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왕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K-POP을 대표하는 걸그룹 멤버 간 왕따설이 불거져 파장이 일고 있는 것. 티아라 소속사 코어콘텐츠 미디어 김광수 대표가 30일 보도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화영의 계약해지는 '왕따 문제가 아닌, 화영이 팀워크를 저해했기 때문'이라고 목 박았지만 화영이 왕따를 당했다는 증언과 정황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이돌 그룹 왕따 사건이 비단 티아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K-POP 시대를 맞아, 전체적인 산업의 덩어리가 커진 만큼 왕따 문제도 생각보다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아이돌 그룹 내 왕따의 현실과 재발 방지 대책을 알아봤다.
▶아이돌 왕따 문제, 이미 뿌리 깊은 사실
그룹 내 멤버 간의 갈등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최근 K-POP 시대를 맞아, 멤버 개인의 스타 파워가 커지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는 양상. 단순 갈등을 넘어 왕따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인기에서 비롯된 멤버들 간 소득 차이가 왕따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돌 그룹 중 중견급으로 꼽히는 A 그룹은 데뷔 때부터 '왕따 문제'를 안고 살았다. 그룹의 얼굴로 활약하며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을 휩쓴 멤버 B양의 인기 때문. 데뷔 초 개인 활동을 병행하며 그룹의 값어치를 끌어 올렸지만 다른 멤버와 소득이 수십배 차이나면서 왕따를 당했다.
당시 A 그룹의 활동을 도왔던 매니저는 "아이돌 그룹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먼저 띄워서 그룹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인데, 멤버들 입장에서는 그걸 알면서도 시샘하고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걸그룹 센터도 멤버들 눈치를 보면서 돌아가면서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요계에서 자리를 잡은 연습생 시스템도 왕따 문제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10대 초반의 나이에 발탁돼 연습생으로 활동하면서 최소 5~6년의 트레이닝을 거쳐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룹의 멤버로 발탁된다. 자연스럽게 중간에 합류한 멤버들에게는 '무임승차'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돌아간다. C 걸그룹이 대표적이다. 새로 영입된 멤버에게 집단적으로 왕따를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 한 매니저는 "C 그룹의 D 멤버 같은 경우,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만나면 항상 혼자 대기실 밖 복도에 나와 있더라. 첫 컨셉트 회의 때부터 새 멤버에게만 제일 입기 싫은 의상을 준다던지,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시킨다던지 유치할 정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규모 그룹 같은 경우 새로 영입된 멤버에게는 버릇이 나빠진다며 헤어숍도 따로 쓰고, 이동 차량도 작은 차를 따로 내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신화·씨스타 처럼 문제 해결해라
전문가들은 '아이돌 왕따'는 K-POP 시대를 맞은 한국 가요계만의 기형적 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해결책으로는 멤버들 간의 소통, 그룹과 회사 간의 소통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아이돌 그룹 내 왕따 문제는 심각하다"고 진단하면서 "소속사에서 손을 쓰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는 "매니저들도 (왕따 사실에) 감만 잡을 뿐이지 내막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전달을 받고도 이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고 애써 해결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의 왕따 문제를 담임교사가 알고 있지 못한 상태와 비슷하다는 것. 숙소 생활을 하며 24시간을 함께 하는 그룹의 멤버들과는 달리, 매니저들이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는 긴밀한 보고 체계를 들었다. "미세한 소통의 부재가 큰일을 낸다. 기미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고 무엇보다 보고 체계가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건이 있을 때 개인적인 판단 없이 모든 것을 보고해서 회사 전체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인성 교육도 방편으로 꼽았다.
데뷔 14년차를 맞은 '장수 아이돌' 신화가 좋은 본보기다. 14년 내내 불화설과 해체설에 시달려 왔지만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원활한 소통이었다. 리더인 에릭은 "활동을 하면서 예민해지고 싸움으로 번진 경우가 여러 번이다. 주먹다짐까지 벌인 적도 많다. 다툼은 잦았지만 절대 밖에까지 이 문제를 안고 가지 않았다. 멤버들끼리 대화하면서 풀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씨스타의 막내 다솜도 잘나가는 언니들 때문에 '언니 콤플렉스'를 겪으며 맘고생을 했다. 다솜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생각에 자책이 심했다 효린·보라 언니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꼈다. 솔직히 나도 인정받고 싶고 언니들을 이기고도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자격지심까지 생겼다. 그 때마다 언니들의 위로가 많은 도움이 됐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