 음반 대상을 차지해 황금 트로피에 두차례 입맞춤했다. 소녀시대는 2009년에 음원 대상, 2010년에 음반 대상에 이어 이번에 또 음원 대상을 수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골든디스크 기네스
공연 외적으로도 갖가지 기록을 낳았다.
작년 시상식부터 도입된 MSN 인기상 투표의 열기가 상상을 초월했다. 시상식에 앞서 지난 12월 중순 약 열흘간 인기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일본에서만 150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한 사람이 여러번하는 중복 투표까지 계산하면 무려 2000만건 이상이었다. 작년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대만·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약 70만명이 클릭했다. 그 때도 대단한 숫자였는데 이번엔 예상 가능한 수준을 순식간에 넘어서 주최 측을 당황하게 했다.
이례적으로 일본 현지에서 신문 호외도 발간됐다.
산케이스포츠 계열 '한펀'(韓Fun)은 골든디스크만을 위한 특별호를 호외 형식으로 제작·배포했다. 1986년 1회의 조용필부터 작년의 음반·음원 수상자까지 스타들의 이름을 띠 형태로 나열해 골든디스크의 역사와 전통을 강조했다. '한펀'은 "골든디스크는 한국의 그래미상 같은 시상식"이라고 평가했다.
첫 날 취재를 위해 모여든 현지 미디어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당초 70개사 정도로 추정되던 것에서 120개사 정도로 늘어났다. 골든디스크를 향한 세계의 관심을 새삼 입증했다.
▶과제와 전망
모든 것이 새롭고 거대했던 만큼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할 과제도 남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처럼 한류를 대표하는 시상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부재다. 정부는 매번 한류와 K-POP 육성을 지상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의미있는 콘텐트에 주위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 가요계의 인식만으로도 다른 시상식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골든디스크의 가치와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사카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 교포는 "도쿄와는 또 다르게 오사카 경기가 많이 주춤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공인된 시상식이 새해부터 열려서 오사카 교포사회는 물론 오사카 지역민 전체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왜 정부는 한류를 육성한다면서 이런 이벤트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안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골든디스크는 30회를 맞이하게될 2015년을 목표로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번 26회의 새로운 시도를 발판으로 시상식 본연의 권위는 물론 새로운 콘텐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26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인 오사카'는 일간스포츠와 JTBC가 공동 주최하고, KT-NTT docomo와 MSN이 협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