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3)은 늘 여유가 넘친다. 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 정도로 싹싹하다. 선수단 내에서도 밝은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인터뷰 때도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는 달변가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는 마지막까지 구자철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15일 인천공항출국장 A게이트는 인산인해였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출국 3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스포츠채널 MBC SPORTS+에서는 생중계까지 하며 대표팀의 출국 소식을 전했다. 오전 11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표팀 선수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버스에서 내린 순간부터 출국하기 직전까지 수십 대의 카메라가 대표팀을 따라다녔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는 모두 의자에 나란히 앉아 30분 가량을 기다렸다. 선수단이 앉은 의자 주변에는 경호원 20여 명이 팬들의 접근을 막았다. 선수들은 어느 곳을 쳐다봐야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팬들이 이름을 부르면 어색하기 웃기만 했다. 홍명보 감독도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 몰라 발걸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구자철은 달랐다. 가장 늦게 버스에서 내린 뒤 손을 가볍게 흔들며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여유가 느껴졌다. 쏟아지는 사인 요청도 모두 받아줬다. "어제 TV에서 잘 봤어요"라는 팬의 말에는 "고마워요"라며 밝게 웃었다. 구자철은 14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두드림'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쟁터로 떠나는 선수보다는 TV 스타 같았다. 구자철은 출국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최선을 다했다. 손에는 팬들이 준 선물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구자철은 올림픽 대표팀 주장이다. 홍 감독은 구자철의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이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구자철이 2009년 이집트 청소년축구대회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장을 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자철은 "시원하게 비도 내려 기분이 매우 좋다. 후회없이 뛰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구자철의 뒷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