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극 '브레인'은 대본 리딩까지 마쳤던 배우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등 잦은 배우 교체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위기에 빠졌다. '종합병원' '하얀거탑' 등 수년 동안 이어온 의학드라마의 불패 신화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배우 신하균(38)이 4번 타자로 등장해 짜릿한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그는 데뷔 후 단 두 차례만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주로 충무로에서 활동했지만 흡입력 높은 연기로 단번에 안방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덕분에 연말 연기대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강훈앓이' '심장이 하균하균' 등 수많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2012년 가장 핫한 배우로 우뚝 선 신하균과의 따끈따끈한 일문일답.
- 드라마가 끝났는데 시원섭섭한가. "마지막 회를 음식점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배우들과 함께 봤는데 지금도 얼떨떨하다. 어려운 지문으로 가득 찬 대본을 안 봐도 되니까 시원한데, 정들었던 스태프들과 이별이라 아쉽기도 하다. 4개월 동안 촬영장에서만 살았더니 내일도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 드라마가 시작도 되기 전에 주연배우들이 여러 번 교체됐는데. "주변에서도 부담이 되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영화쪽에서 주인공 교체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부담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이강훈이라는 역할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촬영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의학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대본을 보자마자 바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사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이강훈에 대해서는 강한 연민이 느껴졌다. 완벽하고 유능하기만 하면 매력이 없었을 텐데 이강훈은 내 생각에 의사보다 환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 대본이 어렵지 않았나. "의학용어는 정말 어렵더라. 입에 딱 붙어야하는데 그게 진짜 힘들었다. 살이 5kg정도 저절로 빠지더라.(웃음) 영화로 치면 한 10편 찍은 것 같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자연스럽게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 데뷔 14년 동안 드라마 출연은 단 3편, 드라마를 꺼려 하는건가. "영화를 찍으면서도 드라마에 대한 생각은 꾸준히 했다. 하지만 시기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기회가 이때다, 이 타이밍에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 항상 영화 스케줄이나 다른 게 잡히곤 했다."
- 연말 대상을 수상했는데. "촬영 중에 상을 받으러 가서 얼떨떨하게 받았다. 이후에 회식이나 술자리도 없이 바로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잤고 새벽에 촬영장을 갔다. 대본에 치여 살다보니 기분을 만끽할 시간도 없었다.(웃음)"
- 올해로 서른여덟인데 결혼생각은 없나. "사랑은 항상 꿈꾸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 영화 '고지전' 제작발표회 때도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노력해야하죠'라는 대답을 일관되게 했다.(웃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은 없나. "데뷔 후 한번도 (예능) 출연을 안했는데 버라이어티에 대해서는 전혀 욕심이 없다. 낯가림도 심하고 말을 재밌게 못하는 것을 아니까 저절로 욕심도 생기지 않더라"
- 당분간은 휴식만 취할건가. "인터넷 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게 취미다.(웃음) 일반소설부터 역사물, 미술서적까지 집에 뜯지도 않은 책들이 정말 많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건담과 밀리터리 피규어 광이기도 하다. 영화·드라마 시놉시스도 보면서 밀린 취미생활을 할 생각이다."
- 배우 신하균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는데. "이번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아서 다음 작품에 대한 선택권이 넓어졌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변신에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