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시간대에 편성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가 첫 방송부터 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미 OTT를 통해 공개된 콘텐츠가 TV 방영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4일부터 M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카지노’는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1회 4.5%, 2회 3.6%를 기록했다. 같은 날 동 시간대 방영한 남궁민 주연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가 7회 3.6%, 8회 3.3%를 기록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성과는 올해 들어 MBC 금토드라마가 줄곧 SBS 금토드라마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온 터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 올해 첫 금토드라마였던 ‘모텔 캘리포니아’부터 최근 종영한 ‘노무사 노무진’까지 MBC 금토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이 10%를 넘은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SBS 금토드라마는 ‘나의 완벽한 비서’부터 ‘귀궁’까지 모두 최고 시청률 10% 돌파에 성공했다. 다만 ‘우리영화’는 3%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카지노’가 치고 올라오며 상황이 반전된 것.
‘카지노’는 마카오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한국경찰 오승훈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지난 2022년 12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작품이다. ‘무빙’과 더불어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한국 시리즈로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홍기준, 허성태, 이혜영 등 초호화 출연진으로 주목받았다.
이미 OTT에서 3년 전 공개된 드라마를 TV에 편성한 것인데도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MBC의 OTT 편성 전략이 결과적으로 먹혀들었단 평가가 나온다.
이는 ‘카지노’가 TV 시청층에는 신선한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OTT를 이용하는 이용자와 TV를 보는 시청자는 다르다. 시청률은 지상파 고정 시청자층에서 온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시청층이 OTT를 찾아서 보는 이용자들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상파 고정 시청자들에게 ‘카지노’는 새로운 콘텐츠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아마 이런 편성은 대체로 검증된 작품들일 테고 캐스팅을 비롯해 제작비 등 투자 면에서도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TV 시청층이 상당히 주목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방송사 입장에선 OTT 편성으로 얻은 성과를 마냥 좋게만 보긴 어렵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에만 그치게 되면 방송사만의 정체성과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MBC 드라마본부 PD 등이 ‘카지노’ 편성에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TV와 OTT 플랫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에 ‘카지노’처럼 시청률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앞으로 OTT 오리지널 시리즈가 방송에 편성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작비 증가 등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보니 방송사도 자구책으로 외부 콘텐츠를 틀어주는 유통 역할을 하나의 선택지로써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OTT 입장에서도 방송에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은 손해볼 것이 없다. 앞으로 이런 방식의 교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