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고 서류가방 낀 채 눈덮인 퇴근길을 걷는 남자. 평범한 샐러리맨의 퇴근길이겠지만 왠지 낯설다. 사진의 중심인 남자의 피사체는 흐리고,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남자의 존재는 무수한 검은 발자국에 의해 소멸할 것임이 암시된다.
일상의 역설을 포착하는 사진가 김승현의 사진전 '낯선 일상'이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진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번 첫 개인전에서 '낯선 일상' 시리즈 약 30점을 선보인다.
그의 사진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여자, 공원에서 운동하는 남자, 건물 담장가에 핀 해바라기 한 송이 등을 담는다. 이 일상적인 풍경들은 역설적이게도 낯선 이미지로 다가선다. 사진 속에서 세계는 강하고 거대하게 표현되며 인간은 작고 허약하게 표현된다. 작가는 그런 효과를 통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거대하고 억압적인 세계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자주 환기시킨다.
오랫동안 라이카클럽(한국 라이카사진기 사용자들의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동해왔으며 아날로그 카메라와 흑백필름을 고집하는 김승현은 "원경의 인물과 뒷모습은 자연스러움을 가져다준다. 정면 표정의 어색함, 딱딱함에서 탈피할 수도 있고, 인간 내면의 특성이 뒷모습을 통해 솔직하게 우러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