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3루수 정성훈(32)이 올 시즌 4번 타자로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성훈이 4번 타자로 유력하게 떠오른 이유는 김기태(43) LG 감독이 ‘지그재그 타선’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박용택, 이진영, 이대형, 큰 이병규(9번)와 작은 이병규(7번)까지 모두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오른손 타자가 필요하다. 4번에 오른손 타자를 배치하면 좌-우-좌-우의 지그재그 타선을 짤 수도 있고, 1∼3번과 5∼6번을 모두 왼손 타자로 기용할 수도 있다. 또 왼손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오른손 4번 타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아직 오른손 타자 중 누구를 찍어서 말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올 시즌 LG만의 4번 타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중으로 김기태 감독은 지난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16번의 평가전에서 4번 자리에 오른손 타자인 정성훈과 윤요섭(30), 나성용(24) 등을 번갈아 기용해 능력을 시험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정성훈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세이부전에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지난 시즌 정성훈은 주로 3번이나 5번타자로 127경기에 출장해 10홈런 57타점, 0.291의 타율을 올렸다. 규정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 중 타율 3위, 홈런과 타점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그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05, 오른손 투수에게는 0.286을 올리며 왼손 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팀 타선의 구심점인 4번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성훈은 “오히려 지금이 나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야구를 하면서 내가 어느 팀에서 4번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는가. LG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결코 나에게 다른 4번에게 원하는 것처럼 30홈런이나 100타점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4번 타자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고 싶다. 홈런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결사 노릇을 한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 또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009년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히어로즈에서 LG로 이적한 정성훈은 이후 3년간 매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하는 꾸준함과 안정된 3루 수비를 선보였다. 2012시즌 이후 다시 FA 자격을 취득하는 그로서는 두 번째 FA 대박을 위해 올 시즌 좋은 성적은 필수다.
정성훈은 “현재 컨디션이나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FA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신경도 많이 쓰이고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살아나는 것이 우선이다"며 ”나간 선수들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돼 이겨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